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까지 중국을 포함해 세계 48개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다.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지구적인 대유행)’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나날이 감염자 발생국이 늘어난다. 특히 이탈리아와 이란의 감염이 늘어난 뒤 유럽과 중동의 확산세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국가별 감염자 숫자는 바이러스 검사를 얼마나 집중적으로 시행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 9500명 검사, 520여명 양성
통계사이트 월도미터스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약 9500명을 상대로 바이러스 검사를 했고, 520여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북부 대확산이 벌어지게 만든 초기 전파경로를 파악하지는 못했으나, 지역에 널리 퍼진 후 검사 규모를 늘리면서 감염자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감염이 시작된 북부 롬바르디주와 베네토주를 넘어 지금은 대도시 볼로냐가 있는 에밀리아로마냐와 토스카나, 시칠리아까지 사실상 전국적으로 퍼져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호주는 3000명 넘게 검사해 23명의 감염자를 파악했다. 영국은 7130여명을 검사했고, 15명이 확진을 받았다. 프랑스는 그 10분의 1 수준인 760여명을 검사해 그중 18명이 양성 진단이 나왔다. 프랑스에서는 26일(현지시간) 2명이 숨졌으며 확진자의 아내에게 전파된 사례도 발견됐다. “이탈리아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댄 오스트리아도 검사 규모를 늘리고 있다. 320여명을 테스트했고 감염자 3명을 찾아냈다.
독일은 감염자 27명 중 10명이 26일 하루에 추가됐다. 당국은 확진자가 나온 네덜란드 접경지대 강겔트의 지역 축제 참석자 300여명을 추적 중이다. 베를린 국제영화제도 열리고 있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옌스 슈판 보건장관은 “전염병이 퍼지는 시작 단계에 와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루마니아, 스웨덴, 북마케도니아, 핀란드 등에서도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여행자가 확진을 받았다. 노르웨이에서는 이날 첫 감염자가 확인됐는데 중국을 방문했던 사람이었다.
검사 소극적인 미국, 언론들 “우려”
한국의 경우 27일 오전까지 약 5만6400명이 검사를 받았고 1800명 가까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질병관리본부는 “하루 최대 1만5000명까지 검사할 수 있도록 속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외국 언론과 기관들이 한국의 대응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미국은 전체 검사자 수가 약 450명에 불과하다. 현재 미국의 감염자는 60명이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확진을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미국 안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14명인데 이들 중에도 귀국 뒤 격리 관찰을 받아온 크루즈 탑승자들이 많다. 그러나 다른 경로를 통한 감염자도 늘고 있다. 26일에만 3명이 추가 확진을 받았는데 2명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탑승자였고 1명은 중국 후베이성에서 돌아온 사람이었다. 일본에서 실어온 크루즈 탑승객들의 격리가 풀리면 감염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언론이 연일 우려를 제기하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대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하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준비가 잘 돼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어떤 것에 대해서도 매우매우 준비가 잘 돼 있다”고 강조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응도 재차 칭찬했다.
일본은 27일 35명이 추가돼, 확진자가 900명이 넘었다. 그 중 700여명은 일본 정부가 국내 통계에 넣기를 거부한 크루즈 탑승자들이다. 사망자는 8명에 이른다. 이미 도쿄 시내 하천 유람선 감염이 드러났으며 크루즈 탑승자들 중 격리에서 풀려난 이들이 집으로 돌아가 감염된 사례도 잇달아 나왔다. 특히 홋카이도는 누적 확진자가 40명에 육박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7일 전국 초·중·고교에 봄방학이 끝날 때까지 임시휴교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적극 대응하기보다는 파장을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 병원들 ‘검사 거부’도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지침은 검사 대상자를 두 집단으로 나눈다. 하나는 확진자와 밀접한 접촉을 한 그룹이고, 또 하나는 최근 중국을 여행한 적 있으며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올라가고 폐렴 같은 증상을 보이는 그룹이다. 하지만 검사를 하고 진단을 내리는 것은 최종적으로 의사에게 달려 있다.
지지통신은 26일 “병원들이 검사를 거부하는 사례가 많다”고 보도했다. 지지통신은 대만에서 돌아온 뒤 열이 올라 병원에 갔으나 “중국을 다녀온 게 아니다”라는 이유로 코로나19 긴급상담센터에서 검사를 거부당한 사람, 우한에서 온 사람과 만난 뒤 의심증상을 보였는데도 “긴밀한 접촉자가 아니다”라며 일반 병원으로 가라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 등의 사례를 전했다.
일본 보건당국은 줄곧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한 관리는 로이터통신에 “바이러스 검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증상이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고령자나 질병이 있는 사람들을 진단하는 것”이라며 “(감염됐을까) 걱정하며 테스트를 받으려 하는 사람들 때문에 의료 용량을 넘어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로이터는 “한국은 교회를 중심으로 감염이 치솟자 열이나 호흡기 질환 증상만 보여도 검사를 하라고 권유하고 있다”며 일본과 대비시켰다.
비판이 일자 일본의학협회는 “검사 거부 사례들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검사한 게 1500여건에 불과하다는 보도가 나오자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26일 중의원에서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6300명을 조사했으며 하루 최대 3800명을 검사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입헌민주당 대표는 “병원에 가도 검사를 못 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 나라의 자원을 다 가동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날 뉴욕타임스에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다루지 못하는 일본이 올림픽은 치를 수 있겠느냐”고 질타하는 기고가 실렸다.
이란도 감염자 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27일 현재 사망자는 26명인데, 공식 확진자는 245명뿐이다. 검사를 늘리면서 이날 하루에만 100명 이상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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