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동유럽 상상 여행

2. 동유럽에 사는 사람들

딸기21 2012. 4. 26. 23:33
728x90

2. 동유럽의 민족 분포


동유럽에는 다양한 민족들이 살고 있습니다... 라고 하면 너무 당연한 얘기겠죠 ^^;; 

그 중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는 집시, 블라흐계, 유대인, 이탈리아계, 프리올리계 등을 제외하면 동유럽의 주요 민족은 슬라브계와 게르만계, 투르크(터키)계, 그리고 토착 독립민족의 4부류로 나뉩니다.


북부 프리피야트 강(이 강의 알파벳 표기는 Pripyat ... 허나 읽는 법은 폴란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등에서 조금씩 다르네요. 일단  프리피야트라 해두죠;;) 유역의 드넓은 습지대에서 살았던 슬라브 민족은 5~7세기 동유럽으로 이동해 왔습니다. 슬라브족은 서쪽으로 옮겨오면서 과거와 다른 새로운 환경에 점점 적응해갔습니다. 고대 슬라브족에서 분화한 폴란드계, 체코계, 모라비아계, 슬로바키아계, 그리고 소르브족 등을 가리켜 ‘서슬라브계’라 부릅니다. 


(잠시 딴길로 새자면... Belarus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공식 표기가 '벨로루시'였는데 최근 '벨라루스'로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백러시아라고 불렀어요... 그래서 저는 정말로 '러시아 중에서 더욱 하얀 러시아'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답니다... 물론, 백러시아가 소련 붕괴 뒤 새로운 나라로 독립하기 한참 전, 러시아 소설들 읽던 소싯적 이야기입니다만 ㅎㅎ)


프리피야트 강 유역의 또다른 슬라브 부족들은 남쪽과 남서쪽으로 이동해 멀리 그리스 본토인 펠로폰네소스 반도까지 나갔습니다. 남동부 유럽에 정착한 불가리아계, 크로아티아계, 몬테네그로계, 마케도니아계, 세르비아계, 슬로베니아계 등을 통칭 남슬라브계라 합니다. 



오늘날의 벨라루스를 가로질러 흐르는 프리피야트 강. 하필이면 체르노빌 핵폭발 사고로 죽음의 지대가 된 곳을 통과해 간답니다. 저 배들은, 체르노빌 이후 alienation 된 지역에 버려진 배들이랍니다.




이들 외에 세 번째 슬라브계 그룹이 있습니다. 프리피야트 강 유역에 그대로 남았거나 아니면 더 동쪽, 동북쪽으로 옮겨가 울창한 삼림지대로 들어가거나 광대한 유라시아의 스텝 평야로 나간 사람들입니다. 이들 대(大)러시아계, 벨라루스계, 우크라이나계, 루테니아계 등은 동슬라브계로 불립니다.


동유럽에는 게르만족 인구도 꽤 많습니다. 게르만계는 대부분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몰려 있지만, 중세 초기 이래로 중·동부 유럽에도 독일어 계통의 언어를 쓰는 게르만계가 상당수 유입돼 왔습니다. 


게르만족의 또 다른 분파는 동유럽의 북서쪽 끝자락에 원래부터 살고 있던 사람들입니다. 동유럽의 비(非)게르만계 지배자들은 12세기가 시작될 무렵 서쪽의 게르만족 집단들을 끌어들여 군대를 충원하거나 서유럽과의 교역에 동원했습니다. 광산의 인부로 삼기도 했습니다. 북동부 유럽의 프로이센인들과 중동부 헝가리·트란실바니아의 작슨족 등이 이렇게 들어온 게르만계 민족들입니다. 


남동부 불가리아와 세르비아에도 다양한 게르만족 공동체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해서 중세가 끝날 무렵에는 발트 해에서 발칸에 이르기까지 동유럽 전역에 게르만족이 점점이 분포하게 됐습니다. 대부분의 게르만계는 발칸의 문화에 동화됐지만 여전히 민족분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위치를 점하고 있습니다. (먼 훗날의 이야기이지만... 오늘날의 폴란드 지역에 사는 게르만인들, 그들이 사는 곳을 '독일'로 포함시켜야 한다며 히틀러가 폴란드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는 명분이 되기도 했지요)



제례를 지내는 슬라브 족. '슬라브'라는 말은 노예(slave)와 어원이 같다더군요. 그림/위키피디아




또 하나, 동유럽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투르크계입니다. 동유럽을 수백년간 지배해온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투르크족 말말입니다. 물론, 슬라브계가 이동해온 5~7세기 무렵은 아직까지는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씨앗도 뿌려지기 전이고... 


