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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의 볼리바리즘

딸기21 2009. 7. 2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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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장기집권의 길을 열기 위한 개헌을 모색하겠다고 선언했다. 개헌 문제로 온두라스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시끄러운 와중에 발표된 일이다. 중남미 곳곳이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이끄는 ‘차베스식 볼리바리즘’에 휩쓸리고 있다.


19일 산디니스타 혁명 3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오르테가(오른쪽)와 노벨상 수상자 리고베르타 멘추. /로이터


오르테가 대통령은 이날 수도 마나과에서 열린 산디니스타 혁명 30주년 기념식에서 “대선 재출마를 위해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념식에는 차베스도 참석했다. 오르테가는 1979년 좌파 산디니스타민족해방전선(FSLN)을 이끌고 소모사 독재정권을 몰아낸 뒤 6년간 집권했다. 지난 2007년1월 다시 선거에서 승리, 두 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다. 현행헌법은 대통령 연임을 금하고 있고 임기도 2회로 제한하고 있어 오르테가가 2011년 선거에 나오려면 헌법을 고쳐야 한다. 

장기 집권을 위한 개헌은 몇 년 새 중남미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시작은 차베스였다. 차베스는 두 차례 힘겨운 싸움 끝에 올 초 개헌안을 국민투표에서 통과시켜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같은 ‘좌파 전선’에 속한 에콰도르의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도 개헌 국민투표로 장기집권의 법적 근거를 만들어놓은 상태다.

니카라과와 이웃한 온두라스의 마누엘 셀라야 대통령이 역시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을 밀어붙이려다 지난달 말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다. 

이들 나라의 정치상황은 비슷하다. 좌파가 아슬아슬하게 우위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론은 극도로 양분돼 선거 때마다 좌-우파가 충돌한다. 정부는 사회주의를 내걸고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 빈민·서민층의 지지를 받고 있으나 나머지 절반에 가까운 중산층·보수파들은 ‘좌파 독재’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가지도자들은 통합과 화해를 모색하기보다는 국민투표와 같은 수단을 통해 힘으로 밀어붙이려고만 하고 있다. 온두라스는 대통령의 ‘밀어붙이기’가 역풍에 부딪친 케이스다.

차베스는 주변 좌파 동맹국들을 하나로 묶어 중남미 독립지도자 시몬 볼리바르의 대통합 이상을 실현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니카라과의 개헌 움직임이나 온두라스 사태도 차베스의 이런 야심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셀라야 측과 쿠데타 세력은 19일 셀라야의 귀국 허용 등을 놓고 협상을 했으나 결렬됐다. 온두라스 임시 대통령 로베르토 미첼레티는 “차베스가 정정에 개입,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차베스 편인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등은 셀라야 복귀를 주장하면서 쿠데타 세력을 연일 비난하고 있다. BBC방송은 “셀라야는 2005년 취임할 때까지 차베스와는 일면식도 없었으나 집권 뒤 정치·경제적 난국을 벗어나기 위해 차베스와 손잡았다”“지금은 모든 행보를 차베스와 의논하고 있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니카라과, 볼리비아, 에콰도르, 온두라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차베스가 내주는 석유로 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차베스는 미국이 주도하는 지역 안보협력체인 미주기구(OAS) 대신 2006년 자신이 창설한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동맹(ALBA)’를 지역의 중심축으로 만들려 한다. 

이 기구에는 니카라과, 볼리비아, 에콰도르, 온두라스, 쿠바 등 9개국이 가입돼 있다. 니카라과와 온두라스는 소국이지만 ALBA 내에서는 제법 큰 정치적 지분을 갖고 있다. 차베스는 2005년부터 ‘페트로카리베(Petrocaribe)’라는 협의체를 통해 주변국들에 석유를 내주고 있다. 차베스는 또 ‘알리멘토스 델 카리베(카리브 식량동맹·ADC)'이라는 것을 지난해 신설, 카리브해 빈국들이 식량위기를 겪지 않도록 지원하고 있다.

차베스식 볼리바리즘이 성공을 거둘 지는 알 수 없다. 차베스가 자원을 퍼내 주변국들을 돕는 사이, 베네수엘라에서는 인구 38%가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AP)의 지역전문가 로베르토 발렌시아는 웹사이트 기고에서 “볼리바리즘의 성공 여부는 이같은 내부 모순을 차베스가 극복할 수 있을지,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가 라틴아메리카의 냉전적 도전을 극복해낼 외교력을 보여줄지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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