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21세기 新장벽, 세계를 가른다

딸기21 2006. 5. 18.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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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독일을 가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세계는 환호했다. 경제는 글로벌화되고 이데올로기 대립은 사라져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의 주장처럼 `세계는 평평하다'는 가치관이 대세가 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1세기를 맞아 구시대의 유물로 여겨졌던 장벽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 선진국들이 빈국 출신 이민자들의 진입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벽에서 더 나아가 국경에 물리적인 장벽을 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 자본의 이동은 허용하되 사람의 이동은 막는다는, 신자유주의의 이율배반을 보여주는 유·무형의 장벽들이 늘고 있다.


◆ 미국, 멕시코 국경지대 600km 장벽 세운다


미국이 멕시코와의 국경지대에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 상원은 17일 멕시코 국경에 약 600㎞에 이르는 3중의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는 내용의 법안을 찬성 83표, 반대 16표로 통과시켰다. 멕시코로부터의 불법 월경을 막기 위한 분리장벽을 세우겠다는 것. 미 국경수비대는 지난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넘어온 불법입국자 120만 명을 체포했으나, 50만 명은 체포되지 않고 월경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원은 불법체류 노동자 수백만 명에게 선택적으로 시민권을 얻을 기회를 주는 내용의 포괄적 이민법안을 놓고 하원과 논의를 시작한 동시에 장벽을 세우는 입법안을 통과시켰다. 기존 불법 체류자들에게는 구제의 기회를 주되 더이상 쏟아져 들어오지는 못하게끔 강·온 양면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미국 국경수비대 순찰차가 17일 멕시코와 접한 애리조나주 산루이스 근방의 국경 철책 사이를 지나고 있다.



앞서 하원이 이미 지난해 말 불법 체류자들을 중범죄자로 간주하고 국경에 1120㎞에 걸쳐 장벽을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장벽 건설은 강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장벽건설 법안은 제안될 때부터 멕시코의 반발을 산데다, 미국 내에도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찮다. 장벽을 지지하는 공화당의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은 "이제 열린 국경(open border) 시대는 끝났다"며 "좋은 울타리가 좋은 이웃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론자인 민주당의 딕 더빈 의원은 이날 법안 통과에 대해 "미국 정치에서 우익 시대의 도래를 상징하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민자들을 범죄의 온상으로 보고 물리적 제재를 가하려는 우익적 사고방식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반대파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보수적인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 모으기 위해 이민자들을 타깃으로 삼은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공화·민주 양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빌 프리스트 의원과 해리 레이드 의원도 반대표를 던졌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도 법안 제출 당시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멕시코 국경 지대에 주방위군 6000명을 투입, 경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장벽 건설은 이민법안 논란과 군 투입 논란에 이어 장벽 논란에 이어 다시 거센 논란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 유럽서도 이민자 규제장벽 잇달아 강화


유럽에서도 이민자들을 규제하는 제도적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17일 `선택적 이민자 수용원칙'을 내세운 정부의 새로운 이민법안을 찬성 367표, 반대 164표로 채택했다고 BBC 등 유럽 언론들이 보도했다. 새 법안은 프랑스어 구사능력 테스트 뒤 영주권 부여, 가족이민 조건 강화, 10년 거주자에 대한 자동 영주권 부여 폐지 등의 조치로 이민자들의 입국요건을 한층 높였다.
야당과 인권단체 등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6월 상원에서도 무사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토니 블레어 정부는 최근 나날이 늘어가는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외국인용 ID 카드를 발급해 이를 엄격하게 관리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보수당 등은 "실효성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폴란드·스페인 내무장관들이 모여 앞으로 유럽으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서구가치의 존중을 서약하는 계약서를 쓰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민자 시험은 현재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 독일 등에도 도입돼 있으며 올해 초 독일의 일부 주와 네덜란드에서 무슬림들을 차별하는 내용의 이민자 시험문제 출제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 `장벽'도 세워지고 있다. 지난 해 9월 스페인령인 아프리카 모로코의 멜리야에서는 6m 높이의 국경 철조망을 넘어 스페인으로 넘어가려는 아프리카인 불법 이민자에게 경찰이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스페인은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최근 이 철조망에 감전기와 물대포 등을 설치했지만 매일 수백여명의 아프리카인들이 이 국경선을 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은 최근 보도했다.


