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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여성 정치인의 인생유전

딸기21 2008. 1. 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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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 납치돼 6년 가까이 인질로 지냈던 비운의 여성 정치인 클라라 로하스(44)가 힘겨운 협상 끝에 드디어 석방됐습니다. AP통신과 BBC방송 등 외신들은 10일 로하스가 또다른 인질 1명과 함께 석방돼 베네수엘라 중재단에 인도됐으며, 제트기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공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로하스는 카라카스에 도착한 직후 "다시 태어난 것 같다"며 감격을 나타냈고, 어머니와 눈물의 상봉을 했다고 합니다.


한때 콜롬비아의 부통령 후보였던 로하스는 지난 2002년 2월 남부의 정글에서 FARC 반군에 납치됐으며, 한 게릴라 간부의 아이까지 낳은 사실이 알려져 세계의 이목을 끈 바 있지요. 외신들은 내전과 범죄에 물든 콜롬비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로하스의 기구한 인생역정을 집중조명하고 있습니다.

변호사에서 정치인으로


보고타 정치인 가정의 5남매 중 막내딸이었던 로하스는 대학에서 세법을 가르치며 변호사 생활을 하던 평범한 여성이었다고 합니. 그의 인생을 뒤바꾼 만남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재무부 공무원으로 잠시 일하던 중, 정의감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잉그리드 베탕쿠르(47)를 만나게 된 것이죠. 


프랑스계 정치명문가의 딸인 베탕쿠르는 부패한 보고타 정계를 바꾸겠다며 2002년 대선에 `산소당'을 만들어 출마했습니다. 로하스는 우정과 동지애를 나눈 베탕쿠르의 러닝메이트로 정치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정계는 당시 마약 군벌들과 연계된 부패한 정치인들로 더럽혀져 있었고, 남부에서는 좌익 게릴라들이 코카인 재배로 돈을 모아 내전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남부 산비센테 델 카구안에서는 그해 2월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정부와 FARC 간 평화협상이 실패로 돌아가 치안이 불안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주변의 만류 속에서도 베탕쿠르와 로하스는 FARC와 대화해보겠다며 남부로 이동했다는군요. 이들은 산비센테로 가던 길에 게릴라들에 납치됐습니다.



Clara Rojas is greeted by her mother Clara de Rojas as she arrives to Simon Bolivar International Airport,
near Caracas, Thursday, Jan. 10, 2008. /AP



Clara Rojas is welcomed by Venezuela's President Hugo Chavez
at Miraflores Palace in Caracas January 10, 2008. /REUTERS



게릴라의 아이를 낳다


dpa통신에 따르면 당시 반군은 국제적 지명도가 높은 베탕쿠르만 억류하겠다며 로하스에게 석방을 제안했으나, 로하스는 함께 남는 길을 택했다고 합니다. 이 때만 해도 억류가 6년에 이르게 될 줄은 로하스는 짐작도 못했겠지요.


로하스의 소식이 다시 세상에 전해진 것은 2003년. 로하스가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가 전달되고 반군들이 베탕쿠르와 로하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두 사람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2006년 현지 언론인 호르헤 엥히케 보테로는 로하스가 인질로 잡혀있으면서 한 게릴라 간부와 사랑에 빠져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엠마누엘'이라는 이름의 이 아기는 콜롬비아인들에게 내전의 비극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습니다.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엠마누엘 석방 요구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고, 등 떼밀린 콜롬비아 정부는 `엠마누엘 작전'이라는 이름의 인질 구출 군사작전을 벌이기까지 했습니다.

아이는 어디에


우파인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은 반군들과 적극 협상에 나섰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석방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아이의 행방. 몇몇 목격자들은 게릴라들이 아이에게 장난감을 만들어주는 등 정글에서 자라나고 있다고 전했으나, FARC에게서 풀려난 또다른 인질들은 "아기의 몸엔 담뱃불로 지진 흔적 투성이었다"며 학대 의혹을 제기했었습니다. 


아이의 행방이 오리무중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석방 협상이 타결될듯 하다가도 늦춰졌던 것은, 반군이 아기를 데리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는데요. 지난해말 우리베 대통령이 "아이는 이미 보고타의 고아원에서 보호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미스터리는 일단락됐습니다. DNA 조사결과 아이는 생후 몇달만에 어떤 경위에서인지 어머니에게서 떨어져 버려졌으며, 2005년부터 고아원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상봉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중재로 석방협상이 타결되면서 정글 밖으로 나온 로하스는 10일 카라카스 공항에서 어머니 클라라 곤살레스(76)와 눈물의 상봉을 했습니다. 짧은 머리의 로하스는 재킷 차림에 배낭을 지고 있었습니다. 로하스는 이른 시일 내 보고타로 가 몇달만에 품에서 놓친 아들을 만날 예정입니다.

로하스는 풀려났으나, 지난해말 동영상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던 베탕쿠르의 석방은 아직은 요원합니다. 1964년 만들어진 FARC는 콜롬비아의 좌익 반군그룹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집단이라고 합니다. 


공산정권을 세우겠다는 목적을 내걸고 있으나 실제로는 원주민들에게 코카인 재배를 시켜 마약을 팔아 자금을 모으고 납치, 방화, 살인을 일삼는 갱 조직이라고 보는 편이 맞겠지요. 이들은 1만600여 병력을 두고 남부 정글지대를 무법 통치하고 있는데요. 2006년 재선에 성공한 우리베 정부의 강력한 압박으로 최근에는 기세가 약화되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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