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극우파 바람’이 덴마크에서도 되풀이됐다. 18일 실시된 총선에서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야권연합이 90석을 얻어, 85석을 확보한 집권 사민당 중심의 좌파 연합을 제치고 승리를 거뒀다.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는 좌파 연합이 박빙의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개표 결과는 반대였다. 우파 연합의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20%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한 극우파 덴마크국민당(DF)이다. 이들은 반 이민, 반 무슬림 강경노선을 내세워 득표율을 2011년의 두 배로 끌어올렸다. 덴마크에서 극우파가 이번처럼 인기를 끈 것은 미국 9·11 테러 여파로 반 이슬람 정서가 고조됐던 2001년 이래 14년만이다.
4년만에 총리직에 복귀하게 된 중도우파 벤스트레(자유당)의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대표가 18일 총선 뒤 쾨게의 거리에서 아기를 안은 채 웃음짓고 있다. /AFP
극우파 덴마크국민당의 크리스티안 툴레센 달 대표가 총선 날인 18일 코펜하겐에서 양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고 있다. /EPA
현지 언론 더로칼은 특히 2012년부터 당을 이끌고 있는 덴마크국민당의 크리스티안 툴레센 달 대표(45)가 젊은 이미지를 내세우며 극단적인 인종주의 정당이라는 딱지를 떼고 중도 좌·우파 유권자들의 표를 가져간 것이 승리의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전까지 극우파 지지층은 교육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이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높은 유권자들과 중산층이 덴마크국민당에 표를 던졌다.
헬레 토르닝-슈미트 현 총리는 선거 패배를 인정하고 총리 및 사민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2009년부터 2년 동안 총리를 지낸 벤스트레(자유당)의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대표(51)가 총리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 우파 연정의 앞날도 밝지만은 않다. 중도 우파 성향의 벤스트레와 이민자 규제를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덴마크국민당 간 견해차이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덴마크 총선은 유럽 전역에서 극우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지난해 9월 스웨덴 총선에서는 사민당이 힘겹게 승리했으나 소수파 정권에 그쳐, 극우파 정당에 번번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 전통적으로 사민주의가 강했던 북유럽에서도 이제 사민당이 집권한 곳은 스웨덴만 남았다. 영국 가디언 등은 이번 덴마크 선거가 사민주의의 퇴조와 함께 중도파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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