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다보스포럼도 "금융위기 맞아 반성"

딸기21 2008. 10. 26.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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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부자들의 모임’ ‘기업가들의 유엔총회’로 불려온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자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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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스포럼 창설자인 클라우스 슈와브(70·사진) WEF재단 회장은 24일 미국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그동안 우리는 월가의 경영자들에게 거품을 경고하고 주의를 기울이도록 했어야 했다”며 “그러나 경제가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동안에는 아무도 ‘경고음’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가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지만 모두들 듣지 않았다”며 “기업가들은 나를 카산드라(부정적인 예언을 해 외면당했던 ‘일리아드’의 등장인물)처럼 여겼다”고 주장했다.

흥청거리는 부자들에게 장단을 맞추느라 포럼이 제 기능을 못했다는 내부 반성도 나왔다. 연례포럼 집행위원장인 케빈 슈타인베르그는 “기업가들에게서 막대한 자금이 흘러들어오자 우리 포럼 조직자들도 본분을 잊어갔다”며 “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논점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는 경제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데에만 신경썼다”면서 “화려한 호텔, 단독 발언 시간, 귀빈대접 같은 게 그런 것들이었다”고 말했다.

WEF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비영리재단으로 1971년 창설됐다. 매년 1월 알프스 산지에 있는 다보스의 리조트에서 연례포럼을 연다. 지난해 포럼에는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 파산한 리먼브라더스 최고경영자 리처드 풀드 주니어, 구제금융을 받은 모기지회사 프레디맥 최고경영자 리처드 사이런 등 2500여명이 참석했다.
당초 이 포럼은 정치·경제분야 지도급 인사들이 모여 글로벌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근래에는 거대기업 간부들과 정치인들이 모이는 ‘신자유주의자들의 파티장’으로 변질됐다. WEF가 돈벌이에만 치중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WEF는 연회비 4만2500스위스프랑(약 5200만원)에 연례포럼 참가비로 1만8000스위스프랑을 받는다. 기업회원들의 회비는 미화75만달러(약 10억원)에 이른다. WEF는 2006년 중국 베이징에도 지부를 만들어 아시아 부자들을 끌어모았다.

슈와브 회장은 “앞으로는 새로운 글로벌 금융규제 움직임에 맞춰 다보스 포럼도 ‘신브레튼우즈 포럼’으로 바꿔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럼에 7년째 참석했다는 영국 금융사업가 윌리엄 브로더는 “이 포럼 같은 민간기구가 위기 시기에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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