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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 이주? 지구부터 지켜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의 일갈

딸기21 2019. 10. 1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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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식민지 상상도. 미 항공우주국(NASA)

 

“외계행성은 너무 멀다. 아직 살만한 우리 행성부터 보존하라.”

 

태양계 밖 외계행성을 처음 발견한 공로로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된 스위스 천체물리학자 미셸 마요르(77)가 지구를 망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놨다.

 

스페인에서 열리고 있는 학술회의에 참석 중인 마요르 박사는 9일(현지시간) AFP통신과 회견하면서 ‘인류가 외계행성으로 이주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외계행성으로 이주하기 힘들다는 점부터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외계행성은 아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인간이 거주할만한 행성이 있는 낙관적인 경우라 해도 그곳까지 가는 데에는 몇 광년은 걸린다”고 지적했다.

 

“지구부터 지켜라”

 

마요르 박사는 “지금 우리가 가진 수단으로라면 가는 데에만 수억일이 걸릴 것이고, 우리 행성을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구에서 살 수 없는 날이 오면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면 그만’이라고들 하는데, 그런 발언들을 없애야 한다”면서 외계행성 이주 프로젝트들을 “완전히 미친 짓”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마요르 박사는 제네바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1995년 프랑스 남부의 천문대에서 박사과정 대학원생인 디디에 쿠엘로(53)와 함께 ‘페가수스 자리 51’ 항성을 도는 외계행성을 발견했다. 태양계 너머에 생명체가 살 수 있을지도 모를 행성이 있다는 발견에 과학계는 열광했고, 외계행성 관측 붐이 일었다. 그후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은 약 4000개에 달한다.

 

‘외계행성’을 처음 발견,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스위스의 미셸 마요르 박사(오른쪽)와 공동수상자인 디디에 쿠엘로 박사.  사진 노벨 재단

 

마요르 박사는 “지구와 닮은, 지구와 가까운 행성을 찾아왔고 이를 연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자평하면서도 ‘우주에 생명체들이 사는 세계가 존재할 가능성’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다음 세대의 몫”이라고 말했다. 머나먼 외계의 생명체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주 개척’ 민간프로젝트들 봇물

 

우주를 향한 인류의 상상력이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로 표현된 지는 오래됐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로는 ‘실현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실제 이런 목표로 추진되는 프로젝트들이 늘어났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재정난 때문에 우주왕복선 프로그램들을 모두 폐기한 대신, 최근의 우주여행 혹은 우주 ‘이주’ 계획들은 민간에서 추진하고 있는 점이 큰 차이다.

 

그 효시는 1982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 스코트 웹스터와 브루스 퍼거슨, 데이비드 톰슨이 세운 미국의 오비털 사이언스라는 회사다. 이 회사는 날개가 달린 3단 로켓 페가수스를 제작하고, NASA와 계약해 안타레스 로켓과 시그너스 우주선을 만들었다. 하지만 독자적으로 인류를 지구 밖으로 내보내지는 못했고 지난해 미국 군수회사 노스럽그루먼에 팔렸다.

 

미국 항공우주 엔지니어인 로버트 주브린이 1998년 만든 비영리단체 ‘마스 소사이어티’는 인간의 화성 탐사와 이주 계획을 촉진시키기 위한 비영리기구다. 컨퍼런스와 캠페인 등을 통해 ‘화성 개척’의 이점과 인류에게 가져다줄 혜택을 알리는 데에 주력한다. 네덜란드에도 비슷한 단체가 있다. 바스 란스도르프와 아르노 빌더르스가 화성행 우주선을 개발하기 위해 만든 ‘마스 원’이 그것이다. 이들은 2025년 우주선을 화성에 착륙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적 있지만 실현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2001년 4월 러시아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방문해 ‘최초의 민간인 우주여행자’가 된 미국 억만장자 데니스 티토도 비영리단체 ‘인스피레이션 마스’를 만들었다. 이 단체는 소형 우주선을 2021년 화성에 보내는 계획을 세운 적 있다.

 

“지구는 아름답고 살 만하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폴 앨런, 영국의 기업가 겸 탐험가 리처드 브랜슨 등등 테크기업 창업자들이나 모험적인 억만장자들 중 우주사업에 관심을 보인 이들은 많다. 하지만 누구보다 ‘우주 이민’을 강력 주창해온 사람은 스페이스X를 창립한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는 인류가 지구에서 영원히 살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인간은 ‘우주를 여행하는 종(種)’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8일 미국 텍사스주의 보카치카에서 화성 탐사용 유인우주선 시제품을 공개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대표. 사진 스페이스X·AP연합뉴스

 

스페이스X는 2008년 태평양 마셜제도의 콰잘린 환초에서 첫 우주선 팰컨1을 발사했고 2012년에는 ISS에 드래건캡슐을 보냈다. 팰컨1호 발사 11주년을 맞은 지난달 28일 머스크는 텍사스 남부 보카치카에 있는 스페이스X의 발사시설에서 수직 이착륙을 할 수 있는 화성탐사용 유인우주선 ‘스타십’의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화성은 지구와 가장 근접했을 때 거리가 5470만km 정도다. 화성 이주 시나리오들이 곳곳에서 나오지만 아직 인류는 거기까지 사람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태양계 밖 행성에 인류가 언제쯤이나 도달할 수 있을지,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요동을 겪는 지구를 버리고 이사를 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미국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이 고안한 우주 식민지 ‘다이슨 구(Dyson sphere)’ 같은 것들이 상상력을 자극할 수는 있어도, 아직은 말 그대로 상상일 뿐이다.

 

마요르 박사는 지구를 ‘버리고 떠날 수 있는’ 무언가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당장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곳부터 아끼고 가꾸라고 일갈한 셈이다.

 

“우리 행성부터 돌보자. 이 행성은 아주 아름답고, 아직은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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