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딸기21 2005. 5. 2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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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When Sophie Gets Angry -Really, Really Angry... 
몰리 뱅 (지은이) | 이은화 (옮긴이) | 케이유니버스 | 2000-12-23 



최근 읽은 아이 그림책 중에 가장 맘에 드는 책. 이건 아이가 아니라 나를 위한 책이다. '제 분에 못이겨 아이에게 화내는 엄마'를 위한 책. 

그림이 처음엔 좀 낯설었다. 굵은 테두리가 있는 그림책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면과 면을 굵은 선으로 구분해놓는 것이 아이의 정서발달엔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어디서 주워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때문이다. 그런고로 나는 피카추 따위의 그림을 몹시 안 좋아한다. 헌데 이 책은 바로 그 테두리로 넘쳐난다. 사람도, 인형도, 색색깔 테두리로 둘러쳐져 있다. 하지만 테두리색이 검정이 아니라 빨강 노랑 초록 다양한 색깔들로 되어있어서 테두리는 용서해주기로 했다. 

내용은... 멋지다. 아그들아, 친구들이랑 형제자매랑 사이좋게 놀아라, 화내지 말어라, 친구가 장난감 같이 갖고놀자 하면 같이 갖고 놀고, (한술 더떠) 양보하거라... 라고 말하는 어른(=나) 같이 한심한 건 없다. 내 어릴적을 돌이켜봐도 가장 싫은 것이 '양보하라'는 말이었다. 그래서 양보를 안 했다. 그리고 혼이 났다. 난 양보 안한다고 혼내는 어른들이 제일 미웠다. 아이도 화가 날 수 있다는 걸 인정치 않는 어른들, 아이가 화를 낸다는 이유로 수십배 더 화내는 어른들(=나), 화를 다스리는 법은 가르쳐주지 않으면서 공염불만 외우는 어른들. 어린 쏘피만도 못한 어른, 그게 바로 나다.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쏘피처럼 하거라, 앞으론 아이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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