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카리브해 해적선 발굴

딸기21 2011. 8. 10. 22:01
728x90
300여년 전 카리브해를 풍미했던 해적선이 발굴됐습니다. 미국 ABC방송,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화제의 배는 전설적인 17세기 해적 캡틴 모건이 이끌었던 해적단의 기함 ‘새티스팩션’호라고 합니다. 

올초에 미국 텍사스주립대 고고학팀이 해저탐사를 통해서 이 배를 발견했고, 몇개월에 걸쳐 발굴을 한 끝에 모래와 진흙에 뒤덮여 있던 선체 일부를 파냈다고 합니다. 이 배는 1671년 캡틴 모건이 파나마의 산 로렌조 요새를 스페인에게서 빼앗으려고 출항시킨 선단 중 우두머리 배였는데 산호초에 걸려 침몰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시 캡틴 모건의 선단 다섯척이 중부 파나마 챠그레스 강 하구의 라하스 산호초라는 거대한 산호초에 걸려 모두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모건 선단의 난파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어서 수집가라든가 호사가들의 관심거리가 되곤 했답니다.

캡틴 모건(Captain Henry Morgan)은 어떤 인물일까요?
 
영국 입장에서 보면 해상 영웅이겠죠. 이름은 헨리 모건인데 나중에 작위를 받아 공식적으로 영국에서는 헨리 모건 경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스페인 입장에서는 카리브해 식민지들을 빼앗으러 온 경쟁자였습니다.

카리브해 원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요. 서방 제국주의 침탈세력을 이끈 침략자였겠죠. 모건의 선발대는 실제로 스페인으로부터 산 로렌조 요새를 빼앗은 뒤 파괴해버렸습니다. 그 공로로 기사작위를 받았고 1674년에는 자메이카 부총독으로도 임명됐다고 합니다.

캡틴 모건의 초상화


하지만 실제로는 17세기 카리브해를 주름잡은 모건 선장 같은 뱃사람들은 유럽 왕실들을 등에 업고 중미 일대에서 노략질을 했던 해적들이었다는 게 현대 사가들의 분석입니다.
모건은 영국 왕실로부터 무역항로를 지키라는 명을 받고 활동했다고 하지만, 파나마 일대를 돌며 해적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발굴팀을 이끈 고고학자 프리츠 한셀만도 “이번 발굴이 영국 ‘대항해 시대’의 부끄러운 역사에도 빛을 비추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제국주의 침탈의 역사에 대해서는 많은 서방 학자들이 연구를 해왔지만 해적이 그 주인공이 되지는 못했고, 카리브해 침략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그들의 역사는 사실상 가려져 있었으니 말입니다.

과연 그 해적들이 어떤 존재였는지, 영화 속에서처럼 낭만적인 존재들로만 볼 수 있는 건지
앞으로 연구를 해야겠죠.

그건 그렇고.

어릴 적에 해적을 주인공으로 한 유럽 동화나 소설 같은 걸 보면 해적들이 해골 깃발이 달린 배를 타고 다니면서 럼주를 마시는 장면이 늘 나왔습니다. 캡틴 모건 럼 회사라는 영국의 주류 회사가 있습니다. 그 회사에서 일종의 홍보 효과를 노리고 해적선 탐사 비용을 댔습니다. 

바다 속으로 다이버들을 집어넣어 해적선의 위치를 찾아내고, 물 속에서 발굴 작업을 해야하니 당연히 돈이 들어가겠죠. 배가 난파된 대략적인 위치는 알려져 있었지만, 자기력을 이용한 값비싼 탐사장비를 이용해야 해저탐사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합니다. 텍사스주립대 팀도 조사를 하다가 비용이 없어서 배 위치를 확인하고 쇠로 된 포환 몇 개만 건진 뒤 탐사를 중단하려고 했는데 이 럼주 회사에서 돈을 내 간신히 발굴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합니다.

Weapons: Experts said the size and shape of the cannons appear to be a close match with the characteristics of small iron cannon of the Seventeenth Century

 
해적선에서 보물은 안 나왔을까요?
 
