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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토 암살 배후는 무샤라프 전대통령? 파키스탄 '막장 정치극'

딸기21 2013. 8. 2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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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말 파키스탄의 총리를 지낸 여성 정치인 베나지르 부토가 지지 집회에 참석했다가 암살당했다. 당국은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을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지만, 부토 지지자들 사이에선 정적이던 페르베즈 무샤라프 당시 대통령의 암살공작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소문은 사실이었던 것일까. 파키스탄 검찰이 무샤라프를 부토 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현지 일간 ‘돈(DAWN)’은 무샤라프가 20일 부토 피살사건과 관련된 3가지 혐의로 라왈핀디에 있는 반테러재판소(ATC)에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반테러재판소의 하비부르 레흐만 판사는 이날 중으로 무샤라프를 불러 심문할 계획이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 사진 DAWN


무샤라프를 기소한 차우드리 아즈하르 검사는 AFP통신에 “무샤라프는 살인, 살인 범죄 음모, 살인 조장 혐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무샤라프 외에도 라왈핀디 경찰 간부였던 사우드 아지즈 등 5명이 함께 기소됐다.


 

라왈핀디는 이슬라마바드 남쪽 근교에 있으며, 군 시설들이 몰려 있는 곳이다. 군 참모총장 출신인 무샤라프는 1999년 무혈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했으며, 2008년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기까지 이슬라마바드가 아닌 라왈핀디의 군 복합단지 내의 관저에 살았다. 무바라크 시절 해외를 떠돌다가 2008년 귀국한 부토는 그 해 12월 27일 라왈핀디의 리아콰트 바그 부근에서 대중 집회에 나섰다가 괴한의 총격과 폭탄 공격을 받고 숨졌다.

 

하지만 이듬해 7월 치러진 대선의 승자는 암살당한 부토였다. 부토 가문의 후광을 등에 업고, 부토의 남편인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가 대통령이 된 것이다. 처지가 정반대로 바뀌어, 이번엔 무샤라프가 망명길에 올랐다. 


무샤라프는 지난 3월 귀국한 뒤 라왈핀디에 있는 사저로 돌아갔으나 과거의 쿠데타에 발목잡혀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6월에는 설상가상으로 무샤라프의 군사쿠데타에 쫓겨났던 나와즈 샤리프가 총리에 선출됐다. 무샤라프는 샤리프 총리 취임 며칠 뒤 반역죄로 기소됐다.



무샤라프가 반역죄에 이어 부토 암살죄로 기소된 것은 군사쿠데타 이후의 잘못을 단죄하기 위한 것이지만, ‘정치보복’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모든 죄가 인정되면 무샤라프는 사형 또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치적 협상을 통해 결국 사면될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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