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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업] 아프간 카불 공항 테러 상황 정리

딸기21 2021. 8. 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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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sengers evacuated from Afghanistan disembark from a British Royal Air Force aircraft after landing at RAF Brize Norton station in England on August 24. (Justin Tallis/AFP/Getty Images)


-아프간 카불 공항에서 자폭 공격이 일어났다.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 일대에서 26일 2차례 연쇄 자폭 공격이 벌어졌다. 아프간인 60명 이상이 숨졌고 140여명이 다쳤다. 미군도 13명이 사망했다. 숨진 미군 대부분은 해병대원이며 해군 군의관도 포함돼 있다.
첫 공격은 아비 게이트라는 출입구에서 발생했다. 카불공항에 들어가는 주된 출입구이고 미 해병대가 치안을 맡고 있었다. 아프간인들이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하면 공항 들어가기 위해 대기하는 곳이라서 매우 붐비던 상황이었다. 두번째는 영국군이 머물던 공항 주변 바론 호텔 부근에서 벌어졌다. 미군 설명에 따르면, 폭발이 일어난 다음에 무장한 범인들이 현장에 있던 미군과 아프간 시민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조직적인 공격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들이 자국민과 협력자들을 철수시키기 위해 카불 공항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시점에 일어난 일이다. 아프간 정부가 무너지고 극단세력의 테러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는데 결국 참사가 벌어졌다.
안토니우 구테레스 유엔 사무총장은 곧바로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에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5개국 대표들이 30일 뉴욕에서 회의를 할 예정이다.

-사전에 경고가 있었다던데. 누가 일으킨 건가.
카불공항이 공격을 받을 것이라는 정보가 있어서 미국 외교관들이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국인들에게 즉시 떠나야 한다고 알렸으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었다.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격인 ISIS-호라산은 자신들의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아프간 공격한 빌미가 됐던 것은 아프간에 숨어 있는 테러조직 알카에다였다. 그런데 아프간 내 알카에다의 일부, 탈레반의 일부가 떨어져나와 IS에 합류했다. 2015년에 IS가 아프간 일대에 ‘호라산 지부’를 결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호라산은 아프간 주변을 통칭하는 이름이다.
IS는 2010년대 중후반에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서 자칭 칼리프국가를 세우고 두 나라를 피폐하게 만든 조직이다. 그러나 이라크에서는 일찌감치 힘을 잃었고 시리아에서도 거의 쫓겨났다. 2015년은 IS가 기승을 부리던 시점이었고 ISIS-호라산의 전투원이 2500명에 이르렀다. 그러나 2017년에는 1000명 아래로 줄어든 것으로 미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탈레반의 공세로 아프간 정부가 무너지고 불안정해지자 다시 고개를 든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관련 없는 일인가.
탈레반은 아프간에 새 정부를 세우려고 하고 있고, 무장게릴라를 넘어 정권을 운영해본 적도 있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를 신봉하는 것은 같지만 테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 아니다. 일단 미군이 다 물러날 때까지는 문제가 일어나길 바라지 않는다. 미군과 나토군이 무사히 나가도록 해주는 것은 지난해와 올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약속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래서 외국인들의 철수와 관련해서는 일단 협력해오고 있었다. 프랭크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관은 탈레반과 카불 공항 공격 관련 정보도 일부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카불을 비롯해 전국을 거의 장악했다고는 해도 아프간 전역에서 탈레반의 통제력이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공격이 그걸 그대로 보여줬다.

