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청문회에 제약사 대표들이 불려나왔다. 모더나를 비롯해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머크, 화이자 5개사 대표들이 출석했다. 초대형 제약·생명공학기업인 4개 회사에 비해 모더나는 역사나 규모 면에서 훨씬 뒤쳐진다. 그러나 최근 고무적인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한 걸음 다가간 것으로 평가를 받으면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최대 관심사는 백신이 언제 나올 것인지, 그리고 얼마에 팔 것인지였다. 업체들은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로 내다봤다. 문제는 가격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은 이윤을 붙이지 않고 개발·생산비용만 받겠다고 했다. 두 회사는 정부로부터 개발 예산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모더나의 스티븐 호게 회장은 “실비로 팔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윤을 남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머크와 화이자도 같은 입장이었다.
화이자는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겠다면서 정부 지원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모더나와 머크는 다르다. 뉴욕타임스는 모더나가 미 연방정부로부터 4억8300만달러, 약 5800억원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사이언스매거진에 따르면 머크는 그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으로부터 3800만달러를 따냈다. 민주당 의원들은 세금을 지원받은 회사들이 백신으로 이익을 챙기려 하는 걸 비판했다.
머크의 경우는 아직 임상 단계에 들어가지도 못했지만 모더나는 이미 첫번째 임상시험(1상) 결과를 발표했고 2상도 끝났으며 27일부터 3상에 들어간다. 지난 14일 모더나 측은 1상에서 시험대상자 전원에게 항체가 형성됐다고 발표했다.
이미 모더나 경영진은 임상시험만으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 2018년 12월 나스닥에 상장됐을 때 모더나 주가는 주당 23달러였다. 그러나 3월 중순 임상시험에 들어간다고 발표한 이후 올해 최대의 ‘코로나 수혜주’가 됐다. 연초 주당 12달러였던 주가가 3월말 80달러대로 치솟은 것이다. 6월에는 60달러선에 머물더니 1상 결과를 발표한 뒤 다시 80달러대로 올라갔다. 17일에는 94달러를 찍었다.
스테판 반셀 최고경영자(CEO)는 “모더나의 앞날이 이보다 더 낙관적일 수는 없다”고 했다. 이달 중순 CNN머니 예측조사에서 분석가 13명 중 12명이 모더나 주식 ‘매수권고’를 했고, 모건스탠리 분석가는 “백신을 만드는데 성공하면 주당 최고 279달러까지 올라갈 것”이라 예측했다.
모더나는 10년 전 창립됐고 본사는 매서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있다. 직원은 850명 정도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이 회사는 벤처기업들이 상품보다는 주식을 팔아 돈버는 과정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회사 대주주는 레바논 출신 생명공학자인 누바르 아페얀 이사회장과 MIT 교수인 창업자 로버트 랜저다. 기업공개 때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아페얀은 모더나 지분 약 20%를 갖고 있고, 그가 경영하는 플래그십파이오니어링이라는 회사가 별도로 18%를 갖고 있다.
CEO 반셀은 프랑스인으로, 미국 제약회사 엘리릴리에서 일한 적 있다. 미국 의료전문매체 스타트에 따르면 반셀은 의학·과학분야 박사학위가 없는데도 2011년 경영을 맡은 이후 회사가 낸 특허신청 100여건에 공동출원자로 이름을 올렸다. 하원 청문회에서 회사를 대표했던 호게 회장은 매킨지 컨설턴트 출신이다.
지난 5월 18일 모더나는 1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해 주가를 30% 이상 끌어올렸다. 재무책임자인 한국계 로런스 킴은 그날 하루에만 모더나 주식 300만달러 어치를 사서 1980만달러에 매각했다. 이튿날에는 회사의 의료부문 책임자 탈 작스가 역시 150만달러 어치를 사서 977만달러에 팔았다. 법적인 문제는 없다. 경영진은 주식을 사고팔 계획을 30일 전에 회사에 제출해야 하는데, 두 사람 모두 사전 계획서에 따라 자동거래시스템으로 거래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어 플래그십파이어니어링이 모더나 주식을 팔아 6950만달러를 벌었다. 이사였던 몬세프 슬라위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백신부문 책임자를 지낸 전문가다. GSK 시절 자궁경부암백신 ‘서바릭스’, 로타바이러스 백신 ‘로타릭스’, 에볼라 백신 개발 등을 지휘해 업계에서 명성을 얻었다. 슬라위는 5월 중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백신개발 프로그램인 ‘워프 스피드(Warp Speed) 작전’ 책임을 맡으면서 모더나 이사에서 사퇴했으나 여전히 1000만달러 스톡옵션을 갖고 있다.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것이 ‘이해관계 충돌’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사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 네이블 하버드 의대 교수는 갖고 있던 모더나 주식 절반을 1상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인 15일에 팔아 560만달러를 벌었다. 반셀 CEO는 올 상반기 모더나 주식을 팔아 2100만달러를 챙겼는데, CBS방송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도 16일까지 총 480만달러 어치를 매각했다. 호게 회장도 5월에 낸 거래 계획서에 따라 이달 들어 190만달러 어치를 팔았다. 거액 보너스를 받거나 주식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은 기업 경영자에게 주어지는 통상적인 인센티브다. 하지만 업계 관행에 비춰봐도 모더나의 경우는 “이례적으로 강력한 인센티브”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한다.
정작 모더나의 실적은 아직까지 두드러진 것은 없다. 5월 발표된 올 1분기 매출은 840만달러였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신종플루 치료약 타미플루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렘데시비르를 만든 제약사 길리어드는 신약이나 백신을 개발, 특허로 돈을 번다. 모더나 역시 대량생산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연구·개발을 하는 회사다. 모더나는 항암제와 감염병 백신 등 20여개 약품과 백신을 현재 시험 중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 최근 보도에 따르면 아직 상용화된 것은 없다.
모더나 주가는 20일부터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됐다. 그 자체로 큰 호재였다. 그러나 같은 날 JP모건은 모더나 주식에 대한 평가를 ‘비중 확대(overweight)’에서 ‘중립(neutral)’으로 낮췄다. JP모건은 이 회사 주식이 코로나19 확산세와 백신 개발이라는 불안정한 상황에 기대고 있다며 “주가가 더 올라가거나 (현재 가격이) 지속될 것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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