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유럽의 포스트-산업혁명

딸기21 2007. 1. 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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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유럽의 이니셔티브""저탄소시대를 향한 유럽의 탈(脫) 산업혁명".


유럽연합(EU)이 10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을 높이며 에너지시장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공동 환경전략을 내놨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역내 27개 국가들의 의지를 모은 야심찬 새 에너지 공동전략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현실에 맞는 새로운 정책으로 탈 산업혁명을 이루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U가 내놓은 공동 환경전략의 핵심은 ▲2020년까지 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 줄이고 ▲같은 기간 에너지 소비량 중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을 20% 수준으로 올리며 ▲거대 에너지기업들의 독과점을 막고 에너지 생산과 공급을 분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세계 석유생산이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을 향하고 있다는데 동의하고 있으며, 몇년째 계속돼온 고유가 현상은 이제는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럽은 현재의 에너지.환경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를 내놓는 화석연료 사용을 비롯해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에 EU가 제시한 `온실가스 20% 감축'은 교토의정서와 비교했을 때 자발적으로 규제를 대폭 강화한다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교토의정서는 `2012년까지 8% 감축'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미국의 거부로 무산됐다.

증기기관에서 시작돼 석유경제로 정점에 이른 현재의 경제시스템은 화석연료에 모든 에너지원을 의존하고 있다. 이번 공동전략에서 EU는 에너지 소비구조와 시장을 바꿈으로써 경제의 구조를 아예 변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미국식 `고소비 고성장' 시스템에 맞서 새로운 경제체제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원대한 포부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AFP통신은 바로수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유럽은 세계를 산업혁명 이후의 새로운 시대로 이끌어가야 한다"며 탈 산업혁명 시대의 키워드로 `저탄소 경제'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EU 집행위는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을 지금의 7%에서 2020년까지 20%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과, 모든 자동차에 바이오연료의 사용비율을 최소한 10% 수준까지 높일 것을 제안했다.


마침 이번 환경전략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독점으로 인한 에너지 분란 속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EU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효율화, 다원화하지 않으면 에너지수입 의존도가 현재의 50%에서 2030년 65%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에너지 안보에 대한 우려를 명시하고, 에너지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들을 함께 내놨다. 눈에 띄는 것은 거대 에너지업체들이 독점한 가스와 전기의 생산과 공급을 분리한다는 것. 또 시장을 개방, 역내 5억명 거주자들이 유럽 어디에서건 가스나 전력을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 계획이 그대로 실행에 옮겨질지는 불투명하다. 프랑스 등 몇몇 국가들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에너지 시장 개방에 반대하고 있다. 거대 에너지기업들을 비롯해, 온실가스 배출 규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철강, 항공업계 등도 반발할 것이 뻔해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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