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플라이 대디 플라이- 못난이 아빠와 소년특공대

딸기21 2005. 5. 2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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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이, 대디, 플라이 

가네시로 카즈키 (지은이), 양억관 (옮긴이) | 북폴리오



가네시로 카즈키. 일본 이름의 재일조선인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집에 이 작가의 소설책 몇권이 있었는데 한번도 들춰보지를 않았다. ‘재일한국인(자이니치)’이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러웠다고 할까, 아무튼 그랬다. 독자인 내가 저 꼬리표를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책장 한번 안 열어봤을 정도인데 작가 자신에게는 얼마나 부담스러웠을까. 

그 꼬리표는 소설 안에서 그냥 달랑달랑, 분명 눈에 띄는 표식인 동시에(주인공의 한 명인 ‘박순신’의 이름에서 드러나듯) 무겁지도 음울하지도 않게 달려있다. 무거움, 어두움, 그런 것들을 예상하고 있던 나의 선입견은 책 앞날개에 쓰여 있는 작가 소개를 읽으면서 달아나버렸다. 


이 정도면 마음 편히 읽어도 괜찮겠구나. 벌써 꽤 오래 계속되고 있는 내 ‘소설기피증’은 다른 말로 ‘무거움 기피증’ ‘사람 들여다보기 싫음증’이라고 하는 것인데, 이 소설은 작가 소개 덕분에 내 나름의 필터를 무사통과한 셈이다. 

책은 한 소시민 아버지가 폭력에 희생된 딸을 트라우마에서 구하기 위해 무장투쟁에 나서는 과정, 그리고 이 아버지를 돕는 외인부대 소년병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으랏차차 스모부’나 ‘섈 위 댄스’ 같은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패자부활전을 연상케 하기도 한다. 

책을 읽는 동안 경쾌한 문체에 빠져들었다. 내가 읽어본 일본 작가의 소설 중에서 이와 비슷한 문체가 분명 있었는데, 하면서 생각을 해보니 분명 하루키는 아니다. 류도 아니다. 그럼 누구일까 궁리 아닌 궁리를 하다가 아사다 지로가 떠올랐다. 직설적이고 유쾌한 화법이 얼핏 아사다 지로와 닮은 듯한 느낌. 하지만 아사다 지로에게서는 조폭적인, 권력의 뒷골목 같은 냄새가 나는 반면에 가네시로에게는 변두리 사람들에게서 풍겨나오는 산뜻한 도발, 그런 분위기가 있다. 파릇파릇한 외인부대의 감성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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