쇠포환들을 건져냈고, 산호초에 걸려 있던 나무 상자들도 몇 개 들어올렸다고 하는데 아직 열지는 않았습니다. 외신들을 보니 “럼주 회사에서 돈 댄 해적선 탐사에서 럼주 박스가 혹시 나오지 않을까”하는 내용들이 있던데 아직 내용물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내용물이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함부로 열수도 없기 때문에 먼저 외부에서 조사를 해봐야겠죠. 

물론 탐사팀은 “이 배 자체가 보물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배에서 나오는 모든 물건들은 파나마 국립문화원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Fire power: Archaeologists examine the decayed cannons that are believed to have come from fearsome bucaneer Henry Morgan’s ship, the Satisfaction, which sank in Panama in 1671

먼 과거의 일 같지만... 아직도 바다밑 보물선을 찾아나서는 이들은 많습니다.
 
지금도 외신에는 잊을만하면 보물선을 둘러싼 얘기들이 올라옵니다. 몇해전 핀란드에 인접한 발트해의 바다 밑에서 난파한 선박을 놓고 러시아-네덜란드-핀란드 간에 설전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이 배는 약 230년 전 유럽 곳곳을 돌며 예술작품과 공예품을 모아 싣고 러시아로 돌아가던 로마노프 왕실의 배 ‘프라우 마리아(Frau Maria; Vrouw Maria)’호였습니다. 배에는 싯가를 따지기 힘들 정도로 값비싼 조각과 공예품들이 잔뜩 실려있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트레저 헌터라고 불리는 세계의 보물 사냥꾼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러시아 황실의 보물이 가득 실을 채 가라앉은 난파선 이야기가 떠돌아서 추적전이 벌어져왔었답니다. 

1999년 핀란드의 스쿠버다이버들이 발트해를 탐사하다가 프라우 마리아를 발견했습니다. 다이버들의 탐사보고서에 따르면 배에는 렘브란트와 반 고옌 등 네덜란드 화가들의 걸작 27점이 실려있었다고 합니다. 신기하게도 그림들은 워낙 잘 밀봉되어 크게 손상되지 않았고, 조각과 도자기들과 금화와 은화들이 우르르 발견됐습니다.

프라우 마리아를 발견한 핀란드 측, 그리고 거기 실린 물건의 산지인 네덜란드 측, 그리고 배의 주인인 러시아 측이 서로 자기네들 것이라고 다퉜는데, 지금까지 소유권 분쟁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협상이 끝나기 전까지 기다리느라고, 아직 건져올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오들오들매거진] 보물선 싸움


2007년 5월에는 영국령 지브롤터에 가까운 대서양 공해 상에서 스페인 보물선이 발견됐습니다. 스페인은 대서양 항로를 주름잡던 해양강국이었기 때문에 보물선 탐사 얘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4년전 발견된 보물선에는 시가 10억달러 어치의 금괴에다가 5억달러 어치가 넘는 보물이 실려 있었습니다. 이 배를 발견한 것은 오딧세이 해양탐사라는 회사였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에 본사를 두고 세계 여러 바다에서 보물선만 찾아다니는 보물탐사 전문 기업입니다.

스페인 측은 이 배가 19세기 초반 영국 해군 공격으로 침몰한 자기네 함선이므로 보물을 내놓으라고 요구했습니다. 영국은 여기 끼어들어서, 카리브해 쪽에서 17세기에 영국으로 돌아오다가 침몰한 영국 선적 화물선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배를 발견해 끌어올린 오딧세이 회사 측은 “바다에서 건져올린 물건은 인양한 사람 것이 되는 게 해양법의 관례”라고 맞서면서 외교전으로까지 비화됐고, 결국 소송으로 갔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에 소송이 제기됐는데 역시 아직까지 법정 다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위키리크스에 공개된 미국 외교전문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까지 나서서 스페인 정부와 오딧세이 간 협상 중재를 했다고 해서 또 한 차례 화제가 됐었죠.

유네스코가 2001년 통과시킨 ‘해저 문화유산에 관한 협약’이라는 게 있습니다. 스페인은 그 비준국가이기도 합니다. 일각에선 바다밑 보물선들을 돈이 아닌 문화유산으로 보아 보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