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변호사요, 고달프고 시시해요”

딸기21 2010. 6. 1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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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디애나주 노터데임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한 애덤 오시엘스키는 5년 전 학교를 졸업할 무렵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가 될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로스쿨을 나와 법무법인에 들어간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니, 하루 종일 바쁜 업무와 고달픈 생활에 시달리고 있었다.
오시엘스키는 로스쿨 대신 카리브해의 가난한 섬나라 아이티 행을 택했다. 그곳 자선단체의 집지어주기 프로그램에 참가해 온갖 일을 했다. 하지만 자격증이 없어 전기배선·설비를 할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미국으로 돌아간 그는 워싱턴의 가구회사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며 국제전기노동자연합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전기기술자격증을 땄다. 이제 29세가 된 오시엘스키는 “트럭을 몰고 달리다 보면 변호사 일 따위는 시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렇게 일하며 경력을 개발해가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미국의 대학졸업생들이 취업난에 시달린지는 오래다.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의 개발된 국가에서 ‘대학졸업자’는 포화상태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 “미국 워싱턴의 경우 전체 주민 중 대졸자 비율이 47%를 넘어섰다”면서 허울 뿐인 졸업장을 버리고 ‘블루 칼러의 일’을 찾아나선 젊은이들을 소개했다.

대표적인 예가 한동안 각광받던 경영학석사과정(MBA) 졸업자들이다. 경제가 붐을 이루던 시절, MBA는 고액연봉으로 가는 보증수표처럼 보였다. 너나없이 MBA에 도전해 정부와 금융기관, 거대기업의 경영·회계 컨설턴트가 되는 꿈을 꿨다. 대학을 넘어 대학원 진학이 늘어나면서 미국 젊은이들이 진로를 결정하는 시기는 25세 정도로 미뤄졌다. 학문을 할 사람과 기술자가 될 사람이 고교 시절 이미 갈리는 독일의 경우 진로결정 시기가 18세인 것에 비하면 미국은 초년병들의 사회진출이 7년이나 늦는 셈이었다.

경기가 나빠져 일자리가 줄어들자 MBA자격증이나 대학졸업장, 석사학위 대신 엔지니어 일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었다. 펜실베이니아 출신인 재러드 테일러는 부모와 주변의 압력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주립대학에 들어가 공학과 글쓰기를 공부했다. 하지만 졸업을 해도 일자리는 없을 것 같았고, 2년 만에 중퇴해 배관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 파이프·스프링쿨러 설비를 배워 중견 설비업체에 취직,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
버지니아 출신인 브라이언 존스는 항공우주국(NASA) 기술자를 꿈꾸고 메릴랜드주 맥대니얼 컬리지 물리학과에 들어갔으나 항공우주공학자로의 길은 모두에 열려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대학 3학년 때 꿈을 접고 전기기술자 훈련을 택했다. 

미국에서 숙련노동자들은 연간 6만5000~8만5000달러(약 8000만~1억원)를 번다. 건축·배관, 목공, 자동차조립, 전기기술 등 엔지니어가 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노동부의 기술직 육성 프로그램 등록자 수는 55만명으로 늘었다. 노동통계국은 건설노동자 중 7% 이상이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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