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구정은의 '수상한 GPS'] 리시 수낙과 영국의 인도인들

딸기21 2022. 10. 2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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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치는 참 시끄럽기도 하다. 석달 새 세번째 총리라니.

보리스 존슨이 사퇴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 새 리즈 트러스를 거쳐 새 총리가 취임했다. 25일 총리가 된 리시 수낙. 당초 '포스트 존슨'으로 유력시됐던 사람이다. 보수당 의원 100명이 그를 지지했었다. 하지만 평당원들의 반란으로 극우파 트러스에게 패했는데 트러스가 44일만에 사퇴해버렸고 수낙이 결국 다우닝가 10번지의 주인이 됐다. 첫 유색인종 총리, 42세 최연소 총리다. 수낙은 승리를 결정지은 뒤 "영광스럽다" "내가 큰 빚을 지고 있는 이 나라를 위해 일하게 될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특전"이라고 했다.


New British Prime Minister Rishi Sunak waves after arriving at Downing Street in London. / AP


수낙은 2015년 하원의원이 됐고 테리사 메이 정부에서 2019년 첫 입각했다. 2020년 존슨 정부에서 총리에 이은 2인자인 재무장관이 됐다. 고속출세다. 재무장관을 지내는 동안 팬데믹 위기상황에서 경제 관리를 그런대로 잘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대출을 늘리고, 해고를 일시적으로 규제하고,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4000억 파운드를 쏟아부었다. 당연히 엄청난 재정지출을 감내해야 하는 조치들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들도 각국 정부에 돈을 풀라고 계속 권고한 바 있다. 경제가 위축되는데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면 실업이 늘고 서민, 빈곤층은 피폐해진다. 이를 무시하는 '균형재정론자'들이 적지 앉지만 말이다. 당내 경선에서 트러스와 경쟁할 때에도 수낙은 에너지값과 생활비 상승에 맞춰 정부 보조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트러스는 총리가 되자마자 경제대책도 없이 서민들 예산은 쥐어짜고 부자들에게 혜택 주는 세금인하를 하려 했다. 그러다 파운드 가치가 떨어지고 채권시장에 대혼란이 일어났다. 영국의 신용 위기를 부를 판이 되자 결국 사퇴. 보수당 경선 때 이미 수낙이 경고했던 것인데 그대로 된 셈이다.

[Ipsos] Public divided on whether Rishi Sunak will do a good job as Prime Minister

하지만 영국 국민들은 수낙 정부에 대해서도 큰 기대는 없는 것 같다. 보수당 경선 직전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수낙이 총리가 되면 직무수행을 잘 할 것”이라 한 사람은 36%에 불과했다. 트러스와 8월 경선했을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수낙 정부가 트러스 정부보다 나을 것으로 본 사람은 33%뿐이었고, 17%는 "더 나쁠 것"이라고 했다. 수낙이 총리로 결정된 뒤에 이뤄진 유고브 조사는, 지금 총선을 실시한다면 노동당이 압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People walk past paintings of British Prime Minister Rishi Sunak in Mumbai. Oct. 26, 2022. / AFP


저 멀리 인도는 인도계가 영국 총리를 맡았다며 열광하는 분위기다. 수낙 총리가 결정되자 인도 신문과 TV는 그의 얼굴로 도배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트위터에 “수낙 총리가 가교가 돼서 두 나라의 역사적인 관계가 현대적인 파트너십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잘 알려진대로 수낙은 동아프리카에서 영국으로 온 인도인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1960년대 영국에 정착한 수낙의 아버지는 의사였고 어머니는 약국을 운영했다고 한다. 수낙 자신은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인으로 자랐지만 이중의 정체성을 밝혀왔다. "영국이 내 조국이지만 종교와 문화는 인도에서 왔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한 적 있다. 2019년 의회 선서 때에는 힌두교 경전인 바가바드기타에 손을 대고 선서했다. 2020년에는 힌두교 종교 축제인 '디왈리(빛의 축제)'를 맞아 다우닝가 11번지 재무장관 관저에 축제를 기념하는 촛불을 켰다. 아내는 인도인이고 결혼도 아내의 고향인 인도 벵갈루루에서 했다.

