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유럽회의론' 확산

딸기21 2007. 3. 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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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유럽통합 50주년을 앞두고 유럽언론들은 "통합이 되어 좋은 점 10가지", "유럽연합(EU)이 우리에게 해준 것 50가지" 등 통합의 장점들을 소개하는 기사들을 연일 내보내고 있다. 오는 24일에는 독일 베를린에 EU 27개국 정상들이 모여 성대한 축하행사를 벌이며 통합 반세기를 자축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켠에선 통합의 효과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나의 유럽'은 환상에 불과하다면서 통합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유럽회의론, 이른바 `유로-스켑티시즘(Euroscepticism)'이 확산되고 있는 것.

잔치 앞두고 또다시 `삐그덕'

27개국 정상들은 24일 특별정상회담을 가진 뒤 유럽의 가치와 지향을 담은 `베를린 선언'을 채택할 예정이지만 문구가 아직까지도 확정되지 않아 막판 조정을 거치고 있다. 이유는 나라마다 전통이 다르고 사회적 이슈를 대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기독교적 전통'을 문안에 넣어야 한다는 폴란드의 주장이었다고 EU 소식통들은 전했다. 각국의 반대에 부딪친 폴란드가 한발 물러서긴 했지만, `무슬림 이민'들의 통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있는 유럽내 대부분 국가들의 보수파들이나 터키의 가입에 반대하는 그리스 등은 여전히 `기독교 중시' 입장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직까지 유로존(유로화 사용국가들)에 들어가지 않고 있는 영국은 마거릿 대처 총리 이래 유럽회의론을 거둔 적이 없다. 오는 6월쯤 토니 블레어 총리가 물러난뒤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은 노골적인 유럽회의론자로 꼽힌다. AFP통신은 21일 "블레어 총리는 베를린 잔치에 가더라도 마음이 별로 편치 않을 것"이라면서 "후임자가 될 브라운은 EU 회의에만 가면 지루하다며 먼저 일어나버리는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보수당의 유력정치인 조지 오스본은 21일 "EU는 정치에서 경제로 초점을 돌려야 한다"며 EU 집행위를 공개 비판했다.

"행복하지 않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여론조사에서는 EU 회원국 국민들의 44%가 "통합 이후 나아진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나 저변에 퍼진 회의론을 뒷받침했다. 유럽통합군 창설에 대해서도 반대(39%)가 찬성(38%)보다 조금 많았다. 유럽 통합이 본격화될 당시만 해도 유로셉티즘은 주로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에서 거론되던 현상이었다. 그러나 2004년 동유럽 10개국을 대거 가입시킨 이후의 `팽창 피로감'이 커지면서 유럽 동남부에서도 회의론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유로셉티즘의 내용은 가지가지다. ▲국가주권이 아닌 `범유럽 정부'에 대한 심정적 거부감에서부터 ▲유럽통합군 창설에 대한 반대 ▲경제적 측면에서 `가난한 이웃들'을 끌어안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 ▲영국-프랑스나 그리스-터키, 스웨덴-노르웨이처럼 역사적 갈등에서 비롯된 반감 ▲경제성장 효과에 대한 의문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런 거부감들이 총체적으로 표출된 것이 2005년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EU 헌법안 부결 사태였다. 다음달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는 통합 강화에 반대하는 극좌-극우 주자들의 EU 깎아내리기가 한창이다.

미가입국들의 `이유있는 항변'

이런저런 이유에서 아예 EU에 들어가지 않는 나라들도 있다. BBC방송은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유럽 내 `EU 거부파'들의 주장을 소개했다. 스위스는 500년 중립국 전통을 바탕으로 유럽 내 틈새경제권을 형성하면서 정밀공업과 금융 등을 발전시켜왔다. EU에 들어갈 경우 이같은 강점은 빛을 바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세금이 적다는 점이 투자를 유인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였는데 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것이 스위스 측의 입장.

유엔개발계획(UNDP) 행복지수에서 매년 `가장 살기좋은 나라'로 꼽히는 노르웨이는 유로셉티즘을 넘어 때때로 `유로포비아(Europhobia:유럽혐오증)'까지 보이곤 한다. 노르웨이의 반유럽 정서는 주로 1905년까지 자신들을 통치했던 스웨덴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된다. 또 노르웨이는 주요 산업이 북해유전의 석유생산과 어업이기 때문에 유럽에 통합돼 얻을만한 이익이 별로 없다. EU 가입시 어업권 상당부분을 통합관리당국에 뺏기게 되는 아이슬란드와 친(親)스위스계 작은 왕국 리히텐슈타인도 "유럽 밖에서 행복을 구가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유럽연합 가입국 확대 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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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6개국,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 결성
1957년 로마조약으로 6개국 유럽경제공동체(EEC) 창설
1967년 EEC, ECSC,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를 합친 유럽공동체(EC) 탄생
1973년 덴마크 아일랜드 영국, EC 가입
1981년 그리스 가입
1986년 포르투갈 스페인 가입
1993년 유럽연합(EU) 출범
1995년 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웨덴 가입
2004년 키프러스 체코 에스토니아 헝가리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몰타 폴란드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가입
2007년 불가리아 루마니아 가입

가입심사대상국: 터키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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