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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리 미 국무 중동 첫 순방, 시리아 해법은?

딸기21 2013. 3. 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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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2월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던 존 케리 의원이 시리아를 방문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직후 이뤄진 깜짝 방문이었다.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가 북한·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시리아를, 오바마 정부는 반대 방향에서 접근했다. 이라크 안정화, 이란 핵협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과정, 레바논 헤즈볼라 문제 등 중동의 여러 난제를 푸는 연결고리로 여기고 관계개선을 추진했던 것이다. 케리는 다마스커스로 가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만났고, 이후 미국은 시리아와 대사급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4년이 지나 오바마 2기 정부가 출범했고 케리는 미국의 외교 수장인 국무장관이 됐다. 지난 19일부터 중동 순방에 나선 케리의 행보는 4년 전과는 반대다. 이번엔 이·팔, 요르단, 이라크에 이어 아프가니스탄까지 돌면서 시리아 압박을 주요 이슈로 삼았다. 내전 속에서도 2년 넘게 버티고 있는 아사드 정권을 어떻게 축출할지, 점점 악화돼 가는 시리아 사태에 대한 해법을 찾는 게 케리의 목표다.


U.S. Secretary of State John Kerry (L) and Afghanistan's President Hamid Karzai shake hands 

at the end of their joint news conference at the presidential palace in Kabul March 25, 2013. /REUTERS



일단 국무장관으로서 케리의 첫 중동 순방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다. 오바마와 함께 이·팔·요르단에 간 케리는 오바마가 떠난 뒤까지 남아 현안을 논의했다. 

이스라엘 하레츠는 25일 사설에서 “오바마의 중동 방문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님을 인식시켜주는 것은 케리의 열정적인 움직임”이라며 오바마보다 케리의 행보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오바마가 중동 방문에서 거르고 간 이라크를 찾아가서 누리 알 말리키 정부의 섭섭함을 달래줬고, 테러가 연발하는 이라크 상황에 대해서도 “너무 안 좋은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다독였다. 

마지막 경유지인 아프간 카불에서는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함께 ‘다정하게’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얼마전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 방문 때 몹시 껄끄러웠던 양국관계를 의식한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시리아 해법이다. 케리는 이라크에 “이란이 시리아로 무기를 보내지 못하도록 영공을 통제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우리는 아사드가 계산을 다시 하길 바란다”고 누차 언급했다. 뉴욕타임스는 아사드 스스로 권력을 넘기고 떠나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앞서 이달초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에서도 케리는 시리아 야권에 대한 지지를 거듭 강조했지만 반군에 대한 무기지원 같은 우회적인 지원 외에 직접적인 군사행동과는 계속 거리를 두고 있다.

 

케리는 오바마 정부 1기 때부터 아프간·파키스탄 특사 역할을 했고, 중동 문제에 깊이 관여했다. 이라크가 이란-시리아 연계를 끊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미국의 이라크 지원에 이를 조건으로 내걸자고 했던 것도 케리였다. 그런데 국무장관으로서 처음 이뤄진 이번 이라크 방문에서 케리는 오히려 이전보다 바그다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낮췄다.

 

미국 언론들은 케리의 시리아 해법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이라크가 이란을 통제할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일 뿐 아니라,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 자체가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군사행동론이 힘을 얻고 유엔 차원에서 시리아 화학무기 문제가 공론화하면 케리의 외교적 해법은 기반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시리아 주재 미국 대사 로버트 포드는 이달초 미 의회에 출석해 “이라크는 이란을 압박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란이 아사드를 연명시켜주는 걸 돕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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