사실 영국 총리가 줄줄이 바뀐들, 지정학적으로나 글로벌 경제 측면에서나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역사적 상징성은 크다. 영국 제국의 식민통치가 끝나고 75년만에 인도계가 영국 정부를 이끌게 됐으니 말이다. 인도 NDTV는 "인도의 아들이 제국을 지배한다"며 "역사의 순환"이라 했다.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수낙의 이름에 통치자를 뜻하는 인도 용어 '라지'를 붙여 "리시 라지 Rishi Raj"라고 표현했다. 디왈리 축제가 24일 시작됐는데, 수낙의 총리 등극이 인도인들에게는 최대의 디왈리 선물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Rishi Sunak lighting Diwali candles outside his official residence, 11 Downing Street, in 2020. /Reuters


그러나 수낙이 총리가 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일 뿐, 이미 전부터 영국은 인도 앞에서 ‘을’이 되어 가고 있었다. 얼마 전 영국이 인도에 '세계 5위 경제대국' 타이틀을 넘겨준 것도 두 나라의 역전을 보여준다. 특히나 영국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뒤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다시 맺어야 하는 처지다. '13억 시장' 인도를 주된 타깃으로 삼고 투자를 유치하려 애썼고, 인도인들에게 다른 나라보다 비자도 많이 내줬다. 지난 4월 존슨 당시 총리는 인도를 방문해 모디 총리와 "올 디왈리까지 FTA를 체결하자"고 약속했다. 현재 양국의 연간 교역량은 310억달러 규모인데 2030년까지 1000억달러로 늘리자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수낙이 총리가 됐으니 관계는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낙이 수퍼울트라 금수저라는 점에서, ‘첫 유색인종 총리’의 빛이 바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그는 등록금이 비싸다는 윈체스터칼리지와 옥스퍼드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공부한 엘리트이며 골드만삭스 등 금융권에서 일했다. 물론 그것만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학력으로 치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하버드 출신이었다. 마이너리티 공동체 내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들이 유리 천장을 깨는 법이다. 그럼에도 수낙이 너무 부유한 엘리트 남성이라는 점 때문에 영국 내 인도계 안에서도 기대감의 정도는 엇갈린다고 한다.

[힌두스탄타임스] India needs to temper its expectations from Rishi Sunak

스탠포드 유학 중에 만나서 결혼한 아내 악샤타 무르티가 억만장자 딸이라는 점은 수낙의 약점 아닌 약점이다. 악샤타의 아버지는 소프트웨어 회사 인포시스 창립자인 나라야나 무르티, 일명 '인도의 빌게이츠'다.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부부의 재산은 총 7억3000만 파운드(1조2000억원)에 이르며, 그 대부분을 차지하는 7억달러는 무르티가 갖고 있는 아버지 회사 지분이라고 한다. 게다가 수낙 부부는 럭셔리 패션 취향에 사치스런 파티, 고액 부동산 보유 등으로 유명하다.


돈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문제를 삼기는 힘들지만 이 부부는 세금회피로 비판을 많이 받았다. 악샤타는 자기 이름을 내건 패션디자인 회사를 갖고 있고 사모펀드 등 다종 다양한 금융투자를 해왔지만 영국에 살지 않는다며 영국에 세금을 내지 않았다. 그러다 남편의 정치 행로에 장애가 될 것 같으니까 올 4월 무렵부터 세금을 내기 시작했다고. 수낙 본인 역시 지난해 10월까지 미국 영주권을 갖고 있었다. 세금회피용이라는 비난이 일자 그제서야 포기했다.

수낙은 갑부 아내 덕분에 영국에서 250등 안에 드는 부자가 됐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돈 많은 엘리트 인도인들은 많다. 2011년 센서스에서 인도계 공동체는 영국 전체 인구의 2.3%였다. 영국 최대 소수민족 집단이다. 인도에서 갈라진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계를 합치면 6%가 넘는다. 인도계 대부분은 잉글랜드, 그중에서도 런던에 산다. 런던 인구 800만명 가운데 54만명으로 6.6%에 이른다. 인도 입장에서 보면 영국은 6번째로 인도인이 많이 사는 나라다.

Rock Against Racism marches were commonplace in the United Kingdom in response to racist attacks on racial minorities. 1978.


