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백인 여자, 흑인 남자

딸기21 2008. 1. 1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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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mocratic presidential hopeful, Sen. Hillary Rodham Clinton, D-N.Y., waves as she takes the stage
at a union rally to honor the legacy of Martin Luther King Jr., in New York Monday, Jan. 14, 2008.
From left, Rev. Clinton Miller; Hazel Dukes, president of the New York NAACP; Clinton; Bishop Eric Figueroa. (AP)

 Democratic presidential hopeful Sen. Barack Obama, D-Ill., left, greets supporters
at a town hall meeting held at Rosemary Clarke Middle School in Pahrump, Nev., Sunday, Jan. 13, 2008. (AP)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과열되면서,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두 후보 간 네거티브 경쟁도 갈수록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백인 여성'과 `흑인 남성'의 대결구도로 경선이 진행되는 까닭에 이번 민주당 경선은 `터부(금기)들 간의 싸움'이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클린턴이 여성 후보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킨 민주당 당내 주자들 간 유튜브 토론회나 오바마가 흑인임을 은근히 강조한 인종주의 선거전 같은 것들은 이미 몇달전부터 감지됐습니다. 그러나 특히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 결과가 양측의 1대 1 무승부로 결론나면서 슬그머니 터부를 건드리는 공격들이 잇달아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1964∼65년 흑인 민권운동의 결실을 일궈낸 인물이 백인인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이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친 클린턴의 발언이었죠. 지난 13일 나온 발언에 대해 오바마는 "흑인 비하발언"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클린턴은 14일 NBC방송 `언론과의 만남'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랫동안 자신을 지지해온 흑인운동가 로버트 존슨과의 우정을 소개하면서 흑인표를 끌어들이려 애쓰면서, 오바마가 젊은 시절 약물을 복용한 전력이 있음을 다시한번 상기시키기도 했습니다.

클린턴이 아니더라도, 공화당 보수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오바마를 공격해왔습니다. 오바마가 어릴 적 인도네시아에서 자라면서 마드라사(이슬람학교)에 다닌 것으로 보인다는 둥, 오바마의 미들네임(가운데 이름)이 `후세인'인 것으로 보아 무슬림이라는 둥의 비난이 있었는가 하면 오바마라는 이름이 오사마 빈라덴과 비슷하다는 비아냥도 끊이지 않았지요.

반면 클린턴 쪽에서는, 자신을 향한 공격이야말로 도를 넘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차례 TV토론에서 오바마와 존 에드워즈 등 민주당내 경쟁자들은 여성후보인 클린턴을 집중공격해왔습니다. 대중매체들은 그 때마다 클린턴의 정치적 입장보다는 몸매, 화장, 패션감각, 주름살, 말투, 그리고 가족을 둘러싼 개인사 따위를 들먹였고요.
AP통신은 이번 경선이 상대방의 성과 인종을 각기 문제 삼는 `섹시이즘(sexism)과 레이시즘(racism) 중 어느 것이 더 심각한가'를 가르는 선거가 되고 있다면서, 심지어 한 생활용품 업체는 `힐러리'라는 이름의 청소용 솔까지 출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솔의 광고문구는 "힐러리 클린턴-퍼스트 클리닝(청소) 레이디"랍니다. -_-

여성단체들은 클린턴을 둘러싼 직ㆍ간접적인 인신공격이 인종주의적 비난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2006년 공화당 상원의원 조지 앨런이 인도계 자원봉사자를 비하하는 `마카카'라는 말을 썼다가 사실상 정계에서 퇴출된 뒤로 유색인종에 대한 노골적 공격은 크게 줄었지만, 여성을 향한 공격은 훨씬 내밀하고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전설적인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최근 뉴욕타임스 컬럼에서 미국의 정치 풍토를 비판하며 "(클린턴이) 여성이라는 사실은 인종보다 훨씬 큰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단 두 후보는 흑인 민권운동을 둘러싼 '공적 논란'이 양측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된다는 판단에 따라 흠집내기를 자제하고 더 큰 대의인 정권교체를 향해 매진하기로들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저러나 한켠으론 부럽고 한켠으론 궁금하네요. 울나라에선 언제나 '베트남 출신 엄마를 둔 여자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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