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하는 제국
American Nations: A History of the Eleven Rival Regional Cultures of North America (2012년)
콜린 우다드. 정유진 옮김. 글항아리
여름 휴가 때 읽은 재미난 책. 미국 건국 시기에 형성된 '11개의 국가(nation)'을 중심으로 미국의 과거와 오늘을 설명한다. 유진이 번역답게, 한글 문장도 말끔하다.
남쪽의 히스패닉 지역인 엘노르테, 청교도 필그림들이 정착해 세운 양키덤, 네덜란드의 자유로운 기풍이 토대가 된 뉴욕 등 뉴네덜란드, 노예제에 기대어 있던 보수적인 디프사우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난민처럼 이주해온 거친 이들의 정착지인 그레이터 애팔래치아,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져 있는 북부 원주민들의 퍼스트네이션, 동부 양키덤의 문화를 공유하며 '가장 진보적인 집단'이 된 대서양 연안의 레프트코스트, 황량한 사막지대에서 마피아적인 기업들과 함께 성장한 내륙의 파웨스트 등 미국(좀 더 넓게는 북미 대륙)을 틀 짓고 있는 11개의 민족-국가 집단들을 다룬다. 이 '국가들'이 형성되는 과정이 곧 미국-북미의 역사였고, 이들이 확장하고 겹치면서 미국의 정치와 사회를 움직여왔음을 설명한다.
다만 저자가 이 '11개의 국가'라는 틀을 가지고 너무 많은 걸 설명하는 바람에, 현대로 올수록 뒤죽박죽이 돼 버린 느낌. 100년 전, 200년 전의 미국 역사를 들여다볼 때에는 유용한 틀인지 모르겠으나 이걸로 미국 정치와 사회의 모든 걸 해석할 수는 없는 일이다. 출신 지역을 놓고 모든 걸 재단하려니 역대 미국 대통령들 중에서 진보 쪽에 서 있는 '아칸소 출신의 빌 클린턴'에 대한 해석은 끼워맞추기가 되는 식.
오늘날의 상황을 해석하는 기준이라기보다는,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역사서로 보면 훌륭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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