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환율, 무역수지를 놓고 다퉈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때인 1990년대에 갈등이 아주 심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이 "중국은 클린턴의 러시아(냉전 상대)"라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두 나라는 정찰기 추락 문제로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가기도 했고요.
클린턴은 중국을 쪼아대면서 로널드 레이건 때 탕진한 국고를 채워넣어 막대한 흑자로 돌렸고, 조지 W 부시는 두 차례 전쟁을 하고 감세를 하면서 그걸 다 말아먹었고. 우리가 대체로 알고 있는 스토리이지요. 버락 오바마 정부는 그 뒤치닥거리를 하느라 중국과 싸울 틈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중국과 전략적 파트너십 혹은 '협치'를 추구하고 싶어했지요.
무역전쟁에 다시 불이 붙은 것은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미국 중산층과 노동자들의 적으로 중국을 지목하면서부터입니다. 그간의 진행과정을 정리해봅니다. (이 타임라인은 제가 시간 날 때 업데이트됩니다.)
2016년
6.28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를 하면서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맹비난합니다. 그는 교역법 조항에 따라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습니다(이는 뒤에 현실이 됐지요). 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것을 "역사에 남을 일자리 도둑질(greatest jobs theft in history)"이라고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는 대통령이 됐습니다.
2017년
3.31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 2건에 서명을 합니다. 하나는 반보조금, 반덤핑 관세를 강화하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미국의 무역적자와 그 원인을 검토하라는 것이었습니다.
4.7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만납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습니다.
[구정은의 세계] 트럼프의 친구들...권위주의자들간의 ‘브로맨스’?
7.19
미중 양국이 100일 동안 무역수지 격차를 놓고 협상을 했지만 합의안을 내놓는 데에 실패합니다.
8.14
트럼프는 중국이 지적재산권을 도둑질하고 있다면서 '301조(Section 301)'를 거론했습니다. 중국을 겨냥한 무역 보복 조치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1974년 제정된 통상법(교역법) 301조는 무역협정을 맺은 상대국과의 관계에서 미국 정부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해야만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발언은, 미국 정부가 중국을 압박하지 않는 것이 법에 정해진 의무를 위반하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2018년
1.17
트럼프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지적재산권 도둑인 중국에 큰 '벌금'을 매겨야 한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1.22
트럼프 정부가 외국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중국산도 물론 포함됐습니다.
3.8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트럼프, 대중국 무역제재 패키지 발표...미중 무역전쟁 시작
4.2
중국이 보복에 들어갔습니다.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의 관세를 25%로 올렸습니다. 관세 보복전이 시작됐습니다.
4.3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 500억달러 어치에 25%의 관세를 매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4.4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 500억달러 어치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합니다.
5.2
무역전쟁과 함께,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압박이 가시화됩니다. 미 국방부는 이날 화웨이와 ZTE 휴대전화들을 미군기지에서 팔 수 없게 했습니다.
6.15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340억달러 어치에 7월 6일부터 25%의 관세를 매긴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말한 '500억달러 어치' 중 1차분입니다. 중국도 똑같이 340억달러 어치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로 맞대응했습니다.
7.10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 2000억달러 어치에 10%의 관세를 매기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미 “인도·태평양에 1억1300만달러 투자”…중 일대일로 견제
8.1
트럼프는 7월 10일 조치 때 말했던 10% 관세 부과 계획을 바꿔, 25%로 높이라고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습니다.
8.7
미국 정부는 25% 관세를 매길 중국산 수입품 160억달러 어치, 즉 앞서 말한 '500억달러 어치' 중 2차분의 리스트를 공개했습니다. 중국도 똑같이 미국산 160억달러 어치에 25%의 세금을 매기기로 했습니다.
8.23
8월 7일 양국이 발표한 16억달러 어치의 상품에 대한 상호 보복관세가 발효돼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습니다.
9.7
트럼프는 중국산 2670억달러 어치에 관세를 또 매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9.24
미국은 중국산 2000억달러 어치에 추가로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2019년 1월 1일부터는 이를 25%로 올린다는 스케줄도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산 600억달러 어치에 관세를 매기는 것으로 응했습니다.
12.1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치킨게임을 하던 두 나라가 '90일간의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트럼프는 2019년 1월 1일로 예정됐던 미국의 2000억달러 어치 수입품 대상 관세인상을 미루고, 3월 1일에 양국이 다시 한번 협상을 한다는 데에 동의했습니다. 중국은 "very substantial"한 미국 상품을 수입하기로 했습니다.
12.6
화웨이 CFO 멍완저우가 미국의 요구로 캐나다에서 체포됐습니다. 세계 각국에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요구하는 미국의 '화웨이 압박작전'이 이후 본격화됩니다.
