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미군, 이라크 주요도시에서 철수

딸기21 2009. 6. 2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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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이달 말까지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 철군한다. 점령 6년 만에 이라크 대부분 지역의 치안권을 이라크 정부에 넘기게 되는 것이다. 아직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라크전의 주요 국면이 일단락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민주국가로 다시 태어난 이라크의 앞날엔 여전히 먹구름이 끼어 있다.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미군의 대도시 철군시한을 사흘 앞둔 27일 “우리의 주권을 강화할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오는 30일 이후 우리는 스스로의 치안과 행정을 맡아할 능력이 있음을 세계에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아파를 대표하는 말리키 총리는 이날 쿠르드족 지도자 출신인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 수니파 대표인 타리크 알 하시미 부통령 등과 함께 6년 전 폭탄테러로 숨진 종교 지도자 바크르 알 하킴의 추모제에 참석해 이렇게 말하며 국민들의 화합과 단결을 촉구했다.
다음달 1일부터 대도시 치안권이 모두 이라크 측에 넘어가게 되면 남아있는 미군들은 이라크군·경 훈련을 돕거나 농촌이나 국경지대에서 무장세력과의 전투에 집중하게 된다. AP통신은 “이미 바그다드 등지에서는 미군이 눈에 띄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시아파 민병대의 근거지였던 바그다드 시내 사드르 시티에 주둔했던 미군 철마부대도 모두 짐을 쌌다”고 전했다.
 관공서와 외국 시설들이 몰려있는 시내 ‘그린존’ 치안권은 이미 올초 이라크 측에 넘어갔다. 석유수출항 바스라를 비롯한 남부지대는 영국군이 2007년말에 치안권을 넘긴 바 있다.
다만 북부 모술 일대에서는 수니-시아파와 아랍계-쿠르드족 간 충돌이 이어지고 있어, 미군이 도시 외곽에 머물며 전투를 계속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군 5600명과 이라크군으로 구성된 ‘다국적 임시치안사령부(MNSTC-I)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지원부대도 이라크군을 뒤에서 지원하게 된다.




미 군정은 점령 뒤 한 해가 지난 2004년 6월 이라크 측에 주권을 이양했지만, 치안권을 계속 가진 채 점령상태를 사실상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말 미국과 이라크 정부 간 미군 주둔협정이 체결됨에 따라 미군은 이달 말까지 이라크 내 주요 도시에서 물러나기로 약속했다. 미군은 지난해까지는 유엔의 승인을 받은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이라크에 주둔했으나, 유엔 승인기한은 지난해 말 끝났다. 
이라크 측은 저항세력을 억누르기 위해서는 미군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2011년말까지 미군 주둔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둔군지위협정을 맺었다. 버락 오바마 미 정부는 현재 13만2000명 규모인 이라크 주둔군을 내년 중반까지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겠다고 밝혀왔으며,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주력하기 위해 이라크 주둔군 규모를 계속 줄이고 있다.
미국의 보수적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라크 주요도시 철군은 미군의 안정화작전이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2006년과 2007년만 해도 수니파 저항세력의 봉기, 수니-시아파 간 유혈충돌로 정국이 혼란스러웠으나 2007년부터 시작된 미군 ‘서지(Surge)’ 작전 등으로 안정을 되찾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라크 상황에 대해 이런 낙관론보다는 우려 섞인 반응들이 더 많다. 미군 철수를 앞두고 최근 며칠 새 폭탄테러가 잇달아 250명 이상이 숨졌다. 당국도 치안 악화를 우려해, 검문을 강화하고 대도시에 병력 배치를 늘렸다. 하시미 부통령은 “다중이 모이는 곳들은 되도록 피해달라”고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한 국회의원은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미군 철수 이후를 두려워하고 있다”“말리키 총리는 한시라도 빨리 ‘미군 점령이 끝났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할 뿐 치안공백에 대한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유력주간지 알 아흐람도 “미군이 나가면 무정부상태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군이 나가면 바그다드 사드르시티 등이 다시 시아파 민병대의 거점이 될 가능성이 있고, 이라크 군 밑으로 들어간 수니파 민병조직 ‘사흐와 협의회’도 들썩이는 조짐이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라크 치안군의 전투능력은 여전히 의심스럽다. 
알 아흐람은 “전투용 헬기와 중화기 등의 무기도 부족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유가가 떨어져 이라크 정부가 경제를 살리고 인프라를 재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근본적인 불안요인으로 지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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