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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에서 온 소식

딸기21 2005. 6. 1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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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 유혈진압으로 에티오피아 정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는 상가가 철시하고 시민들이 대피해 `유령의 도시'처럼 변해버렸다. 보안군 발포로 숨진 희생자 가족들은 오열하고 있고,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들이 병원에 안치돼 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아디스아바바에 체류하고 있는 한국인 선교사 박종국씨가 이메일로 현지 상황을 전해왔다.


아디스아바바 시내 메넬릭 병원 뒤뜰에 놓인 시신들. (AFP/Marco Longari)


오열하는 희생자 가족. (AFP/Marco Longari)


아디스아바바 시내 메스켈 광장을 차지한 보안군. (Andrew Heavens/Reuters)

9일 경찰은 전날 시위 진압과정에서 숨진 사람 수가 22명에서 26명으로 늘어났다고 발표하면서 "버스가 불타고 은행이 약탈당하는 상황에서 치안 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에티오피아 정부는 지난달 15일 총선 실시 이후 시위금지령을 내린 바 있다. 

이같은 정부 발표에 대해 박씨는 사상자가 120여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현재 아디스아바바대학 학생들을 중심으로 시내 3개 대학 학생 1000여명이 보안군에 끌려갔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들이 군 수용소에서 모진 구타와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지난 1991년 집권한 멜레스 제나위 총리는 오랜 게릴라전 경험을 통해 `산악싸움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군대를 장악하고 있어 `아디스아바바의 시위사태는 아무것도 아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박씨는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보안군 발포가 있은 뒤 아디스아바바 도심이 텅 비어 유령의 도시처럼 변했다고 보도했다. 보안군이 시위대에 발포한 마르카토와 피아자 거리를 비롯해 시내 상점가는 문을 닫았고, 경찰이 도심 곳곳에서 삼엄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 택시운전사들도 정부의 강경진압에 항의해 이틀째 파업을 벌이고 있어 경찰 이외에 시민들의 모습은 거리에서 찾기 힘들다고 방송은 전했다.


야당인 통일민주연합(CUD) 지도자들의 가택연금은 하루만에 해제됐지만 여전히 보안요원들이 밀착 감시를 벌이고 있다. 연금에서 풀려난 CUD 총재 하일루 셰왈은 "CUD 당원 14명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보안군 발포로 숨진 이들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는 희생자 가족들이 모여들어 오열했다. 시내에 있는 메넬릭병원 등에는 아직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 10여구가 있다고 BBC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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