2019년
1.4
미 상원에 중국 기술업체들에 대한 우려를 담은 초당적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1.29
화웨이가 미국에서 무역 기밀 절도, 사기 등의 혐의로 23건에 걸쳐 기소됐습니다.
2.6
미 국무부는 유럽국들에게 화웨이의 5G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촉구했습니다.
2.24
트럼프는 3월 1일로 정했던 관세인상 협상 시한을 연장하고, '2000억달러 어치 10% 관세' 문제를 터놓고 대화하기로 했습니다.
[구정은의 ‘수상한 GPS’]미국과 중국의 ‘콩 전쟁’
3.8
화웨이는 트럼프가 2018년 8월 서명한 국가방어강화법(NDAA)의 통신장비 거래제한 규정에 맞서 미국 정부를 텍사스 법원에 제소했습니다(화웨이 미국 본부가 텍사스에 있습니다).
중국의 ‘화약고’ 신장 위구르, 미·중 갈등 또 다른 ‘뇌관’으로
5.5
트럼프는 '2000억달러 어치 10% 관세'를 5월 10일 25%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미중 무역전 격화에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차이나머니도 이동하나
5.8
미국 정부는 중국에 '2000억달러 어치 10% 관세를 5월 10일 25%로 인상'한다는 방침을 중국에 공식 통보했습니다.
5.15
미국 상무부는 미국 기업들이 정부 허가 없이 화웨이 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화웨이와 자회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렸습니다. 별도로 트럼프는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 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뉴스 깊이보기]화웨이의 아킬레스건은 영국 기업...트럼프의 공략, 성공할까
6.18
트럼프와 시진핑이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양쪽은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 앞서 대화를 하기로 했습니다.
6.29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은 무역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른바 '오사카 휴전'입니다. 트럼프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기로 했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을 사들이기로 약속했습니다.
[구정은의 '수상한 GPS']멕시코? 베트남? 미·중 무역전쟁, 컴퓨터 공장들은 어디로 갈까
트럼프·시진핑, 80분 담판…핵심 ‘화웨이’ 두고 이견 팽팽
8.1
이틀 동안 양국이 무역협상을 했습니다. 성과는 없었습니다. 트럼프는 중국이 농산물 추가수입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중국산 3000억달러 어치에 10% 관세를 매긴다고 발표했습니다(중국은 미국에 정말 수출을 많이 했나봅니다). 이 또한 25%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베이징과의 대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뉴스 깊이보기]베이다이허에 던진 트럼프의 폭탄...환율전쟁 옮겨간 미-중
8.5
중국 위안화 환율이 달러 당 7위안 선을 돌파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도 중단시켰습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자 미국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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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는 절대 없다” 보복, 또 보복…더 악화하고 길어질 ‘전쟁’
8.7
미국은 화웨이 등 중국 기업 5개사 장비를 연방정부 물품 조달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했습니다.
[뉴스 Q&A]위안화 환율 올린 중국...미·중 환율전쟁 어디로?
[뉴스 깊이보기]독일도 사우디도 '화들짝'...미·중 경제전쟁에 "글로벌 경기침체 온다"
8.13
미국이 9월1일부터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중국산 제품의 규모를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휴대전화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12월15일 이후로 연기하면서 살짝 '숨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8.23
중국은 미국의 관세 폭탄에 750억 달러 추가 관세로 '맞불'을 놨습니다. 미국산 원유는 처음으로 추가 관세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그러자 트럼프는 관세 폭탄으로 즉시 반격했습니다.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를 25%에서 30%로 올리고 또 다른 3000억 달러 규모 상품에 적용하는 관세는 15%로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또 시진핑을 '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10.11
미국과 중국이 벼랑 끝에서 ‘일시 휴전’에 들어갔습니다. 워싱턴에서 제13차 고위급 무역협상을 해서,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늘리는 대신 미국은 중국에 대한 추가관세를 보류키로 하는 부분합의에 도달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협상단 대표로 워싱턴을 찾은 류허(劉鶴) 부총리와 백악관에서 만났고, 기자들에게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 무역전쟁 종결에 매우 근접해 있다”고 했습니다.
12.13
양국이 "1단계 무역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미국은 12월 15일부터 부과할 예정이던 추가관세를 보류했습니다.
2020년
1.15
미국과 중국이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1단계 무역협상 합의문’에 서명했습니다. 중국은 향후 2년 동안 2000억달러(약 232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은 2019년 12월 15일부터 부과할 예정이던 1600달러 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매기지 않기로 했고, 1200억달러 어치에 대해 15% 관세를 매겼던 것을 7.5%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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