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이슬람과 '문화 충돌'

딸기21 2007. 11. 29. 17:16
728x90
영국인 교사가 동아프리카의 이슬람국가 수단에서 곰인형 때문에 태형을 받을 처지에 놓였습니다. 곰인형에 이슬람 예언자 무하마드의 이름을 붙여 종교를 모독했다는 것이 그 이유랍니다. 인도에서는 방글라데시 출신 여성작가가 이슬람 경전 코란을 모독하는 소설을 썼다는 이유로 살해협박을 받고 있습니다.


곰인형 때문에 태형 위기

영국 BBC방송은 수단에서 곰인형에 무하마드라는 이름을 붙여 물의를 일으킨 교사 질리언 기번스(54)가 28일 종교를 모독하고 증오를 선동하고 신앙을 경멸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수단 수도 하르툼의 사립초등학교 교사인 기번스는 2학년 수업 도중 학생들에게 곰인형의 이름을 짓도록 시켰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이슬람국가인 수단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이름 중 하나인 무하마드를 골랐는데, 기번스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는군요.
그러나 이 사실이 학부모들에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고, 성난 무슬림 학부모들은 학교 앞에 와서 기번스의 처벌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였습니다. 기번스는 지난 25일 경찰에 체포됐는데, 유죄로 인정되면 징역 6개월과 태형 40대를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태형 40대는 거의 죽도록 패는, 무거운 형벌이죠.

파문이 커져 기번스가 일해온 학교는 내년 1월까지 아예 휴교를 해버렸습니다. 이 문제는 또 영국과 수단 간 외교갈등으로까지 이어졌는데요. 고든 브라운 총리 측은 기소 소식에 "놀랍고 실망스럽다"는 논평을 냈습니다.
영국 외무부는 데이비드 밀리밴드 외무장관이 런던 주재 수단 대사를 불러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으나, 이 문제가 이슬람권과의 마찰로 확대해석될까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수단 대사에게 항의를 한 것이 아니라 "대책을 논의했다"고 하는군요.
수단 강경파 무슬림 지도자들은 이슬람 종교와 문화를 얕잡아보는 서방의 고질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1990년대 이후 이슬람주의가 급부상한 수단은 근본주의의 새로운 온상이 되고 있습니다.


`제2의 살만 루시디' 인도가 시끌

인도에서는 방글라데시 출신 무슬림 여성작가 타슬리마 나스린(45)의 소설이 문제가 돼 `제2의 살만 루시디' 사건으로 비화하고 있습니다.
인도 콜카타(캘커타)에 살고 있는 나스린은 최근 펴낸 소설 `쇼드(되갚음)'에서 코란을 다시 써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는 이유로 살해협박을 받고 있습니다. 나스린은 1986년부터 여러 편의 시집과 소설을 발표해 남아시아의 주요 문학상들을 수상한 유명 작가라고 하네요. 이미 1990년 방글라데시에서 페미니즘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살해 위협을 받고 인도로 주거를 옮긴 나스린은 인도에서마저 다시 신변의 위협을 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지난 26일 뉴델리로 피신, 정부 소유 가옥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 정부는 나스린 문제로 곤혹스런 입장이 됐습니다. 서방의 시선과 비(非) 무슬림 지식인들의 요구에 따라 나스린을 보호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지만 자국 내 무슬림들의 반발 여론도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인데요. 콜카타에서는 나스리 체포를 요구하는 무슬림들의 시위 과정에서 43명이 다치고 수십명이 체포됐다고 합니다.
프라나브 무케르지 대외관계장관은 28일 "나스리에게 피난처를 제공할 것이지만 정치활동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내년 3월 나스리의 비자가 만료되면 인도 당국이 연장을 거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구미 국가들이 '세계 최대 민주국가' '영국 식민통치의 제도적 유산으로 민주주의를 물려받은 나라'라고 칭찬해대는 인도... 이렇게 첨예한 문제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되는군요.


누구를 위한 이슬람인가

진보를 내건 몇몇 국내 인터넷 언론이나 필자들이, 이슬람을 무조건 칭찬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전한다며 서방을 비난하는 경우를 근래 많이 봤습니다. 서구 지상주의로 경도된 시각을 바로잡는 것은 중요합니다만 '역(逆) 편향'은 항상 경계해야겠지요. 과연 이슬람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 전체가 이슬람 교리에 찬성하는지...
저는 '보편적 인권'이란 것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여성 차별을 하면서 '이슬람은 평화의 종교다' '이슬람은 원래 차별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면 웃긴 일이죠. 정확히 말하면 웃긴 일이 아니라, 뜯어고쳐야 할 일인 거고요. 무슬림 청년과 이야기하다가 열받아 때려주고 싶었던 적이 실제로 있었는데, 요즘 세상 보기 드문 꼴통들이 그 동네 많은 것은 사실이니깐...
이슬람 극단주의를 주장하는 자들의 목소리가 과연 그 동네 억압받는 여성들을 포괄한 '모든 이슬람의 목소리'인지는 사실 많은 의문이 듭니다. 정수일 선생의 책을 보니 이슬람 편들어주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정말로 이슬람이 여성차별을 안 하는 종교라고 말하기엔 현실이 참 너무 안 받쳐주는군요.
히잡 문제만 해도, "여자들도 히잡 쓰는거 좋아해!"라는 반론이 이슬람 사회에선 늘 나옵니다만... 좋아서 쓰는 여성들이 전체 여성의 99.99%라 할지라도, 다만 0.001%이 여성들일지언정 히잡 안 쓴다는 이유로 처벌받거나 몰매맞아선 안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뒷이야기

곰인형 때문에 수단에서 종교 모독죄로 기소됐던 영국인 여교사가 풀려나 영국으로 돌아갔다.
BBC방송은 수단 하르툼 법원에서 실형선고를 받았던 영국인 교사 질리언 기번스(54)가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의 특별 사면을 받고 풀려나 3일 영국으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기번스는 에미리트 항공을 이용해 두바이를 거쳐 4일 런던에 도착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수단 정부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르툼의 사립 초등학교에서 일하던 기번스는 학생들이 곰인형에게 이슬람 예언자 무하마드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을 허락했다가 종교모독죄로 기소됐다. 영국 언론들은 기번스가 태형을 비롯한 중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으나, 법원은 지난주 구류 15일을 선고했다. 이어 대통령 특사를 받음으로써 수단과 영국 간 `곰인형 갈등'은 풀리게 됐다. 기번스는 3일 사면을 앞두고 "수단에서 지낸 기간이 넉달밖에 안되는데 현지 관습을 무시하고 내 식대로만 행동했다"며 "앞으론 이슬람을 존중하고 타인의 감정을 해치지 않도록 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