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메드베데프 '홀로서기' 성공할까

딸기21 2009. 3. 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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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실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불화설이 나오고 있다. 2일로 대선 승리 1년을 맞은 메드베데프가 최근 푸틴으로부터의 정치적 독립을 시도하면서 둘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에 러시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경제 위기가 정치적 균열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영국 가디언은 3일 메드베데프가 경제정책을 놓고 여러차례 푸틴을 비판하는 등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드베데프는 “정부가 금융위기에 늑장대처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 매우 느리게 오고 있다”며 행정부를 이끄는 푸틴을 에둘러 공격했다.
메드베데프는 국영기업 운영문제를 놓고도 푸틴과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드베데프는 제1부총리 시절 푸틴에 의해 국영 에너지회사 가즈프롬의 이사장으로 임명돼 일했었지만, 정부에서 독립된 이사회가 국영기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푸틴이 정부가 국영기업 이사들을 임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집하면서 수차례 의견충돌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가 모스크바를 강타한 이후 러시아 집권층의 내분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위기 책임과 향후 대책을 놓고 ‘실로비키’로 불리는 군·안보계통 관리들과 메드베데프를 필두로 한 ‘경제적 리버럴(자유주의자)’들 사이에 균열이 왔다는 것.
러시아 증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80%가 빠졌고 루블화 가치는 폭락했다. 러시아 10대 재벌의 자산가치만 보아도 지난 한 해 1500억 달러가 허공으로 사라졌다. 푸틴은 과거 실로비키와 개혁·온건파들 사이에 갈등을 자신의 권위로 ‘조정’하며 크렘린 안팎을 조율했지만 지금은 그의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가디언의 분석이다.

물론 메드베데프가 푸틴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크렘린 공보관 나탈리야 티마코바는 BBC 인터뷰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책임과 권한은 명확히 정리돼 있고 두 사람은 프로페셔널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달 모스크바의 비정부기구 레바다센터가 실시한 조사에서 “메드베데프가 정국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답변은 12%에 그쳤다.
러시아 국민의 34%는 푸틴이 여전히 러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인이라고 대답했다. 러시안 뉴스위크의 미하일 피슈만 편집장은 “메드베데프는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만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언제나 ‘푸틴이 뭐라고 말할까’를 먼저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지난해 말 메드베데프는 갑자기 대통령 임기를 현행 4년에서 6년으로 연장할 것을 주장, ‘상왕’ 푸틴에게 이른 시일 내 권좌를 반납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의회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대로 헌법이 개정되면 푸틴은 다음번 대선에 나와 길게는 12년을 더 집권할 수도 있다.
푸틴은 “크렘린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여전히 세계는 푸틴을 러시아의 국가지도자로 인식하고 있으며, 메드베데프는 제자리를 찾기 위해 분투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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