-미국의 움직임은.
공격이 일어난 뒤 미군은 카불 공항 주변에 공격용 헬기와 드론 등을 투입해 폭발물을 제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공격을 일으킨 자들을 결코 용서하지도, 잊지도 않겠다. 반드시 찾아내서 값을 치르게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미군 5800명 정도가 남아서 카불 공항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데, 군이 요청한다면 필요한 병력을 더 늘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The US flag is lowered at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DC, on August 26. (Pool)


-바이든 정부는 곤혹스럽게 됐다.
아프간인들은 물론이고 미군도 13명이 한번에 목숨을 잃었다. 엄청난 참사다. 아프간 철군은 이미 전임 공화당 정부 시절부터 정해져 있었으며 미국 내 여론도 지지해왔다. 하지만 철수 시한을 밝히고 얼마 되지도 않아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를 무너뜨리자, 미국의 결정과 철군 절차가 성급하게 진행됐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았다. 무엇보다 아프간 정부가 속절없이 무너진 상황에서 카불 철수를 안전하게 마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런데 결국 참사가 일어났고, 철수 작전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심지어 공화당의 일부 의원들은 이 골치 아픈 아프간 전쟁을 어느 당 정부가 시작한 것인지를 잊은 듯이 바이든 대통령 사임까지 요구했다. 백악관은 “지금은 국내 정치에 신경쓸 때가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카불 공항에서는 지금까지 몇 명이나 탈출했나.
백악관 발표에 따르면 14일부터 26일까지 외국인들과 아프간인들 9만5700명이 나갔다. 앞서 7월에도 10만명 이상 빠져나갔다. 한국은 아프간 체류 인원이 많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발빠르게 대응해서 곧바로 데려올 사람들을 잘 데려왔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지금 자국민과 아프간 협력자들을 대피시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CNN 보도를 보니 벨기에, 네덜란드, 폴란드는 26일까지 거의 사람들을 빼냈고 덴마크는 이미 25일 대피작전을 끝냈다. 캐나다도 완료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 자국민 1500명이 아프간에 남아 있다. 아프간에 단체로 여행을 간 대학생들도 있는데 아직 돌아오지 못한 상태라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프랑스, 영국 등도 대피작전을 끝내지 못했다.

-카불을 떠나면 어디로 이동하나.
카불 기지에서 이동한 10만 명 가까운 이들 가운데 4만명 이상이 카타르로 향했다.
카타르 남동쪽 사막에 미군의 알우데이드 기지가 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전쟁, 2003년 이라크 전쟁 때 B52 전폭기와 호넷 전투기가 날아올랐던 곳이다. 외국인들은 자기 나라로 가면 되지만, 아프간인들은 외국에 난민 신청을 하기 전에 우선 어디에서든 머물러야 한다. 카불 국제공항을 떠난 비행기들은 미군은 물론이고 그들과 함께 탈출한 외국인들과 아프간인들을 일단 이곳에 내려놓고 있다. 그래서 중동 최대 미군기지가 갑자기 아프간 난민들의 중간기착지가 됐다. 알우데이드와 함께, 도하 주변의 또다른 미군기지인 캠프앗사일리야에 수용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미군기지들로도 많이 간 모양이던데.
대피작전을 시작하기 전에 미국이 카타르와 약속한 것은 아프간 국적자의 경우 8000명에게 다른 나라로 넘어가기 전 입국할 수 있도록 임시비자를 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소개작전이 시작되고 열흘만에 다 차버렸다. 그래서 카타르가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며칠간 카불 공항에서 뜨기로 했던 비행기들이 기착지를 찾지 못해 이륙이 늦어지기도 했다.
카타르 내 미군기지에 있는 아프간인은 약 8500명인데 환경은 열악하고, 물과 위생설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미국의 요청에 따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바레인 등 미군기지가 있는 나라들이 우선 미군기지에 아프간인들이 머무는 것을 허용했다. 미군 공군기지 가운데 미국 밖에 있는 것 중 최대 규모인 독일의 람슈타인 공군기지에는 1만4500명이 이동해갔다.