아무튼 제국이 생겨나기 전 이미 투르크계는 동유럽에 진출해 있었다는 것. 투르크계의 등장은 중부, 남동부 유럽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투르크계는 마자르계(헝가리인)의 영토였던 판노니아 평원으로 밀려들어왔습니다. 이전의 투르크계 유목민족들이 유럽에 나타났다가 붕괴되거나 되돌아 나갔던 것과 달리 새로이 들어온 이들은 그 자리에 눌러 앉았습니다. 


그들은 판노니아 평원을 장악하고 동유럽의 심장부에 중앙집권화된 강력한 나라를 세웠습니다. 동유럽의 심장부에 영구 정착한 투르크계는 이 지역의 민족분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남·서·동슬라브계는 중심부를 장악한 투르크계로 인해 서로 간의 연결고리를 잃게 됐으며 언어적으로도 분화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서기 650년 무렵의 동유럽. 비잔틴 제국(동로마)은 쪼그라들었고, 사산조 페르시아도 붕괴해가는 중이었고요. 반면 이슬람 칼리프 세력은 점점 확대되는 상황이었죠. 지도는 역시 위키에서 퍼왔습니다.




투르크계 불가르족은 7세기 말 남동부 유럽의 다뉴브 남쪽에 나라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8세기 경 정교로 개종했고, 9세기 무렵이 되자 자신들이 점령한 슬라브계 피지배민족의 문화에 완전히 동화됐습니다. 불가르인들의 문화는 사라졌으며 불가리아라는 슬라브계 민족을 통해 이름만 살아남았습니다. 


우제, 페체네크, 쿠만 등 여러 투르크계 부족들이 9~11세기 남동부 유럽에 나타났다가 불가르족과 같은 운명을 걸었습니다. 지금은 흑해 부근 해안지역에만 이들의 흔적이 흩어져 남아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훗날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 동유럽을 500년 동안 지배하자 다시 투르크계 공동체들이 트라케를 비롯한 곳곳에 생겨나게 됐습니다. 자손을 잘 두어 그 덕을 봤다고 해야 할까요?



이거슨 뜬금없이 등장하는 알폰소 무하(뮈샤)의 작품... 한때 무하에 버닝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지금 등장한 이유는? 무하가 말년에 슬라브주의로 향해갔기 때문... 체코에 있다는 무하 미술관에 기필코 가보리라 다시한번 다짐해봅니다. ㅎㅎ




주류에 속하지 않는 토착 원주민 민족들도 동유럽에서 꾸준히 살아남았습니다. 남동부 유럽의 그리스인들은 슬라브인들이 밀려 내려와 발칸 반도를 장악하고 영구 정착한 6~7세기 이후에도 터전을 지켰습니다. 10세기 말이 되면 그리스계는 비잔틴제국의 무력에 기대어 옛 영토들을 거의 다 되차지했습니다. 뒤를 이은 오스만 투르크 제국도 그리스계 정치적·문화적 특권을 주고 상거래에서도 우월한 지위를 보장해줬습니다. 덕택에 그리스계는 마케도니아, 트라케, 알바니아 등지에 확실히 뿌리를 내릴 수 있었습니다. 


발칸 반도 아드리아 해안에 살고 있는 알바니아계도 토착 독립민족입니다. 이들은 고대 일리리아어에서 파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자신들만의 언어를 씁니다(알바니아계는 스페인 북서부의 바스크족과 함께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민족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발칸 북동부를 점하고 있는 루마니아계는 고대 다크족의 후예로 추정되나 라틴어에 바탕을 둔 언어를 씁니다. 루마니아인들은 2~3세기 약 150년 동안 다키아 속주(다키아라는 이름을 접하며 문득 떠오른 기억... 혹시 황미나의 초기 작품 '이오니아의 푸른 별'을 아시나요? 음.. 이렇게 쓰고보니 완존 나이인증이 되어버리는;; 암튼 그 작품의 배경이 가상의 나라 '다키아'였답니다. ㅎㅎㅎ)를 만들어 발칸을 다스린 로마 제국의 후예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