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G20 앞두고 기세등등한 푸틴, 속타는 오바마

딸기21 2013. 9. 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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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기억해보라.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군사분쟁을 일으킨 적이 몇번이었는지. 문제가 하나라도 풀렸는가?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결국 그 나라들엔 평화도 없고 민주주의도 없다. 우리 파트너들(서방)이 추구한다던 것들 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블라디보스톡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작심한 듯 미국을 향한 독설을 쏟아냈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 움직임을 비난하며, 두 차례 대테러전을 들어 미국의 ‘실패’를 상기시킨 것이다.

지난 6월 영국 북아일랜드 G8 회동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싸늘한 분위기 속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8일 영국이 시리아 무력제재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내놨을 때 러시아 대표는 중국 대표와 함께 아예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5일과 6일 이틀 동안 러시아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열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시리아 문제를 놓고 극한 대립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G20 회의의 안건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논의돼온 금융개혁안을 발전시키고 조세회피를 막는 것, 국제금융기구 등 글로벌 금융관리 구조를 개혁하는 것 등이다.

유럽연합(EU) 측은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면서 성장도 함께 이루기 위한 ‘상트페테르스부르크 행동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 문제라는 먹구름이 이 모든 의제들을 짓누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푸틴은 블라디보스톡 회견에서 “G20은 국제법상 효력을 갖는 기구가 아니고, 안보리의 대체기구도 아니니 무력사용 여부를 여기서 결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토론을 하라고 있는 자리이니 이를 이용해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사실상 선전포고를 했다. G20 회담에서 서방과 설전을 벌여보겠다는 뜻이다. 지난 6월 영국 G8 정상회의에서도 푸틴은 시리아 문제와 관련해 다른 정상들과 7대 1로 맞섰다. 캐나다 측이 “G8이 아닌 ‘G7과 러시아’의 만남 같았다”고 했을 정도였다.

 

지난 7월 2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G20 셰르파(정상 대리인)들이 준비모임을 하고 있다. 사진 www.g20.org



2009년 오바마가 취임 뒤 러시아와의 관계를 ‘리셋(재설정)’하겠다며 손을 내밀었으나 현재 양국간 관계는 최악이다. 지난달 초 미국의 비밀감청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러시아의 망명허가를 받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상트페테르스부르크 방문 때 푸틴과의 양자 회담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G20 회의를 앞둔 지금 속타는 쪽은 오바마다. 화학무기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시리아를 공습하고 싶어도, 국내외 여론이 좋지 않아 의회로 공을 넘겼다. 대테러전 동맹인 영국조차 군사행동에서 한발 물러섰고, 러시아가 요구해온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일 “푸틴은 지난달 21일의 시리아 화학무기 사건 뒤 국제정세를 지켜보면서 오히려 더욱 담대해졌다”며 “이제 자신이 유리한 고지에 서있다고 보는 듯하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는 중국과 일본도 나란히 참석하지만,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분쟁 등으로 두 나라 역시 관계가 악화돼 있다. 중국은 이번 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양자 회동은 없을 것이라 못박았다. 미-러 정상도, 중-일 정상도 서로에게 등돌린 G20 회의에 대해 미리부터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

 

 

미-러 감정다툼 '점입가경'

미국과 러시아 간 감정다툼이 점입가경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러시아의 성소수자 그룹과 면담할 예정이라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러시아는 외국을 여행하는 자국민들에게 “미국 측의 체포에 조심하라”며 이례적인 경고를 내렸다.


abc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1일 오바마가 G20 정상회의 참석차 상트페테르스부르크를 방문하면서 러시아 내 여러 인권단체들과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들을 만날 것이라면서, 그 중에는 게이·레즈비언·양성애자·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 그룹 대표들도 면담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에서는 지난 6월 동성애를 인정하는 발언을 한 사람들에게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동성애 선전금지법’이 발효됐다. 러시아는 물론 세계 동성애자 권익옹호 단체들과 인권기구들이 성소수자에 대한 극단적인 차별이라며 반발했고, 내년 2월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 보이콧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오바마는 지난 7일에도 동성애자 처벌을 명문화한 러시아와 우간다 등을 거론하며 비난했다. 

 

이번 G20 회의를 맞아 성적 소수자 단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려 하고 있다. 오바마가 그들과 만난다면 러시아 측을 자극할 것이 뻔하다. 이번 회의는 에드워드 스노든 망명 사건과 시리아 공습 문제 등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몹시 악화된 시점에서 열린다. 푸틴과 오바마는 이번 회의에서 양자 회동조차 하지 않는다. 

 

러시아 외무부는 2일 웹사이트 등을 통해 자국민들에게 “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하고 있는 나라를 여행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외무부는 “최근 여러 나라에서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러시아 국민들이 구금되는 일이 늘고 있다”며 코스타리카, 도미니카공화국, 리투아니아, 스페인 등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미국 법 위반혐의로 제3국에서 체포된 자국민들이 미국으로 이송되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죽음의 상인’으로 불렸던 옛소련 출신 무기거래상 빅토르 부트가 태국에서 체포된 뒤 2010년 미국으로 송환된 것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4월 미국인 입국금지 리스트를 발표했을 때에도 부트 사건 관련인물들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갑자기 자국민들에게 ‘구금 우려’ 등을 들며 여행자제령을 내린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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