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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타산지석, 부시 반면교사... 오바마의 중동 정책은 '옆에서 보는 것'?

딸기21 2013. 3. 2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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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자들 전철을 밟지 않으려니 빈손에 빈말뿐.” 

 

취임 이래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처음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처지다. 수십년 된 이·팔 분쟁에 대해 딱히 내놓을 것이 없고, 당면 현안인 이란 핵과 시리아 사태에 대해서도 뾰족한 답이 없기 때문이다.

 

중동 순방 둘째날인 21일 오바마는 헬기를 타고 예루살렘에서 요르단강 서안의 라말라로 이동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있는 라말라는 예루살렘에서 불과 10㎞ 떨어져 있다. 세계의 지탄을 받는 이스라엘의 분리장벽을 지나지 않으려고 굳이 헬기를 탄 것으로 풀이됐다. 


오바마는 라말라에서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통령과 회담했지만 원론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반발 속에서 요르단강 서안에 ‘E1 정착촌’이라는 새 유대인 거주지를 지으려 하면서 평화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오바마는 회담 뒤 “정착촌 건설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며 “팔레스타인의 국가건설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측 반응은 싸늘했고, 회담장 밖에서는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


President Barack Obama and Palestinian Prime Minister Salam Fayyad, center, greet members of a local youth dance group after watching them perform during their visit to the Al-Bireh Youth Center in the West Bank city of Ramallah. /AP 


오바마는 전날 이스라엘에 도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을 만났다. 오바마는 미-이스라엘 동맹관계를 강조하며 우애를 과시했지만 이 때도 평화협상을 이끌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내 목표는 이·팔 양측의 입장을 듣는 것”이라고 스스로 기대치를 낮췄으며, “양측이 신뢰를 쌓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말만 했다.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은 “오바마는 중동 문제에서 주도권을 잡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오바마의 타산지석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다. 클린턴은 집권 1기의 경제 치적을 바탕으로 2기엔 외교에 치중했다. 하지만 가장 야심차게 뛰어든 이·팔 평화협상이 진퇴를 거듭하면서 안팎의 비난만 받았다. 

 

이번 순방에서 오바마의 관심사는 이·팔 어느 쪽도 아닌 이란이다. ‘이란 핵시설 선제공격론’을 주장해온 이스라엘을 달래는 것이 당면 목표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으로 지친 미국이 이란을 공습할 가능성은 희박하며, 이스라엘이 나서는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문제에서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순방 중 갑자기 부각된 시리아 화학무기 의혹도 오바마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시리아 정부와 반군은 서로 상대가 화학무기를 썼다고 비난했고, 알레포와 다마스쿠스 부근 두 마을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화학무기를 기정사실화하면서 강경대응을 부추기고 있다. 


화학무기는 대량살상무기의 하나로, 전임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그것을 핑계로 이라크를 공격했다. 시리아 화학무기가 확인되면 미국은 군사행동으로 떼밀릴 공산이 크다. 오바마는 20일 이 문제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클린턴의 ‘개입’과 부시의 ‘전쟁’ 중 어느 쪽도 답습하지 않겠다는 오바마의 태도엔 이유가 있다. 경제위기와 재정난에 처한 미국은 지금 남의 분쟁에 나설 처지가 아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미국의 에너지 수급에서 중동 의존도는 낮아지고 미주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중동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지켜주던 중동의 친미 정권들은 쫓겨났거나 몰락하고 있다. 하레츠는 “이제 미국은 옆으로 비켜서서 누가 이기는지 지켜보고 싶어한다”며 오바마는 최근의 전임자들보다는 ‘불개입’ 노선을 걸었던 리처드 닉슨과 오히려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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