영국 사회에서 인도계는 숱한 차별을 받아왔고, 이들을 겨냥한 인종차별적 폭력이나 모욕이 툭하면 이슈가 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수준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인도계는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 내 여러 인종/민족집단별 빈곤율을 조사한 2007년 연구에서 인도계는 백인에 이어 두 번째로 빈곤율이 낮은 집단이었다. 카리브계 흑인, 아프리카계 흑인들의 빈곤율은 다소 높았다. 같은 남아시아계임에도 파키스탄계와 방글라데시계는 빈곤율이 특히 두드러졌다.

중위소득은 백인에 이어 인도계, 파키스탄계가 2위와 3위다. 그런데 연금소득자를 뺀 노동연령층만 놓고 보면 2012년 조사에서 오히려 인도계의 중위소득이 백인 영국인보다 더 높았다. 2016 평균 급여 조사에서도 인도계가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이 혼혈, 그 다음이 백인이었다. 전문직과 경영관리직 비율에서도 인도계가 우세하다. 2018년 영국정부 조사에서 인도계의 43%가 전문직 종사자나 경영관리자였다. 백인은 31%, 혼혈 30%였다. 인도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도 높다.

[UK Government] Ethnicity facts and figures

정치적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1840년대에 인도계가 의회에 진출한 역사가 있다. 현 보수당 내각의 수엘라 브레이버먼 내무장관도 인도계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파키스탄계 노동자 가정 출신이다. 인도계는 대체로 노동당을 지지해왔다. 2010년 총선에서는 61%가, 2017년에는 58%가 노동당 후보를 찍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는 65% 이상이 EU 잔류를 희망했다. 하지만 젊은 층은 인도계로서의 정체성이나 부모와의 정치적 유대감이 약해지는 추세다. 보수당이 인도계의 표를 얻으려 애를 많이 쓰기도 했고. 인도 집권당인 극우보수 정당 '바라티야 자나타(BJP)'가 영국 내 인도계가 보수당을 밀도록 소셜미디어 여론전을 벌이기도 했다.

BAPS Shri Swaminarayan Mandir  (also commonly known as the  Neasden Temple ) is a  Hindu temple  in  Neasden , London. /WIKIPEDIA


인도계가 정치에서 두각을 보인다 해서 마이너리티 친화적인 정책을 펼칠 거라는 보장도 없다. 트러스 내각의 4대 요직에 백인 남성이 한 명도 없어 관심을 끌었는데, 아프리카계 콰시 콰텡은 첫 흑인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부자들을 위하는 감세 폭탄을 터뜨렸다. 브레이버먼 내무장관은 본인이 인도계인데 인도 출신 미등록 체류자가 너무 많다며 입국 단속을 강화했다. 수낙 총리도 이주민들에 배타적인 보수당 정치인일 뿐이다. 존슨 정부는 지난 5월 영국으로 온 미등록 이주자들을 동아프리카 르완다에 돈 주고 떠넘겨 논란을 불렀는데, 수낙 역시 르완다 이송을 늘리겠다고 했다. 가디언의 한 칼럼은 다양성을 늘리는 것만으로 마이너리티들의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는다며 ‘다양성의 낙수효과’ 따위는 없다고 지적한다.

[가디언] Rishi Sunak will be PM, but don’t get too excited: trickle-down diversity doesn’t work

그럼 수낙 정부에서 달라지는 것은 뭘까. 당초 예정됐던 새 총리의 경제정책 발표를 2주 미뤄 11월 17일에 한다는데, 영국인들의 관심은 세금과 연금에 가 있다. 일단 당장 감세는 하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세금은 올라갈 것이다. 트러스는 법인세 인상계획안을 폐기하려 했지만 수낙 내각의 제러미 헌트 재무장관은 예정대로 인상할 계획이라고 했다. 트러스는 물가가 상승해도 임금은 올리면 안 된다면서 연금은 인플레에 연동시키겠다고 했다. 보수당 지지자 중에 연금생활 고령자들 많으니까. 반면 수낙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금에 대해서는 17일 발표할 것 같다.


영국 정부는 국방예산을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3%로 올리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수낙 총리는 경제상황이 중요하다면서 국방비 증액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 대신 코로나19 유행 때 삭감한 국제원조 예산을 다시 늘릴 가능성이 있다. 원조 예산을 국가수입의 0.7%에서 0.5%로 낮출 적에 반대했던 보수당 내 핵심 인사인 앤드루 미첼이 국제개발장관으로 수낙 내각에 들어갔다.

