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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깊이보기] ‘팔레스타인인줄 알고’ 유대인까지 죽인 이스라엘

딸기21 2015. 10. 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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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폭력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팔레스타인인들, 자국 내 아랍계에 대한 탄압의 부메랑이 결국 이스라엘의 유대인에게로 돌아왔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사람인줄 알고’ 이스라엘 유대인을 사살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1일 밤 이스라엘군이 예루살렘에서 한 남성을 사살했다. 군은 이 남성이 “팔레스타인 테러범이라고 생각해”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팔레스타인인이 아닌 이스라엘인이었고, 이스라엘 인구의 30%를 차지하는 아랍계도 아닌 유대인이었다. 게다가 유대교 학교인 예슈바 학생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진 것은 검시 과정에서였다. 시신을 검사한 의사가 자국민 유대인임을 알고 경찰과 군에 알린 것이다.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 건설에 항의하며 시위하는 팔레스타인 청년들. /EPA



조사 결과 이 남성은 러시아 남부의 자치공화국인 다게스탄에서 이주해온 심차 호다토프라는 유대인 청년으로 드러났다. 그러자 군은 그가 “나는 이슬람국가(IS) 조직원이다”라고 주장해서 사살했다고 했고, 일부 현지 언론들은 호다토프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보도했다. 이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 유력 일간지 하레츠는 “예슈바 학생 호다토프는 평범한 청년이었다”며 군의 해명에 허점이 많다고 보도했다. IS라 말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호다토프가 사살된 확실한 이유 중 하나는 검문하는 군인에게 신분증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 ‘팔레스타인 테러범’으로 몰아 사살해온 이스라엘군의 횡포가 결국 자국민의 목숨을 앗아갔던 것이다. 버스를 세우고 검문하는 군인들과 어떤 이유에서인지 시비가 붙었고, 군인들은 그를 전기충격기로 쓰러뜨린 뒤 땅에 넘어진 그에게 총을 쏴 살해했다. 


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마을 이사위야 주민들이 22일 이스라엘 군인들의 검문을 통과하기 위해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예루살렘/AP연합뉴스


호다토프의 친구들과 지인들은 그가 군인들에게 덤벼들어 무기를 빼앗으려 했기 때문에 사살했다는 군의 설명에 미심쩍은 부분이 많아 믿을 수 없다며 항의하고 있다. 호다토프가 탈무드를 공부했던 드바르 예루살렘 예슈바의 랍비 메나헴 골드스타인은 “그는 숨질 당시 손에 들고 있었던 것은 빵 봉지뿐이었다”며 “나는 그가 유대인이 아닌 것으로 의심받은 탓에 사살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방송은 “이스라엘의 편집증이 오인살해까지 부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0일 “1941년 팔레스타인 이슬람 율법가가 아돌프 히틀러를 만나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을 억압하고 땅을 빼앗기 위해 ‘유대 국가’가 정통성의 근원인 양 삼아온 나치 홀로코스트 범죄의 역사적 사실마저 왜곡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회담한 뒤 21일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회견 뒤 메르켈 총리는 “홀로코스트의 책임은 독일에 있다”며 나치의 대량학살 범죄마저 팔레스타인탓으로 돌리려고 한 네타냐후의 발언을 일축했다. 베를린/AFP연합뉴스


히틀러에게까지 면죄부를 주려 하는 어이 없는 발언에 비난이 빗발쳤다. 하레츠는 네타냐후가 “있지도 않은 (히틀러와 팔레스타인 율법가의) 대화를 창조했다”고 썼다.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홀로코스트 관련단체들도 비판했고, 미 국무부는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논평했다. 마침 네타냐후는 독일 방문을 앞두고 있었다. 역사적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해온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1일 네타냐후와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홀로코스트의 책임은 독일에 있고 이런 관점을 바꿔야 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일축했다.


네타냐후도 역사왜곡 “유대인대학살 팔레스타인 아이디어”


나치의 범죄마저 팔레스타인에 떠넘기려던 네타냐후의 주장은 독일마저 거부했으나, 이스라엘은 갈수록 인종차별적인 국가로 향하고 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동예루살렘에서 유대 극우파 남성이 ‘아랍인인줄 알고’ 다른 유대인을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어 18일에는 이스라엘 보안 요원과 시민들이 동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에서 온 난민 남성을 집단 살해했다. 보안요원이 비르셰바의 버스 정류장에서 하브툼 자흐룸이라는 29세 남성을 ‘아랍계 테러범으로 오인하고’ 총으로 쐈고, 쓰러진 남성에게 근처에 있던 군중들이 몰려들어 구타했다. 



지난 5월에는 이스라엘 경찰이 텔아비브에서 에티오피아 출신 흑인 군인을 집단 구타하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이스라엘은 유대계 인구를 늘리기 위해 아랍계 주민들을 내몰면서, 에티오피아인들을 같은 유대계 후손이라며 받아들이는 정책을 써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간 에티오피아계는 인종적·경제적 차별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에티오피아계는 이 사건 뒤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스라엘은 이달 들어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무단 점령과 유대인 정착촌 확대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잇달아 사살하고 있고, 이에 맞선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의 보복공격으로 피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21일에도 이스라엘군은 요르단강 서안 남부에서 시위대를 강경진압, 팔레스타인인 3명을 사살했다. 이달 들어 팔레스타인인 53명이 이스라엘군에 의해 숨졌고 이스라엘 군인과 유대인 정착민 8명이 팔레스타인인들의 보복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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