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북아일랜드의 중국계 여성 의원

딸기21 2007. 3. 2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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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령 북아일랜드에서 가톨릭 분리운동 진영과 신교 친 영국파 사이의 오랜 분쟁이 끝나고 평화 정착과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북아일랜드 정치인들 간 신-구교도 권력분점 협상이 극적으로 합의된 가운데,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가톨릭도 신교도 아닌 홍콩 출신의 여성정치인이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떠올라 화제가 되고 있다고 BBC방송이 26일 보도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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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주인공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남부에서 신구교 혼합당인 연합당(AP) 소속으로 자치의회에 진출한 당선된 홍콩 출신의 애나 로(56.사진) 의원입니다. 로는 지난 8일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 북아일랜드 최초의 소수민족 출신 의원이 됐습니다. 영국 언론들은 로의 험난했던 선거운동과 당선 이후 행보를 연일 보도하면서 북아일랜드의 보수적인 정치풍토와 신나치즘에 맞선 투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로는 홍콩에서 태어나 1974년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로 이주했습니다. 현지 언론사에서 사무원으로 일했던 로는 1978년부터 북아일랜드 중국인들을 위한 영어교육 등의 캠페인과 자원봉사활동에 나섰다고 합니다. 1980∼90년대 북아일랜드중국인연합의 주축으로 활동하다가 1997년부터는 벨파스트 인종차별 반대위원회 등으로 활동 폭을 넓혀 소수민족 문제 전반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로의 의회 진출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신나치주의자들과 극우파 등의 극심한 인종차별적 공격과 성희롱에 가까운 인신공격들 속에서 힘겹게 승리를 거뒀기 때문입니다.
`백인왕당파'라는 이름의 신나치그룹은 로가 선거에 출마하자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그를 `동양인 매춘부'로 묘사한 모욕적인 동영상을 올렸으며 신변위협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문제의 동영상은 로의 모습을 보여준 뒤 동양계 여성의 누드를 연달아 보여주는 치사한 방식으로 로에게 굴욕감을 주려는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들이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로는 극우파의 폭력성과 인종차별, 성차별에 맞서는 투쟁의 상징이 됐습니다. 험난한 고비를 넘겨온 로는 BBC 인터뷰에서 "심각한 공격을 받기도 했지만 내겐 많은 친구들이 있었다"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권자들은 신교도 구교도 아닌 내게 표를 던져주었고 나는 그들이 내게 바라는 중립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며 자치의회에서 양대 세력간 중재역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영국령으로 남을 것인지 독립할 것인지를 놓고 수십년간 반목해온 북아일랜드 신교도 정당 민주연합당(DUP)과 구교도 정당 신페인당 지도부는 이날 권력 분점 계획에 전격 합의했습니다. 독립은 사실상 포기한 것이니, 이제 남은 과제는 더 싸우지 말고 평화롭게 살만한 땅 만드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양당은 오는 5월8일 역사적인 통합 자치정부를 구성하기로 했는데 협상에 사인하고 나온 DUP의 이언 페이즐리 당수하고 신페인당의 게리 애덤스 당수는 서헤어질때 서로 등돌리고 악수도 안 했다더군요. 결국 분쟁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긴데... '유럽 속의 제3세계'라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이젠 좀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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