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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다쓰루, 시라이 사토시 '사쿠라 진다'

딸기21 2020. 2. 6.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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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 진다

우치다 다쓰루, 시라이 사토시. 정선태 옮김. 우주소년

 

지난해 읽고 나서 우치다 다쓰루의 책들을 좀 묶어서 정리해야겠다 해놓고 그냥 넘어가버린 <사쿠라 진다>.

 

건전 꼰대 우치다 선생과 좌파 학자 시라이 사토시의 대담입니다. 우치다의 글을 이전에 좀 읽어보신 분들은 아마 아시겠지만, ‘요즘 사람들’의 현학적이면서도 매끈한 ‘저널리스트같은’ 글과는 화법이 다릅니다. 이걸 이렇게 해석하는구나, 왜 자꾸 회초리를 휘둘러, 싶다가도 어르신의 통찰력에 간간이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달까요.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도 그랬고, <하류 지향>도 그랬고, <반지성주의를 말하다>도 제 기억엔 그랬어요. 나와 다른 세대 어르신의 글을 읽는 기분이랄까요.


시라이가 하는 이야기들은 전작인 <영속패전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은데 정작 그 책을 못 읽어봤네요. 그것까지 읽고 묶어서 정리해야지 했는데 어느새 시간은 흘러 경자년으로. 흑흑

 

이 책을 통해 두 사람은 일본의 지난 70년을 돌아보면서 느낀 느낌적인 느낌들을 서로 나눕니다. 그 중에서 인상깊었던 것 두 가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 두 사람은 "내면의 갈등, 소음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예전에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이렇게 얘기를 했는데 시간이 흘러 그것과 정반대의 말과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모두 다 그런 경험들로 인생을 채워갑니다. 그것이 성장이 될 수도 있고, 배신이 될 수도 있지요. 내가 그땐 그렇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아니었구나. 그땐 내가 그렇게 얘기했는데 지금 이렇게 하려니 좀 그렇긴 하네... 그런 고민을 하면 성장이 되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돌변이나 배신이 되는 거겠죠. 그런데 아베는 한국에 대해서든 평화에 대해서든, 어느 순간 행보가 확 바뀌는데 '내면의 갈등'이라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동물적인 정치감각으로만 움직이는 사람이기 때문일까요.

 

또 하나, 역시 아베에 대한 겁니다. 아베를 '발기불능의 마초'라 표현한 것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마초가 되려고 애쓰는데, 사실은 발기불능. 존재의 부딪침 혹은 존재의 불능이라고 해야 할까요. 비단 아베뿐 아니라 일본 극우파, 강경파들 모두가 불가능한 무력과 불가능한 팽창을 꿈꾸는 사람들인지도 모릅니다. 미국 추종주의와 일본의 홀로서기는 양립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래서 두 대담자는 아베로 대표되는 일본의 우익들, 그 뒤에 있는 무기력한 일본인들이 70여년 전처럼 자의반 타의반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어차피 안 될 것, 그냥 이대로 달려가는 거야, 그러다가 산산이 부서지는 거야, 그것 외에 무슨 방법이 있겠어! 이런 진단에 대한 동의는 일단 유보. 하지만 그런 정서적 상태에 대한 진단은 재미있었습니다.

 

아래 링크는 우치다 교수가 한일 갈등 국면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우치다 교수 “무능한 아베, 엉망진창 원해···파국 파트너로 한국 선택”


*표지를 보면, 솔직히 출판사 우주소년(Wu-Hean Baac)이 만든 한국어판 제목의 승리다!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엄청 이쁘게 만들었는데, 재판 찍을 때 내부 삽화들은 빼버리시는 게 어떨지. 정성들여 그린 그림들이 너무 상투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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