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이란 어머니의 모성

딸기21 2003. 12. 3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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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지진으로 무너진 집더미 속에서 어머니의 품에 안겨 살아남은 한 아기가 구출됐다. 이란 국영TV 등 현지언론들은 29일 아이를 살려내고 자신은 숨져간 한 어머니의 모성을 소개, 국민들의 가슴을 적셨다.

구조요원들이 이란 남부 케르만주 밤 시(市)의 참사현장에서 아기를 구출해낸 것은 지진이 일어난지 사흘이 지난 29일. 생존자들이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따라 구조작업도 마무리되어가던 상황이었다.
밤 시내 남쪽의 건물 붕괴현장에서 적신월사(이슬람권 적십자사) 구조요원들이 엄마 품에 안긴 한 아기를 발견했다. 6개월 된 여자아기 나심은 상처를 입기는 했지만 어머니 품속에 안겨 있어서 생명은 구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어머니는 숨진 뒤였다. 가족들도 모두 희생된 듯, 집터에서 여러 아이들의 시신이 함께 발견됐다. 아기를 구해낸 순간 구조요원들 사이에는 환성과 함께 감동의 눈물이 터져나왔다.

나심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란 적신월사 하사무딘 파로키야르 대변인은 국영TV 인터뷰에서 "나심은 대참사 속에서도 어머니에게 보호를 받은 덕에 비교적 큰 상처 없이 살아남았으며, 지금 건강은 양호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나심의 어머니는 최소한 하루 전에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현장의 구조요원들은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밤이면 기온이 몹시 떨어지는데 물과 음식도 없이 갓난아기가 어떻게 버텼는지 신기하다면서 나심의 구조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3만여명이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진 현장에서는 생존자 구출 희망이 점점 사라지면서 슬픔과 실망이 휩쓸고 있지만 나심의 구조로 한때 희망이 살아나는 듯했다. 지난 27일 밤에는 구조요원들이 자갈더미 속에서 7살 소년을 찾아냈지만 안타깝게도 구출 직후에 숨졌으며, 29일에는 12살 소녀가 구조됐다.
이란 정부측은 전염병을 막기 위해 더 이상 시신을 방치할 수 없다면서 불도저를 동원해 '현장 정리'에 들어갈 방침임을 밝혔으나 실종자 가족들은 구조작업을 계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란은 출생률이 높고 평균수명이 짧아, 인구의 30%가 14살 이하 어린이다. 특히 재난 현장에서 빠져나올 능력이 없는 어린이들의 희생이 많았다. 이번 참사로 어린이 80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 TV는 두 어린 아들의 시신을 양 어깨에 메고 나오는 한 아버지의 모습을 집중 방영, 국민들을 눈물짓게 했다.


끝없는 문화유적 수난사

지진으로 폐허가 된 이란의 밤 Bam 시


세계적인 문화유산과 유적들의 최근 몇 년새 계속 수난을 당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바미얀 석불을 부숴버린지 2년. 이라크전쟁으로 옛 메소포타니아 유적들이 박살나고 유물 도둑질이 활개를 치더니, 이번엔 천재지변이 페르샤의 유적지를 덮쳤다.
26일 지진으로 수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란 남동부 케르만주(州)의 밤(Bam)시(市)는 옛 이란(영어명 페르샤)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2000년 고도(古都)다. 수도 테헤란에서 1260km 떨어진 이 곳은 인구 9만명의 소도시이지만 고대와 중세 이란제국의 유적들이 많아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 후보에 올라있다. 사막 가운데 자리잡은 밤의 유적들은 진흙을 말린 흙벽돌과 짚, 야자수 등으로 만든 집과 성채들인데 특히 높이 65m 넓이 6㎢의 `밤 성채(Arg-e-Bam)'는 세계에서 가장 큰 진흙벽돌 성채다. 이 성채는 이번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도시 대부분은 16세기와 17세기에 흥했던 사파비드 왕조 시대의 것이지만 기원 전후의 고대도시 흔적도 상당수 남아 있었다. 1722년 아프간의 침공 이후 1932년까지 군 막사로 사용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1953년부터 집중적인 복구작업이 벌어지면서 관광지로 이름을 얻기 시작했다. 유네스코는 지진 발생 직후 이란 정부에 피해 지역에 유적조사팀을 파견할 수 있도록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고대와 중세 중동의 유적들은 대부분 사막지대에 위치해 있어 건조한 기후 속에 보존이 잘 이뤄져 왔고 또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지역들이어서 유실되지 않았었지만 최근 천재와 인재가 겹쳐 거듭 수난을 겪었다. 지난 2001년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헬레니즘 미술과 실크로드 교역사를 상징하는 바미얀 불상을 미사일과 로켓포로 파괴해버렸다. 탈레반 정권을 소리 높여 비난했던 미국은 지난 3월 이라크전을 벌여 스스로 유적 파괴자로 나섰다. 무려 7000년전의 인류 최고(最古) 문명 메소포타미아의 유산들이 잇따라 파괴되고 도난당했다. 바그다드국립박물관에서 도난당한 앗시리아와 수메르의 유물들은 아직도 완전히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엔 이란 지진으로 세계는 또다시 값진 문화유산을 잃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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