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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도 화학무기금지조약 가입?

딸기21 2013. 9. 3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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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시끄럽게 했던 시리아 화학무기 논란이 ‘국제적 통제 하의 폐기’ 쪽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그동안 화학무기 보유 사실을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던 이스라엘이 화학무기금지조약에 가입할 뜻을 비췄습니다. 핵무기 보유국인데다 화학무기도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스라엘의 이런 움직임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대통령(사진)은 30일 “시리아가 유독성 무기를 파괴하고 나면 이스라엘 정부도 화학무기를 금지한 국제조약에 가입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993년 팔레스타인과의 ‘오슬로 평화협정’을 성사시켜 노벨평화상을 받은 유명 정치인 페레스는 지금은 명예직에 불과한 대통령을 맡고 있지만 여전히 이스라엘 정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페레스는 이날 화학무기금지조약기구(OPCW) 본부가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를 방문해 “우리 정부도 그 문제(이스라엘의 조약 가입)를 검토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시리아는 군사행동의 위협에 직면하고서야 조약에 가입했다”고 시리아의 움직임을 평가절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세계 모든 나라들을 향해 조약 가입을 호소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요청을 검토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똥 묻은 개가 겨묻은 개 나무라는 발언이긴 합니다만, 이스라엘이야 뭐 늘 그래왔으니...


이스라엘은 이미 1960년대부터 핵무기 개발에 나서 핵무기 보유국이 됐으며, 이같은 사실은 1980년대 이스라엘 핵과학자 모르데차이 바누누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지요. 하지만 이스라엘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비롯한 어떤 종류의 국제 핵확산 방지체제에도 들어가지 않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핵무기에 대한 미국의 ‘묵인’은 중동 각국이 핵 개발 야심을 품게 만드는 요인이 돼 왔고, 중동의 군비경쟁과 미국의 ‘이중잣대’에 대한 반발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돼왔습니다.


화학무기 문제에서도 이스라엘은 중동 국가들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왔습니다. 이스라엘은 20여년 전 화학무기금지조약에 서명을 하기는 했으나 가입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은 ‘NCND(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는다)’를 고집하고 있으나, 이미 다량의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최소한 대량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저널리스트 엘리아스 아클레는 캐나다 싱크탱크 세계화연구센터(CRG) 웹사이트에 29일 실린 글에서 “이스라엘은 이미 건국 초기부터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방하기 위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스라엘은 2008년 가자지구를 공격하면서 백린탄으로 민간인들을 대량살상했습니다. 이것도 사실 화학무기 공격입니다. 열화우라늄탄도 많이 썼고요)



occupiedpalestine.wordpress.com


미 메릴랜드대 안보전문가 애브너 코언은 2001년 이스라엘의 화학무기·생물학무기 보유 실태를 다룬 책을 낸 바 있습니다. 코언에 따르면 유대계 무장조직 ‘하가나’를 모태로 해 만들어진 이스라엘생물연구소(IIBR)가 팔레스타인 지역에 지어진 슈크리 알타지 유대인 점령촌 부근에 연구시설을 마련해 화학무기와 생물학무기를 개발했다고 합니다.


화학무기금지조약을 외면해온 이스라엘이 갑자기 가입 의사를 밝히고 나선 이유가 뭘까요. 먼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가 문제가 되면서 이스라엘을 향한 압박도 높아진 것이 한 요인으로 풀이됩니다. AP통신은 지난 16일 “미국과 러시아가 시리아 화학무기를 폐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스라엘의 화학무기 보유고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화학무기가 문제되는 것은 이스라엘이 아닌 시리아이고 이스라엘은 시리아와 다르다”고 주장했으나 이스라엘 유력 일간지인 하레츠조차 사설에서 “시리아의 화학무기 폐기는 이스라엘에게도 화학무기금지조약 체제에 들어가는 기회가 되어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비둘기파인 페레스 대통령과 달리 강경 리쿠드당 소속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정부가 과연 안팎의 압력을 받아들여 조약에 가입할 지는 아직은 알수 없습니다. 하지만 조약 가입 자체를 꺼릴 이유 또한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전쟁사가 매튜 에이드는 AP 인터뷰에서 “화학무기 중에서 성분 변화없이 거의 영구적으로 무기화할 수 있는 것은 사린가스 정도”라며 대부분의 화학무기 원료는 독성이 오랜 기간 유지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무기를 개발, 생산, 비축해놓고 있어봤자 보존비용만 든다는 것이죠. 이스라엘의 경우 1970년대에 화학무기를 대량생산·비축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했지만 ‘활성화’된 화학무기를 어느 정도나 갖고 있는지는 알수 없다고 에이드는 지적했습니다. 


시몬 페레스 뿐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조차도 "전세계 화학무기를 모두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밝혔습니다. 갑자기 다들 화학무기 없는 세상을 꿈꾸게 된 것일까요? 그런 것이라면 정말 좋겠지요. '대량살상무기'로서 갖고 있기엔 별 효과도 없고 돈만 드는 화학무기 이 참에 폐기해 버리자,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겠네요. 그런다 한들 시리아에서 그렇게 스러져 간 아이들의 목숨값이 되겠습니까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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