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구정은의 '수상한 GPS']"2100년에 북극곰이 사라진다"

딸기21 2020. 7. 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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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미국 알래스카주 프루도만 북쪽 바다의 해빙에서 찍힌 엄마곰과 새끼곰들.  북극곰인터내셔널(Polar Bears International)·AFP연합뉴스

 

갈라파고스의 거북이처럼, 아프리카의 북부흰코뿔소처럼, 북극곰도 사라지는 걸까.

 

알래스카에서 시베리아까지, 북극권 전역에서 북극곰들이 줄어들고 있다. 북극곰들의 집이고 길이고 사냥터인 해빙(海氷)은 지구 기온이 올라가면서 나날이 얇아지고 있고, 먼 바다까지 사냥을 나가지 못하니 먹이가 줄어든다. 이대로라면 2100년에는 더 이상 북극의 흰 곰을 볼 수 없게 될 지 모른다. 캐나다 토론토대 피터 몰나르 박사 등이 20일(현지시간) 네이처 기후변화 저널에 실은 연구 결과다.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은 현재 야생에 살고 있는 북극곰 수를 2만2000~3만1000마리로 추정한다. 잘 알려진대로 북극곰은 해빙 지대에 살면서 얼음판 사이로 올라오는 물개 따위를 잡아먹는다. 그러나 여름에도 얼음이 덮여 있는 북극 바다의 면적은 1981년부터 2010년 사이에 13% 줄었다. 얼음 두께가 얇아지고 봄여름 얼음이 녹아버리는 곳이 늘면서 곰이 사냥을 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2018년 노르웨이 북부 스발바르 앞바다의 갈라진 해빙 위에 곰 한 마리가 서 있다. 북극곰인터내셔널(Polar Bears International)·AFP연합뉴스

 

북극곰은 다 자라면 몸무게가 350~680kg에 이른다. 극한의 기후에 적응해온 이들은 몇 달 동안 먹지 않아도 몸에 비축해놓은 지방을 소진하며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새끼를 낳고 키워야 할 어미곰들의 영양상태가 나빠지고 새끼곰들이 자라지 못하게 되면 마릿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환경단체와 과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북극곰은 북극권 전역에서 크게 19개의 무리를 이루고 있다. 몰나르 박사와 동료들은 그 중 13개 무리를 조사해, 집단 규모가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열량 수요를 계산했다. 결과는 비극적이었다. 지금처럼 북극 온도가 더 올라가면, 이번 세기 말에는 19개 무리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뉴욕타임스의 표현을 빌면 “북극곰이 굶어죽는 것”이다.

 

북극곰의 무리와 주요 서식지. 세계야생생물기금(WWF) 웹사이트

 

좀더 ‘온건한’ 시나리오, 즉 온실가스 배출량이 2040년 무렵 최대치에 이른 뒤 줄어든다는 전제 하에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무리 대부분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극곰의 생존은 얼음판에 달렸고, 얼음판의 운명은 지구 온도가 올라가는 것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논의해온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북극곰에게는 미래가 없는 셈이다.

 

2018년 10월 러시아 북부 노바야젬랴 제도의 벨루시야구바 마을에 내려온 북극곰들이 먹이를 찾아 쓰레기더미를 뒤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북극곰 멸종’을 경고한 이 연구는 기후변화 논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북극곰이 지구온난화로 타격을 입는 생태계의 상징처럼 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카토연구소를 비롯해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를 부정하거나 기후변화 위험이 과장됐다고 주장해온 우파 연구자들은 “북극곰은 예전에도 온난기를 이겨냈다”고 말한다. 산업혁명 이전에도 지구 기온이 올라갈 때가 있었고, 그런 시기에 북극곰들은 다른 식량을 찾아내며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엔 고래 같은 ‘대체 식량’이 있었던 덕분이고 지금은 그런 대안 먹거리가 없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한다. 실제 캐나다 마니토바주나 러시아 북부에서는 먹이를 찾아 나선 북극곰이 사람을 공격하거나 마을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갈수록 늘고 있다.

 

2019년 6월 러시아 북부 산업도시 노릴스크의 거리에서 북극곰이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기후변화가 아니더라도, 인간의 활동은 이미 북극곰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 이달 초 ‘북극(Arctic)’ 저널에 실린 미국 브리검영대 웨슬리 라슨 박사 등의 연구를 보면 새끼를 밴 암컷들은 유전 시추·채굴과 건설 등으로 위험해져도 안전한 곳으로 옮겨가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부는 정찰을 늘리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했지만 대다수는 한번 판 굴에 머물러 있었다. 에너지회사들은 작업을 하기 전에 열감지카메라 등으로 북극곰이 사는 굴을 미리 확인한다고 했지만 그렇게 해서 확인할 수 있는 서식지는 55%에 불과했다.

 

북극곰은 해빙에 굴을 파고 새끼를 낳아 키웠지만 얼음이 약해지면서 뭍으로 많이 옮겨왔고 인간 활동과 부딪치는 일도 더 많아졌다. 임신한 곰은 늦가을에 굴을 파고 들어가 겨울을 나면서 새끼를 낳는다. 눈이 동굴을 덮어 어미곰과 새끼들을 보호해준다. 그런데 인간의 접근이나 개발로 위협을 느낀 어미곰들은 갓 낳은 새끼를 두고 도망치거나, 심지어 새끼를 죽이기도 한다. 기후변화와 유전 채굴·개발이라는 장기적·단기적 요인이 공모해 북극곰을 멸종 위기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북극곰과 인간 활동구역 사이에 완충지대를 최소 1마일(1.6km)은 둬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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