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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검사의 죽음으로 드러난 아르헨-이란 비밀거래 의혹

딸기21 2015. 1. 2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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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어떤 ‘물밑 거래’가 오갔던 것일까.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난 한 검사의 사망사건이 일파만파의 파장을 부르고 있다.

 

발단은 1994년 7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대계 시설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이었다. 당시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친선협회(AIMA) 건물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나 85명이 숨졌다. 아르헨티나 역사상 최악의 테러로 기록된 이 사건의 사건 수사를 맡은 것은 알베르토 니스만(51) 특별검사였다. 


니스만 자택에 '제3자' 흔적... 자살 아닌 타살?


니스만은 2006년 이란의 배후 지원 아래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조직원들이 저지른 것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후 10년 가까이 용의자 체포와 재판을 놓고 이란과 아르헨티나 간 협상이 벌어졌다.


21일 공개된 니스만 검사의 수사기록. 사진 부에노스아이레스헤럴드(http://www.buenosairesherald.com/)


지난 18일 니스만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옆에 총기가 있었으나 아직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21일 니스만이 작성한 289쪽 분량의 수사기록이 공개되면서 의혹의 눈길은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정부에 쏠리고 있다. 니스만이 숨지기 전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이란과의 비밀 협상을 통해 이란인 용의자들을 보호해주는 대신 이란 석유를 들여오려 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니스만은 페르난데스 대통령과 외교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수사 과정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니스만은 압력을 보여줄 증거들을 비공개 청문회에서 제시하겠다고 했는데, 청문회 전날 시신으로 발견됐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21일 유대계시설 테러사건을 수사해온 알베르토 니스만 검사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투명한 수사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AFP연합뉴스


의혹이 갈수록 쌓이자 연방법원은 니스만 수사기록을 전격 공개해버렸다. 공개된 기록에 포함된 아르헨티나와 이란 관리들의 통화 감청내역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란 용의자들이 처벌되지 않도록 돕는 대신, 이란에 농산물을 수출하고 석유를 수입하려 했다. 최대 30만명에 이르는 유대인 공동체의 반발을 피하면서 에너지난을 타개하고 곡물 수출 판로를 열고자 비밀 협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13년 아르헨티나 측은 이란 국영 석유회사와 수입계약을 논의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인터폴의 이란 용의자에 대한 수배령을 철회하게 하는 데 실패한 탓에 협상은 성사되지 않았다.

 

야권은 페르난데스 정부가 니스만의 죽음에 개입됐을 수 있다며 맹공을 펼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헤럴드는 연방검찰이 니스만의 집 복도에서 ‘제3자’의 지문과 발자국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니스만이 살해된 것으로 드러나면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오는 10월 대선에서 좌파 정부를 몰아낼 기회라며 이 사건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란에 무기까지 팔려 했다... 아르헨 '밀거래' 의혹, 파장 커질 듯

 

이란은 AIMA 테러 개입의혹을 강력 부인해왔으며, 미 정보기관내에서조차 이란의 직접적인 관련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니스만의 수사를 주시하며 아르헨티나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려 애써왔다. 아르헨티나 내 유대인 공동체도 니스만의 죽음 뒤 페르난데스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에서 니스만 사후 투명한 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1994년 7월 폭탄테러로 산산이 부서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이스라엘-아르헨티나 친선협회(AIMA) 건물에서 구조요원들이 생존자들을 찾고 있다. 사진 CNN


페르난데스는 니스만의 수사기록이 ‘반대파의 정치공작’이라며 일축했으나 사건의 여파가 쉽게 가라앉을 것같지는 않다. 이란은 최근 몇년 간 서방의 제재를 피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브라질, 볼리비아 등 남미 ‘좌파’ 정부들과 밀착해왔다.

 

니스만의 기록에는 아르헨티나가 이란에 무기까지 팔려 했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미국은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핵 개발 의혹을 들어 이란에 경제제재를 하고 있으며, 이란산 석유거래나 이란으로의 무기수출을 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