수낙 총리가 맨 먼저 밝힌 것 중의 하나는 프래킹을 다시 금지한다는 것이었다. 프래킹이 뭐길래 중요한 이슈가 된 걸까. 이또한 트러스가 불러일으킨 불필요한 소동이었다.

프래킹(수압파쇄공법)은 암석층에 구멍을 뚫고 물과 모래와 화학물질이 들어간 액체를 고압으로 분사, 셰일 암석층에 있는 석유나 가스를 채굴하는 것을 말한다. 영국 전역, 특히 북부에 대규모 셰일가스층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그동안 프래킹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100여개 기업에 라이센스를 내줬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영국에는 북해 유전의 지분이 있고, 게다가 10년 가까이 유가가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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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면에서나 안전 측면에서 프래킹은 큰 문제다. 물이 많이 들어가고, 오염된 물이 많이 방출된다. 또 작업 과정에서 미세한 지진을 계속 일으킨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EU 국가들과 호주는 프래킹을 금지하고 있으며 영국도 2019년 중단시켰다. 그런데 트러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뒤 에너지값이 높아진 것을 핑계로 프래킹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유럽 전체가 탈화석연료로 가는데 영국만 어깃장을 놓는 꼴이었으며 보수당에서도 반대가 적잖았다. 수낙 총리는 총리 질의응답 첫 질문에서 녹색당 의원으로부터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요구를 받고 “2019년 보수당의 조치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프래킹 금지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제일 큰 문제는 경제다. 25일 첫 총리연설에서 수낙은 "우리는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교란과 팬데믹 영향을 거론했다. "경제안정을 의제의 중심에 두겠다. 앞으로 어려운 결정을 내릴 일이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연설 내용 중에 "더 튼튼한 NHS(공공 보건의료서비스), 더 나은 환경"은 중도적인 구호였고 "더 안전한 거리, 국경 안전"은 우파적 구호였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다음 세대에 부채를 물려주지 않겠다, 브렉시트가 가져다줄 기회를 활용해 기업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것은 17일 경제정책 발표를 지켜봐야겠지만 큰 기대를 하는 사람은 적은 듯하다. 위기 상황임을 아는 걸 넘어서 극복할 역량이 있는지가 중요하니까 말이다.

영국 언론들은 수낙이 금융권 출신이라는 점도 우려한다. 그는 정치인이 되기 전의 짧은 사회경력 대부분인 14년을 투자은행과 헤지펀드에서 보냈다.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영국은 대규모 민영화로 공공부문을 매각했다. 대량해고에 기본 복지인프라가 무너져 서민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컸다. 당시 보수당 내각의 상당수가 금융권 출신이었던 것이 정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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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노동당 정부도 금융친화적이었다. 2010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때부터 보수당 정권이 이어지고 있는데, 캐머론 본인과 조지 오스번 전 재무장관 등 정부 고위인사 출신들이 줄줄이 금융권으로 옮겨갔다. 최근 재무장관을 지낸 인사 5명 중 3명이 금융권 출신이다. 금융규제를 완화하고 세금회피를 방조하고 공공서비스를 줄이는 정책들이 회전문과 연관돼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캐머론이 사고친 브렉시트 국민투표. 무능한 메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존슨에 이어 트러스까지 영국은 유럽을 들쑤시고 시끄럽게 만들었다. 수낙도 같은 보수당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인물의 상징성 외에 보수당이 ‘정상궤도’로 돌아서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신뢰를 되살리겠다"는 수낙 역시 선거로 선출되지 않은 총리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트러스에 비하면 경제정책이나 EU와의 관계 등에서 이념적 지향성과 편협함은 덜하다지만 존슨이나 트러스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을 찾기는 힘들다. 내각 구성도 별반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수낙에게 유일한 위안은 다음 총선이 2025년 1월이라는 점일 것이다. 본인이 사고를 치지 않고 당내에서 거센 공격을 받지 않는다면 그때까지 선거를 소집하지 않고 버틸 수 있으니까.


* 인도계 영국인 알리 라탄시의 <인종주의는 본성인가 RACISM -A Very Short Introduction>를 오래 전 번역한 적 있는데, 문장이 매우 거시기했지만 공부는 많이 됐다. 영국과 인도의 관계에 대해서는 최근에 탈식민주의 지식인 아슈스 난디의 <친밀한 적>을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은 조만간 정리를 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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