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러시아 "시위 안돼"

딸기21 2008. 12. 1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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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가 대통령 임기연장안을 들고 나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크렘린 복귀설’이 나돈 가운데, 대대적인 반정부세력 색출작전이 벌어졌다. 주요 도시에서 시위를 하려던 반정부 인사들이 무더기로 체포됐고, 반 푸틴 정치조직의 출범식장에는 크렘린 친위세력들이 들이닥쳐 난장판을 만들었다. 푸틴의 복귀를 염두에 두고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추측이 많다.
러시아 정부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대규모 반 푸틴 시위를 벌일 예정이던 반정부세력 100여명을 체포했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경찰은 모스크바 시내 광장 주변에서 집회를 열 준비를 하고 있던 시위대를 체포해 트럭으로 압송했다. 상트페테르스부르크 시내 중심가에서도 경찰이 시위를 하려던 시민들을 쫓아내고 주동자들을 체포했다. 몇몇 외신들은 체포된 이들이 150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날 시위는 반정부 인사 가리 카스파로프와 에두아르드 리모노프가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스 챔피언 출신의 정치인 카스파로프는 ‘또다른 러시아’라는 조직을 만들어 푸틴의 권위주의 통치체제에 반대하는 국외 캠페인과 러시아 내 시위를 주도해왔다. ‘또다른 러시아’는 지난해 말 총선과 올 3월 대선 전후에도 푸틴의 장기집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다가 지도부가 체포됐었다. 카스파로프도 수차례 구금됐다가 벌금을 내고 풀려났다.
카스파로프는 ‘또다른 러시아’의 외연을 확대, 반 푸틴 정파들을 망라한 ‘연대’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기로 하고 모스크바 시내에서 14일 출범식을 열었다. 레흐 바웬사가 이끈 옛 폴란드 노조에서 이름을 따온 ‘연대’는 푸틴 체제를 무너뜨리고 입헌민주주의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조직에는 또다른 반 푸틴 정치인 보리스 넴초프 등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푸틴의 친위조직인 ‘젊은 러시아’가 ‘연대’의 행사장을 습격해 연막탄을 터뜨리고 바나나를 집어던지면서 출범식은 아수라장이 돼버렸다. 모스크바 시 당국은 “훌리건들처럼 도심에서 난동을 부리며 불법행동을 하려 한 자들을 막은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스파로프 측은 “푸쉬킨 시 낭송과 강연 등으로 이뤄지는 평화적 행사조차 치를 수 없다는 것은 러시아 민주주의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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