President Joe Biden answers questions from members of the media from the East Room of the White House on August 26 in Washington, DC. (Evan Vucci/AP)


-미군은 예정대로 철수하는 건가.
23일 윌리엄 번즈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카불에서 탈레반의 2인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만났다. 바라다르는 탈레반이 축출된 뒤 20년 가까이 외국을 떠돌다가 지난해 아프간으로 돌아간 사람이다. 탈레반 공동 창립자이고, 말하자면 탈레반의 ‘외교’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바라다르는 이 만남에서 미군이 예정된 철수 시한인 8월 31일을 넘기면 안 된다고 못을 박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이튿날인 24일에 주요7개국(G7) 화상 정상회의가 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한대로 미군을 빼내겠다고 했다. 미군이 공격을 받을 위험이 있는데 시한을 넘기면서까지 더 체류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카불 공항의 미군이 빠져나가면 다른 나라들은 대피작전을 하기가 매우 불안해진다. 그래서 철수시한을 좀 늦춰줄 것을 요청했으나 바이든은 거부했다. 탈레반 역시 철수를 미루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던 차에 공격을 받았으니 철수가 늦어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아직까지는 바이든 정부는 일정을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피작전에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어, 미군 철수가 불가피하게 늦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공화당 유력 정치인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바이든 정부에 "아프간 바그람 공군기지를 다시 열라"고 촉구했다. 카불 북쪽에 있는 바그람 기지는 아프간 내 최대 공군기지로 카불공항과는 40km 정도 떨어져 있다. 미군이 아프간 측에 넘겨줬으나 지난 15일 탈레반이 카불 진격을 코앞에 두고 이 기지도 접수해버렸다. 다만 탈레반은 공군 병력이 없기 때문에 기지에서 무기만 가져갔다.
카불 공항에 대피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혼란이 일어나고 공격까지 벌어지니까 바그람 기지를 다시 미군이 철수작전에 활용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미군에는 두 곳을 지켜야 하는 부담이 생기고, 탈레반이 이를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탈레반 대변인은 트위터에 “카불 공항에서 민간인들에게 폭탄공격을 한 것을 강력 비난한다”는 성명을 올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외국 군대가 주둔하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탈레반 사령관 중 한 명은 터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공항 상황이 정리되고 외국 군대가 모두 떠나면 그런 공격은 더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vacuees termed Canadian Entitled Persons sit in a Royal Canadian Air Force (RCAF) C-177 Globemaster III transport plane for their flight to Canada from Kabul, Afghanistan, August 23, 2021 [Canadian Armed Forces/Handout via Reuters]


-G7 정상회의에서는 탈레반을 사실상 아프간의 정권으로 인정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탈레반 정권을 ‘인정해줄 수 있는 조건’을 논했다. 우선은 20년간 자신들과 협력한 아프간인들의 안전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고, 향후 탈레반을 인정할 것인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서 정상들은 “특히 우리는 탈레반이 테러를 막고 여성과 소수민족의 인권에 보호하고 정치안정을 추구할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탈레반에 경고를 보내긴 했지만 탈레반의 집권이라는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도 보일 수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의회 연설에서 무사히 철수하려면 탈레반을 파트너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탈레반이라는 아프간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기구들은 아프간 원조를 끊고 있다.
탈레반을 압박해서 이전 집권 때와는 그래도 달라진 모습을 이끌어내려면 결국 쓸 수 있는 지렛대가 돈이다. 특히 아프간 경제는 거의 원조에 의존해왔다.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하자 세계은행은 원조를 중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요구에 따라 23일에 내주기로 돼 있던 4억4000만달러의 지급을 보류했다. 미국은 그에 앞서 미국 내 아프간 중앙은행 계좌를 동결했다.
아프간 사람들의 고난은 이미 시작됐다. 돈도 부족하지만, 국제기구의 아프간 사무소 직원들도 다 대피하고 있어서 구호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기 힘든 형편이다. 유니세프는 아프간 아이들 1000만명에게 시급히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2억 달러의 긴급 구호자금이 필요하다며 각국에 호소하고 있다.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은 "아프간 인구 4000만명의 3분의 1에 이르는 1400만명이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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