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세계 최초 ‘안면 이식’ 수술받은 여성, 11년만에 사망...거부반응과 암으로

딸기21 2016. 9. 7.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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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당시 38세였던 프랑스 여성 이자벨 디누아르가 장 미셸 뒤베르나르 박사가 이끄는 의료진에게 수술을 받았다. 이 수술이 성공했을 때 세계가 놀라움 속에 찬사를 보냈다. 영화에서나 나오는 것과 같은 ‘페이스 오프(Face Off)’ 수술이었기 때문이다. 것. 물론 영화에서처럼 멀쩡한 사람 2명의 얼굴을 맞바꾸는 전면 이식은 아니지만, 의학적으로 위험도가 높은데다 윤리적인 문제도 제기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얼굴 이식 수술이었다.

 

두 아이의 엄마였던 디누아르는 당시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들었다가 기르던 개에게 얼굴을 물려 심하게 다쳤다. 코와 입술은 거의 손상됐고 잇몸과 아래턱이 다 드러날 정도였다. 당시 아미앵과 리용 병원 팀으로 구성된 공동의료진은 수술을 위해 프랑스 북부 발렌시엔느의 병원에 있던 뇌사자를 릴의 병원으로 옮긴 뒤 코와 뺨, 입술 부위의 피부 조직을 분리했다. 분리된 조직을 약 100㎞ 떨어진 아미앵의 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했다. 


안면 이식 수술을 받은 지 한 달 정도 지난 2006월 초의 디누아르의 모습(왼쪽)과, 수술 8개월 뒤의 모습(오른쪽). _AFP



수술을 주도한 뒤베르나르 박사는 1976년 유럽에서 최초로 췌장 이식수술에 성공했으며 1998년에는 손 이식 수술을 했었고 2000년에는 팔 이식을 세계 최초로 해낸 유명한 이식 전문가였다. 집도 당시 프랑스의 하원의원이기도 했다. 베테랑 의사인 그가 가장 걱정한 것은 조직 이식 때 일어나는 면역 거부반응이었다. 수술 중 감염 위험은 피해갔지만 자칫 환자의 생명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것이라 논란이 일었다. 얼굴이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측면의 위험성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았다. 일부 언론에서 디누아르가 자살을 하기 위해 수면제를 먹은 것이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은 더 가열됐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얼굴이 차차 회복되고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된 디누아르는 수술 석달 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얼굴을 갖게 됐다”며 기뻐했다. 그 뒤에도 디누아르의 모습이 이후 몇 차례 매스컴에 소개됐으며 미국, 스페인, 터키, 중국, 폴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30건 넘게 안면 이식 수술이 이어졌다. 2009년에는 BBC에 출연해 “거울을 볼 때마다 기증자와 내 얼굴이 섞여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기증자는 늘 나와 함께 있다”며 기증자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역사적인’ 수술이 이뤄진 지 11년만에 디누아르가 사망한 사실이 알려졌다. 일간 르피가로는 6일(현지시간) 디누아르가 지난 4월 22일 49세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역시 문제는 이식 뒤에 일어난 거부반응이었다. 이식된 부분의 거부반응 탓에 입술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됐고, 거부반응을 없애려 약을 먹어야 했다. 하지만 약 때문에 결국 암이 발병했다. 

 

영국 BBC방송은 강력한 면역 억제제를 투여했지만 결국 면역력이 떨어졌고 암으로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수술과 이후 치료를 맡아온 아미앵 병원은 디누아르의 사망 사실을 확인했으나 사망자 가족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발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디누아르가 오랜 투병 끝에 숨을 거뒀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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