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구정은의 ‘수상한 GPS’]코로나 안개, 코로나 지문...이 바이러스에 대해 아는 것, 모르는 것

딸기21 2020. 8. 1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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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가 처음 확인된 지 8개월이 돼 간다. 세계가 이 신종 감염증에 초유의 혼란과 고통을 겪고 있으나 여전히 바이러스와 질병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많다. 무증상 감염, ‘어린이 괴질’과의 관계 등이 어느 정도 확인됐다. ‘코로나 안개’라 불리는 호흡기 이외의 신체적 이상과 장기적인 인체 피해가 우려되지만 명확한 메커니즘은 알 수 없다. 미국 과학전문사이트 스타트는 17일(현지시간) 지금까지 코로나19에 대해 알게된 것과 여전히 규명되지 않은 것들을 정리했다.

 

스타트에 따르면 이전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달랐던 대표적인 현상이 ‘아이들도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거의 없을 것으로 봤으나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증상이 나타난 아이들이 많았고 사망한 케이스도 있었다. 감염 경로가 이전의 사스, 메르스 등과 다소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5세 이하 영유아는 증상을 보이는 비율이 낮지만 10대의 경우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키는 정도가 성인들과 비슷했다. 다만 감염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치명률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어린이 괴질’로 불렸던 ‘소아청소년 다기관 염증증후군(MIS)’은 코로나19와의 연관성이 거의 확실해졌다. 그래서 연관성을 명시해 의료진들이나 학자들이 ‘MIS-C’라 명명했다. 이 또한 이전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들과의 차이다.

 

2003년 사스가 중국과 아시아에서 퍼질 때에 ‘슈퍼 확산자’가 이슈가 됐다. 광저우의 한 환자가 병원에서 의료진 30명 이상을 감염시킨 것이었다. 방역 체계의 빈틈이 문제였지만 어쨌든 이 환자는 슈퍼 확산자로 지목됐으며 그를 치료한 의사가 홍콩에 가서 2차 슈퍼 확산자가 됐다. 그러나 예방에 마스크 못잖게 중요한 것은 환기다. 공간 내 바이러스의 농도를 희석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의 경우 클럽, 술집 등에서의 감염이 많았고 확진자에 따라 바이러스를 퍼뜨린 정도가 달랐지만 환기가 문제였는지 개인의 신체적 특성 탓인지는 알기 어렵다.

 

통상적인 바이러스 전파와의 또 다른 중요한 차이는 ‘무증상 감염’이다. 예일대 의료사이트 메드아카이브에 올라온 논문을 보면 감염자의 20%가 무증상이었다. 이보다 무증상 감염자 비율이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하는 학자들도 있다. 또한 ‘아파지기 직전’에 전염성이 높다는 연구도 있었다. 증상이 발현되면서 감염자가 통증을 느끼기 직전에 바이러스를 널리 퍼뜨린다는 것이지만 확실하지는 않고, 이유도 알 수 없다.

 

또 하나의 논란거리는 회복된 이후 몇 주가 지나도록 양성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도 전염을 일으키는지, 그러므로 격리를 해야 하는지는 불확실하다. 증상이 발현되고 10일이 지난 뒤에도 남에게 감염시킨 사례는 있었다. 홍콩대 말릭 페이리스 교수는 “면역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하는 ‘면역타협 환자(immunocompromised patients)’가 오랜 기간 감염을 퍼뜨릴 수 있다”고 말한다. 무증상 감염이나 발병 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감염력이 계속되는 현상 등이 있기 때문에 증상에 상관 없이 거리두기를 지켜야 한다고 의료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물건을 통한 감염은 적었다. 손소독제와 항균필름이 방역 수단으로 많이 쓰이지만 예상보다 매개물 감염 위험은 낮아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감염병 전문가 마리아 판 커코브는 “매개물만으로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스타트에 따르면 코로나19는 ‘환자의 몸에 지문을 남긴다.’ 심장의 응혈이 생길 수 있고 뇌나 폐에 손상의 흔적이 남을 수도 있다. 회복 뒤에도 심장 이상이나 뇌졸중을 조심해야 하고, 전염병 사태가 사그라들어도 후속 질환자들을 걱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젊은층의 경우도 심하게 증상을 앓은 뒤 심근육이 약화돼 장차 심장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독일 연구팀은 지적했다. 회복 과정에서 가슴 통증을 호소한 환자들도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솔라나비치의 상점에 코로나19 예방용 복면이 진열돼 있다.  로이터

 

감각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냄새를 못 맡는 것이 코로나19의 초기 증상으로 거론됐다. 후각이나 미각 상실이 회복 뒤에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우울감과 무기력증, 단어가 생각나지 않거나 길을 못 찾고 사고에 장애를 겪는 ‘코로나 안개(Covid fog)’도 나타났다. 이탈리아에서는 환자 최소 3명이 근무력증 같은 말초신경 장애를 겪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환각을 일으켰다는 보고가 있었는가 하면, 브라질 지카바이러스 확산 때 나타났던 신경계통 이상인 길랭-바레(Guillain-Barre) 증후군을 보인 환자도 있었다. 미국 국립심장·폐·혈액연구소는 감염됐다가 퇴원한 환자 3000명을 6개월 간 추적조사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뉴욕의 마운트시나이병원은 5월에 ‘포스트-코비드(COVID) 케어센터’를 열고 장기적인 증상을 연구하고 있다. 센터 측은 자율신경 이상, 심장질환과 혈압 이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또한 정확한 메커니즘이나 인과관계는 아직 불분명하다.

 

‘누가 더 아픈가’ 역시 확실치 않다. 나이든 사람, 비만이거나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심한 증상을 겪기 쉬운 고위험군인 것은 분명하다. 치명률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확연히 높아진다. 하지만 평소에 건강했던 30대에게서도 극심한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규명되지 않았다.

 

바이러스의 돌연변이 속도는 현재까지는 빠르지 않다. 코로나는 RNA를 통해 증식하는 레트로바이러스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변이들 중에는 RNA를 구성하는 아데닌, 우라실, 구아닌, 사이토신 중 구아닌 서열이 바뀌는 ‘G변이’가 가장 많았다. 변이 정도가 작다는 것은 백신 개발에는 청신호다. G변이가 일으키는 증상이나 감염 경로에 변화를 가져오는지,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아직까지 뚜렷한 변화가 포착된 것은 없다.

 

면역이 생긴다면 지속기간은 얼마나 될까. 학자들의 대답은 “아직 모른다”는 것이다. 장차 개발될 백신의 효과를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항체가 생성된 사람에게서도 항체가 오래 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네덜란드 연구팀이 수십년 동안 코로나바이러스 항체를 추적해보니 대체로 면역력이 유지되는 기간은 첫 감염 뒤 1년 정도였다. 코로나19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다시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체내에서 항체가 많이 생성될 수도 있다며 낙관적으로 보는 면역학자들도 있다. 면역시스템은 일종의 ‘기억장치’이기 때문이다.

 

‘진짜 감염자 수’는 얼마나 될까. WHO 등의 공식 집계에 따르면 19일까지 세계에서 약 2200만명이 감염됐다. 그러나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0개 도시를 조사한 결과 실제 감염자 수가 공식 통계의 10배가 넘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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