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멕시코도 좌파, 브라질도 좌파

딸기21 2006. 6.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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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와 남미의 대국 멕시코와 브라질이 대통령 선거 정국에 돌입했다. 다음달 2일 대선을 치르는 멕시코에서는 좌파 후보가 집권당 우파 후보를 누르고 근소한 우세를 보이고 있다. 남미의 좌파 열풍이 미국의 앞마당인 멕시코로까지 이어질지가 관심거리다. 브라질에서는 오는 10월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파 대통령이 재집권할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에서는 우파 정권의 경제 실패 후폭풍으로 좌파 집권이 점쳐지는 반면, 브라질에서는 좌파 정권의 경제성공에 힘입어 재집권이 예상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선 앞둔 멕시코, 극심한 혼란


다음달 2일 실시될 대선을 앞두고 멕시코 정치권은 막판 선거전에 돌입했다. 좌파 후보가 우세를 보이는 가운데, 주요 후보들 간 상호비방과 각 후보 지지자들의 폭력 사태로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격렬한 좌·우 대립 구도로 선거전이 펼쳐지면서,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심각한 후유증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비센테 폭스 대통령이 이끄는 우파 정당 집권 국민행동당의 펠리페 칼데론(44) 후보는 25일 유력한 경쟁자인 좌파 후보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52)를 겨냥해 "그가 집권하면 멕시코에 위기가 온다"며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했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칼데론 후보는 멕시코시티 아즈테카 스타디움에서 지지자 10만명을 모아 대규모 집회를 열고 "좌파는 나라를 빚더미와 분열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맹공을 펼쳤다. 반면 멕시코시티 시장을 지낸 민주혁명당 소속의 오브라도르 후보는 우파 집권 기간의 실책들로 경제가 후퇴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표몰이에 나섰다.

국제사회의 관심은 멕시코에서도 좌파 정권이 탄생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브라질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칠레, 볼리비아 등 남미 주요국가들을 좌파 정권이 장악한 상태에서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미의 멕시코에서마저 좌파가 집권할 경우 미국에 던져질 충격파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오브라도르 후보가 36%대의 지지율을 기록, 상승세를 보이며 32%대인 칼데론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양측 격차가 크지 않아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오브라도르 후보 측은 여당이 칼데론 후보의 당선을 위해 부정선거를 획책하고 있다면서 선거 결과가 패배로 나온다면 불복할 것임을 천명한 상태다. 이미 선거폭력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남부 게레로주에서는 지난 주말 태평양 연안의 유명한 휴양지 아카풀코를 비롯한 곳곳에서 무장 괴한들의 총격전이 벌어졌으며 경찰 4명을 비롯해 11명이 사망했다.

집권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오브라도르 후보는 멕시코시티 시장 재임시절 빈민들을 위한 사회복지와 공공근로 프로그램을 펼쳐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검소한 생활과 엄청난 업무량으로 유명한 그는 부패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멕시코 정가에서 보기 드문 `정직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폭스 대통령 측은 그를 끌어내리기 위해 토지 소유 관련 의혹을 제기했지만 시민들의 반발에 부딪쳐 오히려 흑색선전을 일삼는다는 비난만 받고 후퇴했다. 오브라도르 후보는 부유층의 표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집권 뒤 경제활동 자유를 철저히 보장하고 외국 자본 철수가 없도록 시장경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를 졸업한 변호사 출신의 칼데론 후보는 폭스 대통령의 시장중심주의를 충실히 계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다. 2002∼2004년 에너지장관을 지낸 그는 국민행동당 당수를 지낸 유명정치인 아버지를 둔 정치명문가 출신이다.


룰라, '재선가도 탄탄'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60) 대통령이 오는 10월 대선 재출마를 선언했다.

브라질 일간지 그란마는 26일자 인터넷판에서 룰라 대통령이 지난 주말 집권 노동자당의 재출마 요청을 수락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자당 지도부는 당원 5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룰라 대통령의 재출마 사실을 발표했다. 룰라 대통령은 후보 수락 연설에서 "3년 반 전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와 비교해 현재의 브라질은 훨씬 발전했다"라고 자평한 뒤 "개혁 프로젝트들을 계속 수행하기 위해 재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실업률이 떨어진 점 등 경제지표가 좋아졌다는 것을 성과로 제시하고 "각종 경제지표들은 최근 10년새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 기침 소리만 나도 브라질은 폐렴이 걸리던 시대는 끝났다"며 경제구조가 튼튼해졌음을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PT와 함께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브라질민주운동당의 헤난 칼레이로스 상원의장과 공산당의 알두 헤벨루 하원의장, 브라질사회주의자당 하원의원들도 참석했다.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공화당의 호세 알렌카르를 러닝메이트로 출마할 계획이다. 노동자당은 룰라 대통령의 재선을 자신하고 있다. 노동자당 하원 대표인 엥히케 폰타나 의원은 "국민들은 룰라 대통령만이 최선의 선택임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아무도 변화의 흐름을 뒤로 돌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측근 부패 스캔들로 지지가 하락했던 룰라 대통령은 올들어 경제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들에서 룰라대통령은 3차례 연속으로 50% 이상의 지지를 확보, 탄탄한 재선가도를 달리고 있다. 10월 1일 대선에서 과반 득표를 못하면 결선투표에 들어가야 하는데, 브라질 언론들은 룰라대통령이 무난히 1차 투표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룰라대통령은 좌-우를 넘나드는 유연한 정책으로 브라질 `좌경화'에 대한 서방 투자자들의 근심을 붙들어매는데 성공했고, 강력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국내 정책의 주도권을 잡아 기득권층을 억눌렀다. 최대 현안인 토지소유 불평등 문제와 공무원 연금개혁에서는 아직 획기적인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으나 경제 전반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룰라대통령은 최저임금을 물가상승률의 3배에 이르는 17% 인상함으로써 서민들의 마음을 잡았다.

심지어 그의 집권에 뜨악한 반응을 보였던 미국마저도 중남미 좌파 열풍 속에 룰라대통령의 환심을 사려 애쓰고 있다. 룰라대통령은 브라질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가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랍과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전세계를 돌며 활발한 외교를 펼쳐 대외적으로도 위상을 높였다.

반면 룰라 대통령의 경쟁상대로 나선 제랄도 알키민 전 상파울루 주지사는 지난달 발생한 상파울루주 교도소 연쇄폭동 등에 발목이 잡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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