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 10일, 문학상,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등 노벨상 수상자들이 차례로 발표된다. 해마다 찾아오는 ‘노벨상 시즌’을 앞두고 올해도 각국 언론들은 유력한 수상자를 꼽으며 누가 영예를 안을지 점치고 있다.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단연 평화상이다. 지난달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내가 있어야 할 곳은 학교인데 당신들이 우리를 배신해서 이 자리에 섰다”며 세계 지도자들을 일갈한 스웨덴의 16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올해 평화상 후보로 올라 있다.
‘젊은 운동가들’이 떴다
툰베리가 ‘활약’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 수상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다른 부문 노벨상을 스웨덴 한림원에서 결정하는 것과 달리, 평화상 수상자는 노르웨이의 노벨위원회가 선정한다. 이들은 2009년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1년도 안 된 버락 오바마에게 ‘장차 핵무기를 줄이겠다’고 했다는 것만 가지고 평화상을 줬다.
일각에선 분쟁과 폭력을 종식시키는 공로를 세운 사람에게 주는 노벨상을 환경운동가에게 주는 것이 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평화’의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2007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유엔 기후변화 정부간위원회(IPCC)와 함께 지구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였다는 공로로 평화상을 받은 전례가 있다.
툰베리는 지난달 25일 ‘대안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바른생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파키스탄 여성 인권을 위해 싸웠던 말랄라 유사프자이(22)의 경우 17살이었던 2014년 평화상을 받았다. 만일 툰베리가 이번에 받게 되면 말랄라의 ‘최연소 수상자’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올해 노벨위원회에 추천된 후보는 개인·집단 등 301건이다. 노벨위원회는 추천받은 후보들의 전체 명단을 발표하지 않고 추천 건수만 공개한다. 그러나 노벨위원회 멤버로 들어가는 오슬로평화연구소(PRIO)의 사무국장이 해마다 ‘쇼트리스트’를 발표하며 주요 후보들의 윤곽을 그려준다.
올해 툰베리와 함께 눈길을 끄는 사람은 소말리아 태생의 여성 사회운동가 일와드 엘만(29)과 리비아의 여성 법학도 출신 운동가 하자르 샤리프(26)다. 두 사람은 모두 내전으로 찢기고 고통받는 나라에서 시민들을 설득하고 민주주의를 고양시키고 특히 여성 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운동을 해왔다. 두 사람은 모두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주도한 청년 프로그램에 참여해 ‘변화를 만드는 10명의 젊은이’로 뽑혔고, 반기문 총장 시절 유엔에서 특사 등의 직책을 맡아 활동했다.
모가디슈에서 태어난 엘만은 90년대 내전이 번지고 아버지가 목숨을 잃자 어머니와 함께 캐나다로 이주했다. 하지만 2010년 19살 나이에 고향으로 돌아가 소말리아 최초의 성폭력 피해자보호센터를 만드는 등 인권·평화운동에 뛰어들었다.
샤리프는 2011년 리비아 ‘아랍의 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무너지고 내전이 시작된 뒤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샤리프의 나이도 19살이었다. 내전이 가져다 준 폭력과 분열에 충격을 받은 그는 평화적 권력이양을 촉구하는 ‘우리가 함께 만든다’라는 시민단체를 만들고 여성과 젊은이들을 모았다. 2013년에는 리비아 전역 30여개 도시들의 활동가들과 민간기구들이 연대한 ‘1325 네트워크’의 결성을 주도했다. 샤리프는 미국과 유럽 등을 오가며 ‘가족과 식사하며 배우는 민주주의’ 같은 주제로 강연을 해 명성을 얻기도 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평화상 수상자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을 비롯해 11명이나 나왔지만 소말리아와 리비아 출신은 없었다.
PRIO는 올해 평화상 유력 후보로 엘만, 샤리프와 함께 중국에 맞선 민주화 시위를 이끌고 있는 홍콩의 청년 운동가 네이선 로(26)를 꼽았다. 링난대 재학 시절부터 학생운동을 했던 네이선 로는 2014년 79일 간의 ‘우산혁명’을 이끌며 홍콩의 젊은 운동가로 이름을 알렸다. 2016년 최연소 입법원(의회) 의원으로 선출됐지만 ‘취임 선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듬해 의원직을 박탈당했다. ‘데모시스토’ 당의 상무위원을 맡아 지금도 홍콩 시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오바마도 받았는데 나는 왜”
올해 주요 후보로 10~20대들이 거론된다는 사실은 젊은 세대의 좌절감과 분노가 커지는 것과 함께 청년들의 사회적·정치적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다. PRIO의 헨릭 우르달 사무국장은 “청년들이 기성세대의 권력과 내러티브에 맞서 지역 혹은 세계의 중요한 이슈에서 어젠다를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화상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온 사람은 따로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는 3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는 동안 내내 평화상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달 23일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와 만나 인도-파키스탄 간 분쟁 중재자로 자신이 적격이라면서, 다시 노벨상을 언급했다. 노벨위원회가 불공평하다면서 자신은 충분히 수상할 자격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바마 전대통령이 받았던 것이야말로 불공정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트럼프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노벨상으로 달려가려 한다”고 비꼬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그토록 바라는 노벨상을 받기도 전에 의회의 탄핵조사가 결정돼 현재 미국 내에서는 궁지에 몰려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 중에는 오바마, 시어도어 루스벨트, 우드로 윌슨이 평화상을 받았다.
이밖에 에리트레아와 평화협정을 체결한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흐메드 총리,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구조위원회(IRC), 무기통제연맹(CAC), 국경없는기자회(RSF)와 피살 위기의 언론인들을 돕는 언론인보호위원회(CPJ) 등이 후보로 올라 있다. 평화상 후보는 각국의 국회의원, 학자들이 추천할 수 있다.
올해엔 문학상 수상자 나올까
평화상 못잖게 관심을 끄는 문학상은 늘 예측을 벗어나기 때문에, 사실상 예측이 의미없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에도 케냐의 응구기 와 시옹오, 알바니아의 이스마일 카다레, 미국의 조이스 캐럴 오츠,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 폴란드의 올가 토카주크 등이 ‘만년 후보’처럼 거론된다. 하지만 의외의 인물이 받을 가능성도 많다. 2016년에는 미국 가수 밥 딜런을 선정해 세상에 ‘충격’을 안겼다.
문학상은 비서구권 작가와 여성 작가들에게 야박하다는 비판도 많다. 지난해에는 #미투 운동으로 문학계와 출판계 성폭력과 성차별이 폭로되고 스웨덴 한림원도 연루된 탓에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과학분야에서는 유방암을 일으키는 BRCA 유전자 연구, C형간염 치료 연구, 외계행성 관측과 초전도체 연구, 양자얽힘 연구 등이 영광을 안을 후보들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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