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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왕자가 이라크 간다고?

딸기21 2007. 2. 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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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붐’이 영국 왕실을 살릴 수 있을까. 


해리 포터도 아니고... 뭔 뚱딴지 같은 소리가 아니라, 이라크 간다는 영국 해리 왕자 이야기예요.

영국 찰스 왕세자의 둘째 아들로 왕위 계승서열 3위인 해리 왕자가 이라크 파병부대에 배치됐다고 합니다. 어머나... 얘가 벌써 21살이라니. TV와 잡지에서 다이애나 결혼식 장면 보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영국 언론들은 해리 왕자가 속한 블루스 앤드 로열스 연대가 오는 4월 이라크에 파견될 것이며 해리 왕자는 11명의 대원을 이끄는 정찰부대 지휘관으로 전장에 투입될 것이라고 22일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해리 왕자는 영국군 관할지역인 이라크 남부 바스라에서 6개월 동안 복무를 하게 될 것임을 이미 비공식적으로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리 왕자는 스스로 이라크 파병을 자원했다고 하는데요,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들은 몇달전부터 이 문제를 집중보도하면서 왕실의 노블레스 오블리쥬 어쩌구 저쩌구 찬사를 보내왔다고 합니다. 해리왕자는 지난해 4월 샌드허스트 사관학교를 졸업했고 10월에는 무장 정찰임무를 하는 지휘관 훈련을 마쳤다고 합니다.

해리 왕자의 파병은 이라크전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영국 내에서 파병부대 철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참으로 공교롭다는 느낌을 주는데요, 지난 21일 이라크 주둔군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키는 계획을 공식 발표한 토니 블레어 총리는 “해리 왕자는 정말 용감하고 결단력있는 청년”이라고 칭찬했습니다. 이 녀석도 부쉬 만큼이나 꼴보기 싫은 작자 중의 하나이지요;; 

게다가 올해 해리 왕자의 어머니인 다이애나비(妃) 사망 10주년을 맞아 추모 붐이 일고 있어, 해리왕자의 이라크행이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찰스 왕세자 대신 다이애나비를 내세워 “다이애나의 아들이 이라크에 간다”라는 헤드라인들을 뽑았습니다. 

해리왕자는 의젓하고 신중한 성격인 형 윌리엄 왕자와 달리 놀기 좋아하는 말썽꾸러기로 소문나있던 터라 ‘참전 효과’가 더욱 커졌다고 합니다. 해리 왕자는 술마시고 파티를 벌이며 노는 걸 좋아해 ‘파티 프린스(party prince)’‘파티 보이(party boy)’란 별명이 붙어 있고, “런던의 잘나가는 나이트클럽에선 언제라도 해리를 볼 수 있다”는 소문까지 있을 정도였다고 하더군요. 

다이애나 추모 열기 등으로 심사가 불편한 왕실 측은 해리 왕자의 참전이 왕실 이미지를 높이는 데에 한몫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은 2차 대전 참전용사이고 여왕 자신도 여군부대에서 상징적으로나마 근무했던 경험이 있지만 그 이후 왕실의 군경력은 별볼일 없었습니다. 영국 왕실 남성들은 국민들에 모범을 보인다는 의미에서 전통적으로 군 복무를 자원해왔으나 직접 전쟁터로 가는 것은 1982년 해리 왕자의 삼촌인 앤드루 왕자가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한지 25년 만의 일이라고 합니다. 

해리 왕자의 또다른 삼촌 에드워드 왕자는 육군에서 2주 훈련 코스를 거쳤을 뿐이고요. 찰스 왕세자는 육해공군 훈련을 두루 받았으나 참전 경험은 없습니다. 윌리엄 왕자는 동생과 마찬가지로 샌드허스트 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지난달부터 윈저의 블루스 앤드 로열스 연대 본부에서 장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왕자가 됐건 뭐가 됐건, ‘노블레스 오블리쥬’는 좋습니다만 그게 ‘군대’ ‘참전’ 이런 거라면 - 그닥 맘에 들지는 않는군요. 영국 왕실에서 유일한 ‘스타’였던 다이애나는 어린이 돕기 같은 좋은 일 많이 했지만, 가장 큰 공로 중의 하나가 지뢰제거 운동을 벌였다는 겁니다. 엄마는 지뢰제거운동을 했는데 아들은 전쟁 나가 엄마 뒤 이어 인기를 끈다면 어딘지 좀 어색하지 않은가요? 나만 그런가...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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