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구정은의 '수상한 GPS']"중국 경제, 8년 뒤 미국 추월"…문제는 '내부 격차'

딸기21 2020. 8. 25. 16:32
728x90

21일 중국 베이징의 CCTV 본사 앞으로 행인들이 지나가고 있다.  AP

 

코로나19 감염자가 600만명에 이른 미국, 발원지임에도 우한 봉쇄로 8만5000명 선에서 확산을 막고 있는 중국. 미국은 전염병 대란인데 중국은 24일까지 9일째 ‘본토 발병’이 0명이다. 식당도 체육관도 지하철도 공항도 모두 북적이고 학교 수업도 대부분 정상화됐다. 미국 경제가 휘청이는 반면에 중국은 다시 경제가 돌아가면서, 두 나라의 중장기 경제전망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때문에 중국 경제규모가 미국을 따라잡는 시기가 더 일러져 앞으로 8년 뒤에는 세계 1·2위 경제국 순위가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P모건은 지난 4월 1.3%로 봤던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최근 2.5%로 올렸다. 세계은행도 올해 주요 경제국 중 유일하게 중국의 경제전망만 상향조정했다. 반면 미국은 2분기에 경제규모가 33% 줄었고 올해 -8% 성장이 예상된다.

 

워싱턴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해 조정한 올해 중국 경제규모를 11조9000억달러로 예상했다. 지난해에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미국 GDP의 63%였는데 올해엔 70%에 이를 것으로 봤다. 미국 경제와 비교한 중국 경제규모가 7%포인트나 늘어나는 것인데, 이렇게 큰 폭으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은 해는 없었다. 코로나19가 번지기 전에 독일 도이체방크는 2019~2023년 중국 경제가 26% 커질 것으로, 미국은 같은 기간 8.5%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최근 이 은행은 양쪽의 5년 성장률을 조정했다. 중국은 24%로 2%포인트 낮췄지만 미국은 3.9%로 수정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당분간 미국의 성장률이 반토막날 것이라는 얘기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호미 카라스 연구원은 WSJ에 중국이 2028년에는 미국 경제규모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의 예측보다 2년 앞당긴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 브라질, 인도 등 브릭스 국가들과의 격차도 벌릴 것으로 보인다. 경제규모 세계 3위인 일본은 올해 기록적인 위축이 예상된다.

 

올 첫 3개월간 전염병에 휘둘린 중국은 4월부터 공장을 다시 돌리고 경제를 정상화하기 시작했다. 팬데믹 시대를 맞아 온라인 기업들의 성장이 특히 두드러졌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자이언트들이 코로나 이후 소비자들의 온라인 이동 덕에 활황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음식배달앱에서 출발한 중국 최대 배달플랫폼 메이퇀뎬핑의 2분기 순익은 22억위안(약 3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배다. 1분기에는 16억위안 적자를 봤었다. 알리바바는 2분기 매출이 1540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다. 알리바바의 라이벌로 부상한 징둥(JD닷컴)은 순익이 165억위안으로 1년 전보다 무려 25배 성장했다.

 

중국은 지난 5월 3조6000억위안, 약 5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재정적자는 지난해 GDP의 2.8%였던 것에서 올해엔 3.6%로 늘어날 걸로 봤다. 그러나 미국의 ‘3조 달러 부양책’에 비하면 훨씬 적고, 2008년 미국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세계 경제침체 뒤 중국이 풀었던 돈에 비해서도 적은 규모다. 당장 내수를 늘리겠다고 개인 소비자들에게 돈을 주는 것보다는 기업 세금을 줄이고 대출을 쉽게 해주고 투자규모를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이 부양책을 발표했을 때, 분석가들은 “베이징에서는 대규모 부양책이 인기가 없다”고 했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관리하며 금융 수단들을 단계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현금 폭탄’을 퍼부을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국 경제를 따라잡는 중국 경제 규모. 그래픽 월스트리트저널(WSJ)

 

그러나 중국의 회복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교역 상대의 침체가 수출대국 중국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국 GDP의 5분의1은 미국과 유럽 수출에서 나온다. 지금은 경제를 먼저 재가동한 탓에 빠른 회복을 보여주고 있지만 중국의 ‘나홀로 회복’이 지속가능할지 의문을 표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한 분석가는 WSJ에 중국을 ‘안쪽 레인으로 빠르고 치고나오는 스케이트 선수’에 비유하며 “그러나 이 스케이트는 중국의 발을 다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강세도 불리한 요인 중 하나다.

 

무엇보다, 중국의 적은 내부에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격차’다. 전염병에 따른 타격이 평등하지 않았듯, 반등도 평등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코로나 이후 경제회복이 중국에서 격차를 더 키운다”며 중국 경제의 회복이 ‘2가지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가 노동시장의 ‘계급화’를 더 심화시킨다는 지적은 곳곳에서 나왔다. 대면 노동을 해야 하는 사람들은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나 고학력 노동자들보다 훨씬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단 몇 달 간의 봉쇄였다 해도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이 그 타격에서 헤어나오기가 쉽지는 않다. 중국의 공식 실업률은 5.7%이지만 저소득층의 코로나 실업은 그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대출기준을 완화한 것도, 은행 돈을 빌려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21일 베이징 위위안탄 공원에서 열린 국제 빛축제를 구경하는 시민들.  신화

 

최상위 부유층이 다시 지갑을 열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루이뷔통과 매리어트 호텔은 중국 시장에서 이익이 복구된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더 늘어났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프라다의 지난달 중국 매출은 전년대비 60% 뛰었다. 그러나 극소수 부유층이 경제를 지탱하는 것은 아니다. 평균 이하 소득층이 많은 도시 주민의 2분기 소비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줄었다.

 

경제의 크기가 미국을 얼마나 빨리 추월하든, 1인당 GDP는 미국이 중국의 6배가 넘는다. 1인당 가처분 소득은 중국의 8.4배이고 소비지출은 15.2배다. 첨단기술 제품 수출은 중국이 5배에 이르지만 노동생산성은 미국이 12배 높다. 중국 글로벌타임스가 지난 5월 미국과 중국의 ‘현실’을 비교한 수치들이다.

 

격차는 수출보다 더 심각하게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지난해 중국 GDP의 58%는 내수에서 나왔다. 경제전문가 좡보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정부가 다리와 길 몇 개를 새로 만들지 결정할 수는 있지만, 평범한 이들이 돈을 얼마를 쓰게 할 지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