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중동 앙숙들 화해 바람

딸기21 2004. 1. 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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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오랜 앙숙들이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시작했다. 이란과 이집트가 관계정상화를 앞두고 있고, 시리아와 터키 사이에도 화해 분위기가 싹텄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과 사담 후세인 정권의 몰락이 가져다준 충격파가 중동 국가들 간 합종연횡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란과 이집트가 외교관계를 완전히 복원한다는데 합의했다고 모하마드 알리 압타히 이란 부통령이 6일 밝혔다. 그는 알자지라 TV 인터뷰에서 "며칠 안에 외교관계가 재개될 것"이라며 "양국이 협력한다면 역내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 이집트 측에서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관계 정상화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란과 이집트는 이슬람권의 맹주들이지만 외교노선에서는 양극단을 걸어왔다. 이란은 이슬람혁명 이듬해인 80년 이집트가 팔레비 전국왕의 망명처를 제공하고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맺은 것에 반발해 이집트와 단교했다. 이집트는 같은해 이란이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암살범 이름을 딴 도로를 테헤란 시내에 개설하자 거세게 항의했었다.

6일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역사적인' 터키 방문을 시작했다. 아사드 대통령은 아흐멧 세제르 터키대통령과 회담한 뒤 "지역안정을 위해 불신을 신뢰관계로 바꿔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터키와 시리아는 국경지방 영토분쟁과 물분쟁 등을 겪어왔으며, 지난 1998년에는 전쟁 직전까지 갔었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11월 시리아가 터키 이스탄불 연쇄폭탄테러 용의자 22명을 터키 측에 넘겨주면서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친미국가와 반미국가의 화해라는 점에서 특히 눈길을 끌고 있는 이들 국가들의 관계변화는 이라크전 이후 중동 이슬람국가들이 느끼는 `압박감'을 반영하고 있다.
이집트와 터키는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역내 대국으로 군림해왔으나 이라크전 파병을 거부하면서 대미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미국은 또 후세인 축출 뒤 이라크에 친미 정권을 세워 중동 전역에 미국식 민주주의와 시장메커니즘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이슬람권에서 미국의 이해를 대변해온 이집트나 터키 같은 국가들의 `효용성'이 떨어지게 된 것. 이란과 시리아는 후세인 정권 붕괴 뒤 미국으로부터 더욱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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