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불교도들의 무슬림 공격, '종교충돌'에 휩싸인 아시아

딸기21 2013. 8. 1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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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수도 콜롬보 시내 중심가에 있는 이슬람 사원을 10일 불교도들이 습격해 5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없었지만 불교도들은 주변 집들을 불태우며 사원을 찾은 무슬림들을 공격했다. 당국은 충돌이 거세질까 우려해 사원 주변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스리랑카에서 이슬람에 대한 불교도들의 공격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불교 승려들이 이 모스크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며 시위를 한 적이 있었고, 한 승려가 육식을 금하는 불교 계율을 들며 이슬람식 도축에 항의하는 분신자살을 하기도 했다. 스리랑카는 인구 2000만명 중 4분의3이 싱할리족이고, 그들 대부분이 불교도다. 


아시아 곳곳에서 불교도들이 무슬림을 공격하는 신종 ‘종교 간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자비와 화해, 명상과 생명존중을 가치로 내걸고 있는 불교가 ‘극단주의화’하면서 무슬림 공격이 벌어지고, 무슬림의 보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The Face of Buddhist Terror


그 중심에 있는 나라는 민주화와 함께 국제무대에 최근 복귀한 미얀마다.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미얀마 라카인주에서는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노린 불교도들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수도 네이피도 북쪽 메익틸라에서 불교도들이 무슬림들을 학살했다. 이를 부추긴 것은 미얀마에서 록스타 대접을 받는 불교 승려 아신 위라투(45)였다. 아신은 “미친 개가 옆에 있으면 편히 잘 수 없다”며 인종청소에 가까운 무슬림 공격을 선동했다. 지난달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아신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며 ‘불교 극단주의’가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타임 인터뷰에서 아신은 “불교 극단주의자라 불리는 게 자랑스럽다”며 스스로를 “버마의 (오사마) 빈라덴”이라 불렀다. 


아신을 필두로 한 불교 강경파가 2015년 대선에서의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한다는 추측도 있다. 아신은 정치 개입을 부인하지만, '969 불교 민족주의 운동'이라는 조직을 이끌며 사실상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스리랑카 불교세력을 모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리랑카의 불교세력은 정치적 영향력이 막강한데, 미얀마 불교 세력도 민주화를 틈타 정치적 지분을 늘리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얀마 불교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평화주의자들은 2007년 군사정권에 맞선 비폭력 ‘사프란 혁명’을 벌였으나 정권의 탄압으로 힘을 잃었다. 온건파 불교승려인 아신 냐나 니카는 뉴욕타임스에 “2007년 이후 아신과 같은 극단주의자들과, 무슬림과 공존하려는 평화적인 불교도들로 미얀마 불교가 양분됐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에서와 마찬가지로 미얀마의 권위주의 정권은 다수 불교도 국민들의 분노와 좌절감이 소수 무슬림들을 향하게끔 조장하며, 때로는 전면에서 무슬림 추방·학살을 주도하기도 한다. 미얀마 불교도들의 횡포는 무슬림들이 운영하는 가게를 약탈하는 것에서, 무슬림 기업 제품을 보이콧하는 것 등 경제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When Buddhists turn nasty /채텀하우스


미얀마 무슬림 탄압은 주변국들에서 연쇄적인 반작용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 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에 있는 중국계 불교시설 에카야나 센터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조악한 폭발물 옆에는 “미얀마 로힝야 무슬림탄압에 대한 보복”이라는 문서가 있었다. 유형무형의 차별 속에서도 주류 무슬림들과 오랜 세월 공존해온 화교 불교도들이 애꿎은 보복대상이 된 것이다. 


2002년 발리 테러 등의 주범으로 체포돼 복역중인 이슬람 극단조직 지도자 아부 바카르 바시르는 지난달 22일 옥중에서 미얀마의 테인세인 대통령에게 ‘보복공격’을 경고한 서한을 보낸 바 있다. 또 앞서 5월에는 자카르타 시내 미얀마 대사관 폭탄공격 음모가 적발됐다.


아시아 불교국들에서 커져가는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혐오증)’의 이면에 무슬림 인구가 늘어나는 데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동시에 무슬림 문제는 각국의 소수민족 문제와도 겹쳐진다. 이 때문에 종교 충돌이 인종주의나 소수민족 박해로 이어지게 된다. 종교-민족의 뒤에는 '밥그릇'이 있다. 미국 출신의 작가로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하는 마이클 바티키오티스는 태국 방콕포스트 기고에서 "무슬림에 대한 공격은 경제영역, 특히 상업에서 무슬림들이 차지하는 몫을 빼앗기 위한 주류의 공격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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