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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바이든 '코로나 사령탑'은 40대 '의료 조직가' 비벡 머시

딸기21 2020. 11. 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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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조 바이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끌게 될 비벡 머시.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9일(현지시간) 코로나19에 맞설 태스크포스(TF)를 공개했다. 비벡 머시 전 보건총감, 데이비드 케슬러 전 식품의약국(FDA) 국장, 마셀라 누네즈-스미스 예일대 교수 등 13명으로 구성된 TF는 앞으로 바이든 정부가 펼칠 팬데믹과의 싸움을 최전선에서 이끌게 된다.

 

미국의 감염자는 1000만명을 넘어서고 사망자가 25만명을 향해 가고 있다. 바이든은 이날 TF를 발표한 뒤 미국이 “암흑의 겨울”을 맞고 있다면서 “마스크 착용을 간청한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쓰는 것은 정치적인 발언이 아니라 “나라의 통합을 시작하는 길”이라고 했다. 대선 승리 선언 뒤 첫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와 마스크 얘기부터 한 것이다.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 바이든 당선자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자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 나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TF를 이끌 머시는 43세의 영국 태생 인도계 의사다. 하버드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했고 예일대에서 의학과 경영학 학위를 받았다. 의사이기도 하지만, 그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의료 조직가’로서의 능력이다. 1995년 대학 1학년 때 미국과 인도의 에이즈 감염자들을 돕는 비전월드와이드라는 단체와 인도 농촌의 여성보건을 돕는 스와스티야보건파트너십을 만들었다. 브리검여성병원, 하버드대 병원 등에서 경력을 쌓으면서 2008년 ‘미국을 위한 의사들’을 창립해 의사 1만5000명을 결집시킨 조직력의 소유자다. 온라인 임상시험 지원시스템인 트라이얼네트웍스, 젊은 과학자들의 연구 플랫폼인 에퍼니쿠스도 설립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중 마스크를 들어보이며 미국인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호소하고 있다.  윌밍턴 AFP연합뉴스

 

머시는 2011년 34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공중보건자문위원장으로 발탁됐다. 3년 뒤 오바마 대통령은 그를 보건총감(Surgeon General)으로 지명했다. 미국은 보건복지부 산하에 공중보건단(PHSCC)을 두고 있다. 단장인 보건총감은 ‘제복 입은 의료 지휘관’으로 불린다. 그가 지명됐을 때 민주·공화 양당의 일부 상원의원들과 전미총기협회(NRA)는 거세게 반발했다. 머시가 “총기 폭력이 공중보건을 위협한다”고 주장해온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 심장의협회, 내과의협회, 공중보건협회, 암학회, 당뇨병협회 등 보건의료 단체들이 대거 나서서 지원했고 명성 높은 뉴잉글랜드의학저널도 지지 논평을 냈다.

 

2014년 12월 머시는 상원 투표에서 51 대 43으로 통과됐고 최연소 보건총감이 됐다. 그후 3년 동안 알콜·약물 등 공중보건 위협요인들과의 싸움을 벌였다. 큰 파장을 일으킨 것 중의 하나가 ‘턴 더 타이드(흐름을 바꾸자)’ 캠페인이다. 미 전역에서 계속 문제가 돼왔고 결국 존슨앤드존슨 등 제약회사들이 법정에 서게 만든 마약성 약물 오피오이드 중독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다.

 

머시는 또 전임자들과 달리 보건총감으로서 계속 보고서와 성명, 서한을 발표하며 젊은층 사이에 늘고 있는 전자담배의 위험성 등을 경고해 반향을 일으켰다. 비만이 많은 미국에서 ‘걷기 좋은 공동체’를 제안하고 걷기운동 ‘스텝잇업’ 캠페인에 60만명을 참여시켰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2017년 물러난 머시를 다시 발탁한 것은 바이든 당선자가 코로나19 상황을 국가적 조직력의 문제로 본다는 뜻이다. 미국에 약이 모자라고 의사와 병원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연방정부가 대응에 실패해 의료공급망이 무너졌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끈 트럼프 백악관의 코로나19 TF가 방역에 실패해 미국을 “코너로 몰고 갔다”면서 자신은 취임 첫날부터 “보급 사령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때 프랭클린 D 루즈벨트 대통령이 만들었던 전쟁물자생산위원회 같은 팬데믹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마셀라 누네즈-스미스 예일대 교수.

 

의료전문매체 스타트는 머시에게 TF를 맡긴 것에 대해 “저명한 의사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과학을 정치와 뒤섞은 트럼프 정부와는 다르게 대응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함께 TF를 이끌 케슬러는 1990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때부터 민주당 빌 클린턴 정부 때까지 FDA 수장을 지내며 행정 능력과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머시와 케슬러는 코로나19가 퍼진 뒤 FDA를 정치 싸움에 끌어들이지 말라며 트럼프 정부 비판에 앞장섰다. 특히 머시는 대선후보를 공식 결정하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 주요 연설자로 나서서 방역 리더십이 무너진 것을 비판했다.

 

누네즈-스미스 교수는 보건 불평등에 천착해온 라틴계 흑인 여성 의학자다. 코네티컷주 팬데믹 대응에 직접 관여하고 바이든 캠프의 보건의료 정책을 자문하면서, 코로나19가 유색인종에 더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경고해왔다. TF 인선에도 가치관과 다양성을 반영함으로써, 바이든 측은 팬데믹 대응과 동시에 미국 의료인프라를 고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바이든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철회하고 국제사회의 팬데믹 대응에도 적극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캠프는 대선 때 ‘세계 긴급보건위원회’를 만들어 주요7개국(G7) 국가들이 WHO와 함께 취약한 국가·지역의 위기 대응을 조율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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