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유라시아 동맹축 '지각변동'

딸기21 2005. 4. 1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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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의 ‘동맹축’이 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접근하고, 이란과 인도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매개로 밀착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미국과 파키스탄, 러시아와 인도·이란 등 전통적인 우호관계의 틀을 넘어 과거 적대하던 나라들 간에 동맹관계를 다시 짜기 위한 치열한 물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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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에서 협력으로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지난 11일 인도 뉴델리에서 양국이 ‘전략적 동반자관계’임을 천명하는 11개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1962년 국경지대 영토갈등으로 전쟁까지 치렀던 두 나라는 오랜 분쟁을 끝내고 경제·문화·과학기술·관광 등 전방위적인 협력에 합의했다.

인도는 올초 잠재적인 중동의 패권국인 이란과 400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 수입계약을 맺고 파이프라인 설치에 합의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관계도 본질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오는 16일부터 사흘간 인도를 방문해 싱 인도 총리와 만나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평화협정으로 가는 돌파구를 모색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중국에 매년 3000만t 이상의 석유를 공급키로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등, 냉전 시절의 라이벌이었던 중국과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란과도 오래전부터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러시아는 이란의 부셰르 핵발전소 건설을 지원해 미국의 반발을 사왔다. 러시아와 인도 사이에는 지난 2001년 군사협력 협정이 맺어졌으며, 러시아는 인도에 2007∼2008년까지 일류신 수송기와 수호이 등 전투기를 판매키로 했다.

미국 독주를 막아라

유라시아 대국들 간 이합집산을 불러온 요인으로는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의 독주를 막으려는 견제심리와 ▲중국·인도의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들 수 있다. 미국의 잇단 외교적 강경책과 두 차례의 전쟁이 각국의 동맹을 재촉했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과 인도가 고도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중동 지역에까지 손을 뻗는 것은 경제발전의 필연적인 귀결이기도 하지만 미국의 노골적인 에너지 확보전에 자극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인도는 오랫동안 군비경쟁을 벌여온 파키스탄이 지난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적대관계를 청산하자 중국·러시아와의 협력을 부쩍 강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냉전 시기 파키스탄과 군사적 협력을 계속하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으나 최근에는 인도 쪽에 기울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캐스팅보트를 쥔 인도

러·중·인도·파키스탄은 모두 핵보유국이고, 이란도 핵개발 의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것은 인도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에 다가가는 인도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아시아전문가 스티븐 코언은 “중국과 인도의 밀착은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언은 “미국은 인도가 중국을 견제하게끔 하는 동시에, 인도의 성장이 남아시아 지역의 불안요인이 되지 않도록 묶어둬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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