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가톨릭과 '과거사' 논란

딸기21 2007. 1. 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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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나치 논란에 공산주의 스파이 활동까지, 로마 가톨릭이 그늘진 `과거사'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BBC방송 등 외신들은 7일 폴란드 바르샤바 대교구를 이끌던 스타니스와프 빌구스(67) 대주교가 과거 공산주의 정권을 위해 스파이활동을 한 사실을 인정하고 한달 만에 사퇴했다고 보도했다. 빌구스는 이날 사퇴 성명서를 내고 "교회에 누를 끼친 점을 인정하며 교회법에 따라 사퇴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빌구스는 폴란드 동부 루블린의 가톨릭대학에서 신학 교수로 오랜 기간 재직한 학자 출신의 성직자. 1970년대 현 베네딕토16세 교황이 뮌헨대학 교수로 있었던 시절에는 함께 근무를 하기도 했다. 1999년 폴란드 중부 플록의 교구장으로 임명되면서 폴란드 가톨릭의 지도층으로 부상했고, 지난해 12월6일 바르샤바 대교구를 책임지는 대주교로 임명됐다. 그러나 취임과 동시에 과거 공산주의 정권의 비밀경찰에 협력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빌구스 본인은 "아무에게도 해를 끼친 적이 없다"며 부인했으나, 공산정권 시절의 의혹들을 조사해온 폴란드교회 내 특별위원회는 그가 스파이활동에 연루됐음을 인정하는 조사결과들을 공개해버렸다. 지난해까지 바르샤바 대교구장이었던 원로 성직자 요제프 글렘프 대주교가 나서서 "과거엔 많은 이들이 불가피하게 정부와 타협을 해야만 했었다"면서 지나친 여론재판을 피해줄 것을 호소했으나 여론은 계속 나빠졌다. 결국 빌구스가 사임을 발표하자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합리적인 해법"이라는 논평을 냈다.
폴란드 출신이었던 고(故) 요한바오로2세 전임 교황은 극렬한 반공주의자였으며, 폴란드 가톨릭교단은 1980년대 `솔리다르노시치(자유연대노조)'의 민주화운동을 물밑에서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역사학자들은 그 이면에서 일부 성직자들이 비밀경찰에 협력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폴란드 내 과거사 청산을 둘러싼 복잡한 정치사와 관련돼 있는 것이지만, 동시에 유럽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가톨릭 교회의 도덕성 문제와도 맞물려 파문을 일으켰다. 앞서 지난달에는 슬로바키아 대주교가 나치에 협력했던 체코의 옛 파시스트 통치자 요제프 티소 정권시절을 "편안했던 시기"라고 예찬하는 발언을 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베네딕토16세의 `반(反) 무슬림 발언'에 이은 잇단 설화들 때문에 교황청의 권위가 흔들리는 상황이 됐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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