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오자와 딜레마

딸기21 2009. 9. 1.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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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선에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대행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오자와 그룹’으로 분류되는 중견·신진 정치인들이 대거 의회에 진출했다. 거대 여당을 이끌어갈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차기 총리가 ‘상왕’ 오자와의 처우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1일 하토야마 정권의 난제 중 ‘오자와 처우 문제’를 제1과제로 꼽았다. 하토야마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인사는 당 대표의 전권이므로 내가 혼자 결정할 것”이라며 당 인사권을 누구의 간섭도 없이 직접 챙길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당초 정권인수팀을 출범시키려 했으나, 별도의 팀 없이 하토야마 주도 하에 인사·예산 등 정권 인수작업을 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하토야마는 지난 31일 오자와 대표대행,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 등 당3역을 불러 사민·국민신당과의 연립 문제를 논의했으나 인사와 관련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하토야마가 중의원 최대 파벌로 부상한 오자와 그룹을 무시하기는 힘든 형편이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당 초선의원 195명 중 70명은 오자와에 ‘선거 기술’을 직접 전수받은 이른바 ‘오자와 칠드런’이다. 일본 언론들은 오자와가 자민당 거물들을 떨어뜨리기 위해 전략공천한 ‘미녀 자객’들을 ‘오자와 걸즈(girls)’라 부르며 연일 화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 외에 이전부터 오자와 주변에 결집한 일신회(一新會)’ 멤버 50명 등 120명 이상이 오자와 그룹으로 분류된다. 이번 총선으로 멤버가 두배 이상으로 불어나 자민당의 옛 다나카(田中)파와 다케시타(竹下)파에 육박하는 규모가 된 것이다. 반면 하토야마 그룹은 45명, 간 나오토 그룹은 40명 정도에 그치고 있다.


당장 오자와가 어떤 직책을 맡을지가 관심이다. 간 대표대행의 경우 입각이 예상되는 반면 오자와는 입각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31일 밤 NHK 방송에 출연한 오카다는 “입각하지 않으면 주요 정책결정에서 소외될 것”이라며 오자와 입각 가능성을 점쳤으나, 하토야마와 오자와는 모두 오자와가 당에 남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당내에서는 선거의 귀재인 오자와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오자와도 당을 맡겠다는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표현해왔다.

문제는 직책이다. 하토야마 지지자들은 “하토야마 차기 총리가 내각과 당에서 실권을 행사할 수 있게끔 오자와는 대표대행 직에 계속 머물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오자와 주변에서는 “이제는 야당이 아닌 집권 여당이므로 오자와 같은 강완(剛腕·실력자)이 간사장을 맡아 당의 얼굴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오자와가 입각하지 않고 간사장이 되면 하토야마는 당권을 사실상 잃고 ‘무늬만 총리’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때문에 비(非) 오자와 그룹은 벌써부터 오자와 그룹을 물밑에서 견제하고 있다. 하토야마와 오자와의 ‘이중 권력구조’가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차세대 주자를 꿈꾸는 오카다까지 뛰어들면 ‘권력경쟁 3파전’이 벌어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요미우리 등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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