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항공대란 '세계로 불똥'

딸기21 2010. 4. 21. 21:43
728x90

항공대란 파장이 끝이 없네요.
우리 부서 후배는 르완다 갔다가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케냐항공 비행기가 나이로비에서 트랜짓을 하거든요. 그런데 나이로비가 동아프리카의 허브공항이다보니 유럽행 항공편이 밀려서, 남아공 가는 비행기가 2시간 늦어졌답니다.
근데 울 후배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도착하자마자 케이프타운으로 국내선 타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국내선 항공권은 꼼짝없이 날렸죠. 또다른 후배는 지난 주말에 독일로 출발을 했어야 하는데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오늘 출발했고요.
아시다시피 우리 라불리는 제네바를 헤매다가.. 지금은 비행기 탔으려나.

암튼, 유럽 하늘길은 열리기 시작했지만 엿새 동안 계속된 항공대란의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갑작스런 물류 중단사태가 벌어지니, 항공·여행업계의 손실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2차 파장’이 확산되는 분위기입니다.



A worker arranges roses for export to the European market at the Maridadi flowers‘ warehouse in Naivasha,
90 km (56 miles) west of Kenya’s capital Nairobi, April 19, 2010. |로이터


사정이 가장 급한 곳은 식음료·화훼 등 ‘신속한 재료 배달’이 생명인 업종들이겠죠.
일본 초밥체인 ‘구라스시’에서는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이 중단돼 전국 250개 점포에서 인기 품목인 연어초밥이 자취를 감췄다고 합니다. 일부 업소는 아예 휴업에 들어갔고요.
시사주간 타임은 21일 “참치와 파인애플을 어디서 찾나”라는 기사에서 이번 사태로 식재료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영국 식당들 풍경을 소개했습니다. 하루 100t 분량의 해산물을 팔던 런던 빌링스게이트 어시장의 상인 마이크 엘긴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지금은 이리로 물건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엘긴에게서 참치를 공급받던 런던 유명 초밥집 ‘치소’는 참치초밥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아이슬란드 화산 사태의 최대 피해자인 영국은 손실이 막대한 모양입니다. 영국항공(BA) 등 항공업계의 손실은 논외로 하더라도 치즈, 위스키 등 식음료에서 고급 패딩턴 부츠까지 모두 수출이 중단됐다는군요. 앤초비 소스나 이탈리아산 치즈 등, 수입 식재료가 없어서 레스토랑들마다 난리고... 중동에서 과일과 채소 등을 수입해 팔던 미국 유통업체들도 아우성입니다.

하루 1000만 송이의 꽃을 유럽으로 수출하던 케냐의 화훼농민들은 화물을 못 보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브로콜리, 아스파라거스 등의 채소도 공항에 묶여 있습니다. 이스라엘, 에콰도르, 콜롬비아, 코스타리카의 공항에서도 유럽시장에 넘어가지 못한 장미와 카네이션들이 줄기째 시들고 있습니다. 냉장시설이 없는 가나의 공항에서 파인애플이 썩어간다고 합니다.



Passenger Chris, his wife Val and their daughter Mia, 4, no family name given, arrive back at Manchester Airport, England from their holiday in Cuba Wednesday April 21, 2010. |AP



부품공급 차질로 제조업도 손실을 입기 시작했습니다. 일본 닛산자동차는 타이어 공기압 센서 수입이 중단되자 소형차 큐브, SUV 무라노 등을 생산하던 가나가와현과 후쿠오카현 공장의 조업을 21일 일시 중단시켰습니다.
독일 BMW는 미국 공장에 부품을 공급하지 못해 가동중단 조치를 취했고요. 인도의 보석 가공공장들은 벨기에 앤트워프에서 영국을 거쳐 들여오던 다이아몬드 원석의 공급이 떨어지자 일손을 놓았습니다.

반면 때 아닌 특수를 누리는 분야도 있습니다. 유럽 주요 도시 공항부근 호텔 객실료는 평소보다 몇 배로 뛰었습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유럽 전역 철도들은 북새통이고 영국과 유럽 대륙을 잇는 유로스타는 지난 주말 평소 승객수 5만명의 3배가 넘는 16만5000명을 수송했습니다.

카리브해 관광지인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의 호텔들은 휴가를 끝내고도 귀국하지 못하는 유럽 승객들의 ‘연장 체류’로 이득을 보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습니다. 산호초로 유명한 카리브해 섬나라 트리니다드토바고의 리조트들도 투숙객이 넘친다고 하네요.
자메이카에는 유럽으로 돌아가지 못한 관광객 2500명이 떠돌고 있는데, 대부분은 영국인이라고 합니다. 반면 미국 관광협회는 이번 사태로 하루 1억3000만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다며 유럽이 ‘과잉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