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힐러리 '진퇴 기로'

딸기21 2008. 2. 2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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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승패를 결정지을 다음달 4일 `미니 슈퍼 화요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지난 5일 `슈퍼 화요일' 이후 11연승의 기세를 몰아 일주일 뒤 대세를 결정짓겠다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텍사스와 오하이오 등 `대형 주(州)'들에서 승리를 거둬 역전극을 보여주겠다며 사력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으나, 믿었던 이들 지역에서마저 오바마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진퇴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텍사스, 오하이오 오바마 상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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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4일 민주당은 텍사스, 오하이오, 로드아일랜드, 버몬트주 예비선거를 치른다. 이 4개 주에 걸려있는 대의원 수는 슈퍼대의원을 포함해 총 444명. 특히 텍사스와 오하이오는 각기 228명, 161명의 대의원을 보유하고 있다. 클린턴은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 승부를 보겠다며 이달 내내 이들 지역 캠페인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텍사스와 오하이오에서마저 오바마가 급상승세를 보이면서 클린턴 진영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CNN과 오피니언 리서치가 22∼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텍사스에서 오바마 지지율은 50%, 클린턴 지지율은 46%로 오바마가 앞섰다. 여러 조사에서 두 후보는 백중세의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중순까지만 해도 클린턴은 오바마에게 8∼16%포인트 격차로 앞서고 있었으나 지지율 차이는 최근 며칠새 급속히 줄어들었고, 급기야 오바마가 역전할 찬스를 맞게 된 것.
오하이오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초엔 클린턴이 17∼23%포인트 차이로 우세했으나 이달 들어 격차가 10%포인트 안쪽으로 줄어들었다. 25일 공개된 오하이오폴(Ohio Poll)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돥오바마 지지율이 각기 47%, 39%로 나타나 8%포인트로 차이가 좁혀졌다.

기로에 선 클린턴

클린턴은 슈퍼화요일 승부에서 우위를 차지한 뒤 줄줄이 치러진 경선에서 연패를 거듭했다. 오바마가 작은 주들에서 승리를 모아 대의원수를 늘려갈 동안 클린턴은 대형 주에 승부를 건다는 전략을 고수해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공화당 경선에서 초반 사퇴한 루돌프 줄리아니의 잘못된 선거전략을 따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었다. 결국 클린턴은 `미니 슈퍼화요일'의 결과에 따라 후보 사퇴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클린턴이 총 대의원수에서 역전승을 하려면 대형 주들에서 오바마와 지지율 차이를 훨씬 더 벌려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여의치 않은 분위기다. AP통신은 "클린턴은 말 그대로 `사활을 건 승부(do-or-die)'에 매달려 있다"며 클린턴 캠프 측의 위기감을 전했다.
다급해진 클린턴 측은 오바마에 대해 거친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 클린턴은 25일 조지워싱턴대학 강연에서 오바마가 외교 문제 등에 `초보자'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그를 택한다면 외교안보 측면에서 위험한 선택(risky choice)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바마는 이에 맞서 "외교적 현안인 쿠바, 이란, 북한문제를 놓고 토론으로 붙어보자"고 제안하며 2002년 클린턴이 이라크전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오바마 '아프리카 사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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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간 공방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클린턴 `눈물 파동'과 오바마 `애국심 논란'에 이어 이번엔 오바마의 사진 한 장 때문에 양측이 극도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AF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문제의 사진은 오바마가 2006년8월 아프리카 케냐 등 5개국을 방문했을 때 찍은 것. 사진 속 오바마는 흰색 터번에 소말리족 족장 옷을 입고 지팡을 쥐고 있다.
폭로성 보도를 주로 해온 인터넷 미디어 `드러지 리포트'는 "클린턴 측근에게 얻은 것"이라며 사진을 공개했고, 사진은 이메일 등으로 유권자들에게 급속히 퍼져나갔다.

가뜩이나 부인 미셸의 "처음으로 미국이 자랑스럽다"는 발언 때문에 애국심이 없다는 공격을 받고 있던 오바마 측은 격앙된 분위기다. 클린턴 캠프가 의도적으로 오바마의 `아프리카 뿌리'를 강조하는 사진을 흘렸다는 것. 오바마 캠프는 클린턴 측 자원봉사자가 오바마가 무슬림이라 주장하는 메일을 발송했다가 적발됐던 전례를 들며, 클린턴 측이 악의적인 정보를 유포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널리 알려진대로 오바마는 케냐 출신 유학생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프리카계 혼혈이다.

반면 클린턴 캠프는 "퍼스트레이디였던 클린턴에겐 외국 의상을 입고 찍은 사진 수십장이 있다"며 오바마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클린턴 측 선거책임자 매기 윌리엄스는 "그 사진 한장이 경선구도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거야말로 창피한 일"이라며 "오바마 측은 미국인들의 관심을 사소한 일로 돌리려 하지 말고 핵심 이슈들로 승부하자"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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