일본도 빠르면 내년 가을부터 일본에 입국하는 16세 이상 외국인의 지문 채취와 얼굴사진 촬영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17일 참의원에서 가결된 이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외국인 입국시 지문 채취와 얼굴사진 촬영을 의무화하고 이를 거부하면 즉각 추방하도록 했다.


◆  “무장세력 막아라” 이스라엘, 670km 장벽 건설


선진국-후진국 간 진입장벽이 아니더라도, 분쟁을 빌미로 물리적 장벽을 세워 주민들을 갈라놓으려는 시도는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 분리장벽


대표적인 곳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잠입을 막는다는 이유로 대형 콘크리트 장벽을 임의로 세운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국제사법재판소의 불법 판결과 유엔, 유럽연합(EU)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를 가르는 670㎞ 길이의 장벽건설에 착수했다.
2002년 시작된 분리장벽은 전기철창이 설치된 8m 높이의 구조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거주지를 임의로 가르고 통행을 막고 있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의 이스라엘 내 직장 출입길이 막히고 이산가족이 생겨나는 등 인권유린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팔레스타인 땅인 동예루살렘까지 편입시켜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가르는 장벽을 만들기로 결정,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 국경에는 `제2의 만리장성'이 건설되고 있다. 인도는 올초 방글라데시에 인접한 서부 벵갈지역에서 밀수와 인신매매 등을 근절하기 위해 1조원을 들여 총길이 2100㎞에 달하는 장벽 건설에 나섰다. 이 때문에 이 지역 2000여명의 인도 무슬림들은 인도와 방글라데시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태가 될 처지에 놓여있다. 2011년 완공 예정인 이 철제 장벽은 높이 3.6m에 이중으로 설치되며, 인도 5개주(州)의 강과 정글 사이를 지나게 된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간에도 영토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2400km 길이의 장벽을 쌓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파키스탄에서는 찬성이 우세하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제 착공 여부는 미지수다.
 

미국, 멕시코 국경도 군대로 막는다? (2006.5.15)

국경을 넘으려는 멕시코인들, 막으려는 미국 정부.

미 상원이 이번주 내 포괄적 이민법 개정안 재심의에 착수하기로 한 가운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민법 문제로 15일 오후(현지시간) 대국민연설을 할 예정이다. 부시대통령은 멕시코로부터의 불법 월경(越境)을 막기 위해 주방위군까지 투입할 태세를 보이고 있으며 멕시코 정부는 서둘러 미국에 대화를 제안,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될 이 연설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합법적인 초청프로그램과 시민권 부여제도에 대해 설명한 뒤 밀입국을 막기 위한 멕시코 국경 경비 강화방안 등을 밝힐 예정이다. 부시대통령이 전쟁 등 외교현안이 아닌 국내문제를 놓고 TV 대국민연설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부시대통령이 불법이민자 단속을 원하는 보수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멕시코 국경지대에 주방위군을 투입하는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국경순찰대는 지난해에만 멕시코 국경을 넘어 밀입국을 시도한 사람들을 120만명 체포했다.



Mexican immigrants walk in line through the Arizona desert near Sasabe,
in an attempt to illegally cross the Mexican-US border, 06 April 2006. / AFP



An illegal immigrant crosses the US-Mexico border. / AFP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4일 CNN방송에 출연해 “주방위군 투입은 국경순찰대 역할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위군 투입에 대해서는 여당인 공화당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어, 또다른 논쟁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원 공화당 원내 대표인 빌 프리스트 의원은 주 방위군을 투입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으나, 같은 공화당의 척 헤이글 상원의원은 ABC방송에 출연해 “국경 경비는 주방위군의 역할이 아니다”라며 반대했다. 헤이글 의원을 중심으로 한 몇몇 상원의원들은 향후 5년 동안 현재 1200명 규모인 국경수비인력을 2배로 늘리는 내용의 입법안을 제출해놓은 상태다.

당장 멕시코측으로부터는 미국이 국경을 ‘군사지대화’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비센테 폭스 멕시코대통령은 14일 부시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방위군 투입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폭스대통령은 “미국이 멕시코를 우방으로 생각한다면 국경의 군사지대화를 시도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간 협력을 강화할 것을 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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